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의사, 한 병원’ 입법부터 시끌시끌
양승조 의원이 치협으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고 ‘치협특혜법’을 발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위는 대한치과의사협회 홈페이지 화면. 박은숙 기자
검찰의 입법로비 수사에 새정치민주연합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새정치연합 소속 신학용 김재윤 신계륜 의원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것에 대해 당에서 ‘야권 탄압’이라며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10명이 넘는 또 다른 야당 의원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다. 지난 11일 나라사랑실천운동과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6개의 보수 단체는 양승조 이미경 이춘석, 세 국회의원들이 치협으로부터 입법로비와 관련해 대가성 후원금을 받은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국회의원 고액후원금 내역(개인 300만 원 이상)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3년 동안 치협 간부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양승조 의원 3422만 원, 김용익 의원 2499만 원, 이미경 의원 2000만 원, 이춘석 의원 1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후원자들이 각각 500만 원 이내에서 나눠서 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청목회 사건처럼 조직적인 ‘쪼개기 후원’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보수 단체 측은 지난해 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치협의 권한을 지나치게 강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해당 법에 동의했던 10명의 의원들을 고발해 검찰이 이에 대한 피고인 조사를 시작했다.
특히 양승조 의원은 치협으로부터 1년간 가장 많은 고액 후원금을 받았고 ‘치협특혜법’으로 논란이 된 법안을 연속으로 발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처음 국회에 입성한 17대 때부터 복지위에서 활동해 온 양 의원은 지난 2011년 10월 의료인이 하나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해당 법은 그 해 통과됐다.
해당 법의 취지는 당시 의료 영리화 이슈와 관련해 개인이 자격증이 있는 의사를 고용해 다수의 병원을 영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무장 병원’을 없애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법안이 네트워크 병원인 ‘유디치과’를 겨냥한 법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유디치과는 의사들이 브랜드를 공유하는 프랜차이즈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치과업계에 따르면 당시 유디치과는 임플란트 시술 비용을 일반 치과의 반값 이하로 낮추는 등의 가격경쟁력으로 급성장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 치협과 네트워크 병원을 대표하는 유디치과는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2012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치협이 유디치과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다. 치협이 유디치과그룹의 구인광고를 방해하고 치과기자재 공급업체에게 네트워크 치과와 거래를 중단 또는 자제하도록 하는 행위 등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양 의원은 2013년 11월 의료업계에서 중앙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의료인이 중앙회에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거나 정관을 위반한 경우 중앙회가 면허자격 정지 등의 처분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의료계의 자정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자율규제권으로 그동안 의료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하지만 치과업계에서는 앞서 공정위에서 유디치과 업무방해로 과징금을 받은 치협에 자율규제권이 생기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양승조 의원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자율규제권에 대해 “이미 변호사법 등 다른 전문가 협회에는 있는 권한”이라며 “그동안에는 의사들이 법을 어겨도 중앙회에게 권한이 없어 제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개정안이 중앙회의 재정을 확장시키는 내용들이 포함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정안은 보수교육 및 위탁사업 등에 정부의 재정을 지원받을 것을 명시하고 있고 보수교육 시간을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 같은 법이 통과되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되고 보수교육비도 회원들에게 추가적으로 받게 되기 때문에 중앙회의 재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양 의원 측은 “복지부가 할 일을 (중앙회에) 위탁하는 것이기에 지원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교육시간도 의사 면허가 갱신제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서비스를 위해 최신의 의학기술과 약학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 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10시간도 짧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 측은 이어 “법은 어찌됐든 해당된 단체들에게 유불리가 나뉘는데, 문제 제기를 하는 내용을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보인다”며 “특히 유디치과는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었는데 (해당 법 때문에) 더 이상 진전하기 힘든 상태가 되니 반대가 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앞서 치협으로부터 1년간 2000만 원이 넘는 고액 후원금을 받은 김용익 의원도 해당 법안의 발의자로 포함돼 있어 해당 법안에 대한 의혹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양 의원 측은 “적법한 절차로 후원받았다. 검찰이 수사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수 단체 측의) 창피주기 이상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조사가 교통위(조현룡·박상은) 교문위(신학용·신계륜·김재윤)에 이어 보건복지위로 입법로비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의료업계는 그동안 의약 분업과 건강보험 개정 등의 문제로 각 단체 간 의견대립이 첨예했던 곳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의료계의 경우 각 이익단체 간에 대립이 다른 곳보다 심해 로비 가능성이 더 크다. 나도 한 단체에서 후원금 얘기를 하며 잘 봐 달라는 말을 들었는데 거절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국민을 위해 있어야 하는 법이 이익단체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며 “(복지위에서) 개인적으로 의심 가는 법안들이 있긴 하지만 물증이 없어 성급하게 말하기는 이르다”고 귀띔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