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금 많이 탔냐고? “유족 두번 죽이나”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46일째 단식 중단을 선언한 8월 28일 병문안을 온 문재인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작은 사진은 같은 날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유경근 대변인이 입장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최준필 기자
반면 가족위와의 면담에서 새누리당은 배·보상과 관련된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했다. 2차면담에 앞서 유경근 가족위 대변인은 “여당과 만나 세월호 특별법을 논의하고 오라고 했지 왜 자꾸 배·보상 이야기가 나오느냐는 따끔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배·보상이 아니라 진상규명”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언젠가 한번은 해야 할 이야기”라며 배·보상 문제를 계속 거론했다. 주호영 의장은 “야당과 협상을 오랜 기간 해왔는데 야당의 법안에 배상문제가 들어있다. 현실적으로 논의가 안 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호영 의장은 “야당이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에 지원 및 배·보상 위원회라는 소위원회를 포함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며 “가족위에서 주장하는 것이 소위원회에서 지원 및 배·보상 위원회를 빼달라는 취지인지 그게 아니라면 배·보상 문제는 언제 논의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면담 후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답답함만 더해지는 면담이었다”며 “국회의원들에게 문제를 맡겨 달라고 하는 입장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배·보상 문제를 알아서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진상규명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 대변인은 “배·보상 문제에 앞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가장 큰 쟁점인 ‘수사권과 기소권’과 관련한 문제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유가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될 경우 위헌 소지가 커 재판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경근 가족위 대변인은 “수사권과 기소권에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며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진상조사위원회로만 진상규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는) 야당조차 포기한 안인데 계속 요구하고 있어서 진척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면담 하루 만인 지난 8월 29일 새누리당은 “여야가 마련한 재 합의안에서 양보할 계획도, 그럴 의사도 없다”고 못 박으며 유가족과 만나는 이유가 ‘협상’이 아니라 ‘설득’에 있다고 강조해 앞으로의 가족위 면담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8월 28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서울 명동에서 세월호 특별법제정 촉구 거리 홍보전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이처럼 특별법 제정에 관한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세월호 보상금과 수습비용에 대한 ‘억측’도 난무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에는 해양수산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세월호 사고 관련 소요재원 추정’자료가 한 일간지 1면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자료는 수색인양에 필요한 비용이 3936억 원, 특별법 통과될 경우 피해자 보상금 546억 원, 장례비 의료비 등 피해자 각종 보상금 430억 원 등 총 6213억 원의 소요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유경근 가족위 대변인은 “최근 보도된 해수부 자료는 유가족의 의견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아직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마련한 특별법 법안에 따라 추산한 자료가 보도되자 해양수산부 세월호 피해보상 위원단은 “실무용으로 만든 자료”라고 해명에 나섰다. 해수부 세월호 피해보상 위원단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보도된 자료는 앞으로 만들어질 법안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국회 측이나 유가족 측 의견이 반영돼 만들어진 자료는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법안이다. 국회 측이 유가족 의견을 반영한 법안을 만들어야 그 의견을 투영해 예측자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지지부진한 세월호 특별법 정국에서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 선언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여야는 예의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김 씨의 단식 중단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 씨의 단식은 세월호 정국에서 새누리당에게는 위험요소였기 때문이다. 부담을 던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에 국회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씨와 ‘동조 단식’을 하며 세월호 정국의 정중앙으로 뛰어들었던 새정치 문재인 의원도 김 씨의 단식 중단 선언과 함께 10일 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새누리당 권은희 대변인은 “(김 씨의) 단식 중단을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도 장외투쟁을 중단하고 민생 법안 처리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하고 나서 새정치의 장외투쟁도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
가족위 측은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면서 발생하는 억측과 유언비어들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유경근 대변인은 8월 28일 이 같은 유언비어와 관련해 “여러 가지 루머가 돌고 있다. 심지어는 알 만한 분들까지 ‘진짜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분명하게 밝힌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가족, 그리고 생존했지만 피해를 입은 가족까지 단 한 명, 한 가족도 성금과 보상금 등 어떠한 것도 받은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경근 가족위 대변인은 “세월호 유가족을 겨냥한 악의적인 유언비어들이 조직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정황이 있다. 이와 관련한 문제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측에서 팀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상규명’인데 이렇게 몰라주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간격이 크더라도 시간을 갖고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며 여야와의 협상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