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10분이면 덤빈다’ 인터넷 홍보전
▲ 야릇한 선전문구로 손님을 유혹하는 최음제 구매 사이트. | ||
하지만 최근 최음제가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거래되면서 우리 사회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16일 국감자료를 통해 “최근 10여 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최음제가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약물 성폭행과 같은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것은 최음제의 유통과 함께 ‘성공비법’ 식의 성범죄를 부추기는 내용의 선전 글들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 일반인들에게까지 깊숙이 침투한 최음제 거래 실태를 짚어봤다.
‘딱 15분이면 여성이 먼저 덤빈다.’ ‘발정난 고양이처럼 욕정에 사로잡히게 되며 도발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맥주나 음료수에 타서 먹이면 99% 모텔로 직행.’ ‘초스피드 작업용으로 강추.’
최음제를 판매하고 있는 사이트들이 내걸고 있는 광고문구 중 일부다. 현재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최음제’로 검색되는 사이트는 10개 정도지만 최음제를 연상시키는 단어 및 갖가지 조합어로 검색할 경우와 개별 직거래 업자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 미국에 서버를 두고 현지 직배송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부 카페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개인업자들은 ‘서울·경기 1~2시간 내 퀵 배송’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들을 통해 유통되는 최음제의 종류만 해도 리퀴드타입, 정제형, 바르는 약, 좌약 등 수십 종으로 가격은 병당 13달러부터 60달러대의 세트상품까지 다양하다.
업자들은 하나같이 최음제를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유도할 수 있으며 관계시 최상의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는 말로 네티즌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들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은 제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들 업자들이 판매하고 있는 최음제를 살펴보면 그 실상은 사뭇 다르다. 주의사항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간질환, 우울증 환자 등이 복용해서는 안 되는 ‘요힘빈’을 포함한 최음제 역시 버젓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 금지하고 있는 마약성분이 포함된 제품들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업자들은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을 제외하고는 복용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들 최음제들의 원산지나 제조과정, 성분에 대해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 업자들은 저마다 미국에서 제조, 직수입한 정품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의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그간 국내에서 발생한 최음제 관련 사건사고만도 부지기수. 중국이나 인도산 가짜 최음제를 정품으로 속여 판매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명 물뽕(GHB)이라 불리는 마약 성분 최음제를 판매하거나 마약성분이 든 흥분제와 가짜 최음제를 판 일당이 검거되는 등 최음제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두통약이나 식염수, 일명 돼지발정제로 불리는 프로라네스를 최음제로 속여 거액을 받고 판매하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 ‘작업’에 성공했다는 구매자들의 사용후기 게시판. | ||
제품을 구매하기 원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도 ‘정말 여자를 쓰러뜨릴 수 있느냐’의 여부다. 이들은 불순한 목적달성을 위해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입소문 난 제품을 구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른바 ‘사용후기’들은 한 술 더 뜬다.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다양한 제품별 사용후기가 올라와 있는데 대부분 ‘작업성공담’이 주를 이룬다. 초보자나 미사용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한 내용들도 상당수.
‘화장실 간 사이 음료에 타놨더니 숨소리부터 달라지더라’ ‘콜라에 섞어 마시게 한 후 모텔로 직행했다’ ‘여성의 노골적이고 화끈한 유혹에 황홀한 밤을 보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특히 상당 부분은 처음 만난 여성을 데리고 모텔로 직행했다는 ‘원나잇스탠드’ 경험담. 이들은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최음제를 여성몰래 술이나 음료에 타먹이는 수법으로 ‘거사’를 치러낸 경험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상황은 상대가 애인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키스만 하는 애인을 한방에 보내버렸다’ ‘내숭덩어리 애인에게 밤새도록 시달렸다’는 경험담은 그나마 애교 수준이다.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애인을 넉다운시켰다’ ‘약의 힘을 이용해 마음껏 관계를 가졌다’는 말은 사실상 ‘데이트 강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부작용에 대한 문의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는 상황. 실제로 사용자들 중에는 ‘몰래 타 먹였더니 구토와 어지러움을 호소하더라’ ‘적극적으로 애무에 임하던 여친이 실전에서는 복통을 호소했다’며 문의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작업에 성공하려는 남성들의 빗나간 욕망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음제의 불법 여부는 이들 사이트에서도 뜨거운 논란거리다. 하지만 업자들은 이를 의식한 듯 최음제 사용은 국내 미풍양속에 반한다는 점에서 거부되는 것일 뿐 결코 불법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법에 최음제를 불법으로 명시한 조항은 없다. 하지만 최음제는 통관절차에서부터 엄연한 규제대상 품목에 해당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에서 들여오는 최음제는 상당부분이 그 성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통관과정에서 엄격한 심의를 받게 된다고 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공인을 받았다고 해도 국내 식약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최음제를 들여올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의약품안전정책팀 관계자도 “최음제라는 효과만으로 식약청에서 허가를 내주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즉 의약품 목적이 아닌 최음 효과를 위한 제품을 식약청에서 승인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으로 사실상 판매 금지품목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또 업자들이 미국 FDA에서 안전성을 검증받았다고 하고는 있지만 최음제가 포함하고 있는 성분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안전성 승인이 사실인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
전문가들은 시중에 거래되는 최음제가 최음효과를 통한 성생활 개선은 커녕 오히려 인체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무엇보다도 경계해야 할 것은 약물의 힘을 빌어서라도 상대의 성을 유린하려는 일그러진 세태가 아닐까.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