“나가요 티내야 대접받아요”
─이른바 선수촌 생활은 어떤가.
▲한마디로 ‘우리들의 천국’이다. 일반인들과 정반대로 우리 생활 패턴은 밤에 시작해서 아침에 끝난다. 그러다 보니까 지역 상인들이나 미용실 등이 모두 아가씨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서 변했다. 우리들로서는 편하다.
─선수촌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됐나.
▲1년이 조금 안 됐다. 보통 ‘룸살롱 아가씨’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천대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룸에 다닌다는 티를 내야 더 대접받을 수 있는 게 이곳이기도 하다.
─가장 편한 게 어떤 점인지.
▲전화 한 통화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는 점이다. 출퇴근할 때면 집 앞까지 택시가 달려오고 야식은 물론이고 각종 술까지 모두 배달이 되기 때문에 전혀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런 생활 패턴이면 무척 게을러지게 될 것 같다.
▲맞다. 그런데 그게 단지 몸만 게을러지는 게 아니라 정신까지 그렇게 변해버린다. 처음 룸살롱 생활을 시작할 때는 이런 생활들이 그저 편하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일반인들하고는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게 되더라. 일반인의 생활방식에 적응이 안 되니까 ‘룸생활’을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다. 아가씨들이 돈을 못 모으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런 점도 있다. (선수촌에선) 돈만 쓰면 모두 우리를 공주 대접 해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룸살롱에 다니면서 끊임없이 돈을 벌고 또 쓰게 되는 것이다.
이남훈 르포라이터 freehoo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