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 데려와 임신…‘한국남편은 봉’
주체가 바뀌면서 자연스레 상담 내용도 변화를 보였다. 과거에는 한국인 남편과 시가식구들의 폭력, 폭언, 무시, 모욕 등을 문제 삼는 외국인 아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내의 가출, 불성실한 생활, 사치, 낭비 등을 호소하는 한국 남편들의 상담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인 남편의 이혼상담 사유는 아내의 가출(30.7%)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배우자의 이혼강요, 잦은 가출, 생활양식 및 가치관차이, 결혼조건 속임, 경제 갈등 순)가 28.4%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으며 본인이 아내를 폭행(10%)해 상담을 받는 남성도 있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매년 기타 사유로 상담소를 찾는 남성들이 가장 많았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아내의 가출이 이보다 높은 건수를 기록했다.
상담소를 찾은 한국인 남편들 대부분은 외국인 아내가 입국한 후 혼인생활에는 관심이 없고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사치와 낭비를 일삼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고도 현지에서 만난 애인을 데리고 온 사례도 있었다. 4년 전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50대 남성은 “혼인기간 동안 2번의 체류 연장에는 동의를 해 주었다. 그런데 2년 전 3번째 체류 연장 동의가 필요할 때 아내가 베트남에서부터 만나왔다는 내연남을 데리고 왔고 그 사이에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그래서 체류 연장에 동의를 해 주지 않았다. 그러자 아내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버렸다”며 도움을 청해왔다.
외국인 아내가 입국하자마자 공항에서 자취를 감추는 경우도 있어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더욱이 이들 대부분은 중개업소에 지불한 소개비를 돌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혼인 무효나 취소, 이혼소송 등도 진행해야 해 소송의 부담까지 떠안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입국 3일 만에 아내가 잠적해버렸다는 50대 남성은 “올 초 베트남 여성과 혼인했다. 그런데 여자가 입국한 지 3일 만에 잠적했다. 중개업소에 이 같은 사실을 말하였더니 그 여성과 같이 들어온 친구 2명도 같이 그랬다고 한다. 너무 억울해 혼인 무효나 취소를 하고 싶은데 그렇게 안 되면 이혼이라도 하고 싶다”고 상담소를 찾았다.
반면 외국인 아내의 이혼상담 사유 중 1위(34%)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알코올중독, 배우자의 이혼강요, 경제 갈등, 빚, 성격차이, 신체적 질병, 무시모욕, 자녀학대, 생활무능력, 성적갈등 순)였으며 다음이 가정폭력(27.2%), 남편의 가출(10.8%) 순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폭력 및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한 40대 중국인 여성은 “한국남자와 혼인했다가 폭력이 심해 재판으로 이혼했다. 그 후 현재 남편을 만나 재혼했는데 이 남자 역시 폭언과 폭행이 심하고 신용불량자여서 같이 생활하기가 어렵다. 건설현장에서 둘이 같이 일했는데 모든 돈을 상대가 가져갔다”며 “나는 3년이 넘게 일했는데도 내 앞으로는 돈이 하나도 없다. 또 남편은 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전 부인을 만나 놀러 다니고 상대 여자 명의로 된 통장과 카드 등도 가지고 다닌다. 더 이상은 신뢰가 깨져 혼인생활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 내 몫의 재산을 받고 이혼하고 싶다”고 밝혔다.
언니를 뒤이어 자신도 한국인 남성에게 시집온 캄보디아 출신 20대 여성은 “남편이 마마보이라 어머니와 시누이 위주로 살았고 내가 다문화가정센터에 한국어 배우러 가는 것도 못하게 하고 일만 시켰다. 심지어 잠자리까지 어머니에게 말했다”며 또 시누이 가게에 가서 일하게 하고 용돈도 주지 않았다. 참다못해 내가 말을 했더니 남편이 나를 폭행했고 오히려 이혼을 강요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여권도 주지 않았다. 나는 이혼하고 캄보디아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한 전문가는 “최근 들어 한국남성들의 외국인 아내에 대한 불만지수도 높게 나오면서 상담건수도 늘어나고는 있다. 하지만 한국남성들이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생활해야만 하는 외국인 아내에 대한 근본적인 배려와 이해가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