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들도 모르는 주 회장의 ‘직할부대’
▲ 굳게 닫힌 제이유 백화점 정문. 주수도 회장의 전방위 로비가 가능했던 것은 주 회장의 화술 외에도 기조실의 역할이 컸다는 평이다. | ||
도대체 주 회장의 전방위 로비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무엇일까. JU그룹의 로비스트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 하나둘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그룹을 움직여온 한 핵심 부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명 ‘주수도 직할부대’로 불리는 JU그룹 기획조정실(기조실)이 그것이다.
JU그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현재 주목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주 회장이 어떤 수법으로 어느 정도나 비자금을 비축해 왔으며 또 이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특히 비자금의 행방은 주 회장의 로비 의혹을 밝힐 수 있는 핵심 단서로 이전 JU 파문의 뇌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은 주 회장의 비자금으로 알려진 285억 원 중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금액만 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이 돈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 돈 가운데 일부가 정·관계 유력인사들에 대한 로비에 사용된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그동안 주 회장이 벌여온 로비 수법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JU그룹 사태와 관련해 핵심 로비스트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은 그룹의 해외담당 고문으로 알려진 한의상 씨와 그룹과 거래했던 납품업체 대표 강 아무개 여인이다. 하지만 과거 JU그룹에 몸담았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룹 내에서 비자금 문제 및 로비 부분에 관여해온 인물들은 따로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주 회장의 지시를 직접 받는 직속 부서에 소속돼 독자적으로 움직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여기서 거론되는 ‘직속 부서’가 바로 JU그룹의 기획조정실이다. 기조실의 실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가 없다. 전직 간부들에 따르면 기조실은 베일에 싸여 있는 조직이었다. 인사이동이 빈번할 뿐 아니라 새로운 인사의 영입 과정 역시 공개되는 일이 거의 없어 전담 업무는 물론 조직의 정확한 구성원 역시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 실제로 그룹의 중간 간부임에도 기조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책임자가 언제 누구로 바뀌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전 JU그룹 관계자들은 “기조실이 그룹 내 다른 부서와는 달리 이처럼 베일에 싸여 있던 것은 주 회장 직할 체제로 움직인 데다 민감하고 중요한 업무를 주로 맡았기 때문”이라며 “주 회장과 관련된 로비의 실체 및 비자금 문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을 만한 부서 역시 기조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간 JU그룹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유명인사들의 실명이 줄줄이 거론되는 와중에도 기조실을 이끌어온 이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기조실의 주요 멤버는 과연 어떤 이들일까.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기조실을 움직여온 사람들은 지난해 12월 기획조정실장으로 영입된 검찰 출신 L 씨를 주축으로 5명 정도다. 그중 핵심인물로 꼽히는 이들은 단연 K 이사와 J 대리다. K 이사는 주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그룹 전반의 운영 및 재정, 법적인 업무를 총괄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주 회장의 남다른 신임을 받아온 만큼 주 회장의 신상에 대해 가장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J 대리는 비록 직급은 높지 않지만 K 이사를 도와 기조실을 이끌고 있는 핵심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L 씨처럼 과거 공직에 몸담은 적은 없지만 내로라하는 마당발인 데 다가 법률과 재무 부분에 특히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그간 주 회장을 그림자처럼 보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룹 일각에선 주 회장이 한의상 씨와 같은 파트너에게도 알리지 않은 속사정을 이들에게 직접 귀띔하곤 했다는 얘기도 있다.
현재 주 회장의 생사를 쥐고 있는 로비 문제만 해도 그렇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주 회장의 로비술은 유명했다고 한다. 주 회장은 사람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유인술과 화술에 탁월한 역량을 보여왔다는 것. 한 번 인연을 맺은 사람을 자기 라인에 묶어두는 능력은 전문 로비스트를 능가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최근 드러나고 있는 주 회장의 다양한 로비 행각으로 볼 때 이 모든 것을 주 회장 혼자서 해냈다고 믿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그간 JU그룹이 명맥을 유지해올 수 있었던 데는 주 회장 특유의 수완 외에도 기조실 사람들의 ‘역할’이 컸다는 얘기도 들린다. 주 회장과 관련된 ‘신화’들은 대부분 기조실에서 나온 아이디어의 총합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실제로 K 이사 등 기조실을 이끌고 있는 이들은 JU그룹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그룹을 살려낸 일등공신으로 꼽히기도 했다. 기조실이 직·간접적으로 주 회장의 지시를 수행하고 자문 및 인맥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JU그룹 전직 간부는 이와 관련해 “그룹 상층부에선 주 회장 머릿속과 기조실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동일하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며 “주 회장의 로비 대상 선정 및 관리 과정에 일부 기조실 사람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주 회장이 최상위 사업자인 ‘크라운’ 직급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형식을 빌려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온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앞서의 전직 간부는 이러한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도 기조실 일부 인사가 아이디어를 냈을 개연성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JU그룹 관계자들 사이에선 기조실 관계자의 개입 없이는 큰 돈을 움직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관계자는 “기조실 몇몇 인사들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주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만큼 로비나 비자금의 실체에 대해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직접 로비에 나서거나 돈 문제에 개입하지는 않았더라도 주 회장의 지시를 수행하거나 자문 역할 정도는 해왔을 것”이라 조심스레 언급하기도 했다.
기조실의 전신은 2005년 7월 발족된 구조조정본부다. 그룹의 혁신적인 개혁과 효과적인 업무추진을 목표로 발족된 구조본은 김원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초대 구조조정본부장으로 내세워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주 회장은 불과 5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일 구조본을 사실상 해체하고 기획조정실로 조직을 재편했다. 오래전부터 주 회장과 동고동락해온 K 이사 등의 기조실 영입도 이때 단행됐다.
주 회장은 지난 8월 6일 회원 및 사업자에게 보낸 옥중서신에서 그룹의 향후 운영계획을 기조실에 전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룹에서 수년간 근무한 직원들에게조차 기조실은 실체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조직이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 전직 JU 관계자에 따르면 주 회장은 중요한 사람들을 만날 때 기사도 대동하지 않고 직접 운전을 했을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의 스케줄을 주위에 밝히는 일도 철저히 삼갔다. 이처럼 보안의식이 철저했던 주 회장과 유일하게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던 직속기관이 바로 기획조정실이었다는 점은 JU 의혹과 관련해 다시 한번 주목할 만하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