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 1 법칙’이면 ‘명절증후군’ 스톱!
사진은 영화 <어웨이 위 고>의 한 장면.
1년가운데 부부 사이가 가장 위태로운 때라고 하면 아마 명절 무렵일 것이다. 명절이 지난 후면 이혼율이 급등한다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터.
독일의 경우에는 여름 휴가와 크리스마스 휴가 이후에 이혼율이 급등한다. 9월에는 평소보다 두 배 정도, 그리고 1월에는 세 배 정도 늘어난다. 이유는 간단하다. 휴가철에는 갑자기 하루 24시간 동안 부부가 붙어 지내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 실망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가령 ‘맙소사, 내가 이런 사람이랑 결혼을 했다니’라며 한탄하거나, 혹은 ‘그/그녀가 이렇게 변했다니’라며 실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근래 들어 휴가를 갔다온 후 이혼 도장을 찍는 경우가 급격히 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의 통계에 따르면, 협의이혼 신청 횟수가 가장 많은 달은 8월이었다. 설과 추석 직후에 이혼 소송이 많은 것과는 별개로 6~8월에도 이혼 소송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유는 독일의 경우와 비슷하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쌓여 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랑은 노동이다’라고. 그것도 ‘아주 고된 노동이다’라고. 다시 말해 그만큼 노력을 하고 공을 들이지 않으면 금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부부 사이라는 것이다. 사랑이 이렇게 ‘노동’이 된 이유는 사는 것이 복잡하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전통적인 남녀의 역할 분담은 깨졌고, 모든 것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다. 한쪽이 ‘관계의 노동’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갈라서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처음 사랑에 빠지면 마약에 취한 듯 행복감을 느낀다.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또 황홀감에 휩싸인다. 이런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조기 경보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 즉, 부부 사이에 몇 가지 규칙을 정하면 된다.
가령 ‘부부 관계 치료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불리는 미국의 심리학자인 존 가트맨이 제시하는 규칙이 대표적이다. 40년 동안 수천 명의 미국 부부를 연구해온 가트맨 박사는 부부 사이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라고 강조한다. 배우자와 함께 근심이나 걱정을 공유하는 등 늘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한다. 저녁 식탁 앞에서 마치 좀비처럼 아무 말도 없이 밥을 먹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배우자와 희망, 목표, 분노를 공유하는 사람들일수록 배우자와 진정한 연대관계를 구축하게 되고, 이런 ‘공유 습관’은 일상생활 속에서 관계를 망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을 막는 방패 역할을 하게 된다.
또한 가트맨 박사는 ‘오피스 와이프’ 혹은 ‘오피스 허즈번드’의 존재를 경고한다. 부부 사이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꼭 성적인 관계를 맺고 불륜을 저지르지 않더라도 이런 존재들은 도처에 숨어있다. 그들은 같이 운동을 하는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또 친한 직장 동료가 될 수도 있다.
엄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엄마에게 부부 문제를 터놓고 상담할 경우, 대개는 문제가 더욱 빠른 속도로 복잡해지고 악화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의 장점은 축소되고, 단점이나 흠에 대해서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어느 날부터는 엄마의 충고가 배우자의 충고보다 더 중요해지고, 결국은 부부 사이의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따라서 부부라는 좋은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믿되 다른 사람의 판단은 논외로 두어야 한다고 <포쿠스>는 충고했다.
부부 사이를 악화시키는 또 다른 요소로는 ‘불공평함’ 또는 ‘이기심’이 있다. 가정보다 직장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 또는 여름 휴가지를 한 번도 양보하지 않은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서둘러 화해를 신청하는 것이다. 단, 약속을 지킬 자신이 있을 경우에만 화해를 하는 것이 좋다. 무턱대고 약속을 했다가 어길 경우에는 신뢰감이 그만큼 급격히 무너지게 된다.
가트맨 박사가 제시하는 ‘5 대 1 법칙’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5 대 1 법칙’이란 한 번 상대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표현할 때마다 다섯 번의 친절이나 칭찬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정적 요소보다 긍정적 요소가 다섯 배 이상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포쿠스>가 제시한 ‘황금 규칙’들 가운데 우선 ‘대화와 몸짓’의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다. 부부 사이의 대화는 학습을 통해 배우고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대화를 하느냐에 행복의 열쇠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가트맨 박사는 부부 사이를 악화시키는 ‘네 가지 죄악’을 들었다. 바로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식의 비난, 상대에 대한 경멸 및 멸시, 방어 및 자기변호, 그리고 담쌓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가트맨 박사는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하는 것은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배우자의 작은 부탁이나 바람을 무시할 경우에도 부부 사이에 적신호가 켜진다.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부부싸움을 하게 되면 혈압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즉, ‘감정의 홍수’가 일어나는데, 이는 부부 관계에 상당히 치명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반면, 싸움을 하면서도 유머 감각을 발휘하거나 혹은 살짝 손을 스치거나 친절한 말을 할 경우에는 아무리 싸우더라도 오붓한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이른바 ‘5 대 1 규칙’이다. 상대에게 반복해서 칭찬을 해주고 고마워해주거나 긍정적인 말을 할 경우에는 안정적이고 충만한 부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상대가 외도를 했을 때는 어떨까. 이에 섹스 연구가이자 부부 관계 치료사인 울리히 클레멘트는 “건강한 의심이 맹목적인 믿음보다 낫다”라고 말한다.
물론 부부 사이에는 ‘믿음’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하지만 너무 믿은 나머지 배우자를 등한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오히려 ‘건강한 의심’을 통해 배우자의 감정 변화를 눈치채고, 사전에 상대의 불만 사항에 대해 조기에 반응하는 것이 좋다. 불신이 싹트기 전에 먼저 ‘알아채는 믿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외도 사실을 안 후에 부부 사이를 회복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클레멘트는 속은 사람은 외도를 감정적(모욕)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상대에게 던지는 질문이 ‘내가 잘못한 게 뭔데?’라거나 ‘그 남자/그 여자의 어떤 점이 당신에게 끌렸는데?’라는 식으로 물어선 안 된다”라고 말하면서 “외도를 저지르고 며칠 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먼 미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부가 함께 긍정적인 경험들을 새롭게 쌓아 나가야 한다. 클레멘트는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함께 즐거워질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킨십을 통한 애정 표현도 부부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배우자를 위해서 애무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키스를 하거나 서로의 몸을 밀착시키면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보다 더 많이 분비된다.
아주 작은 스킨십조차도 육체와 정신에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한 부부들이 싱글이나 이혼한 사람들, 그리고 사별한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또한 자연히 장수할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프라이부르크대학의 심리학자인 마르쿠스 하인리히가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스킨십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 정도에는 남녀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가령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남성이 마사지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완화됐다. 남성의 경우에는 달랐다. 마사지를 받지 않고도 단지 아내로부터 기운이 나는 말을 듣거나 칭찬만 들었는데도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졌다.
그렇다면 부부 사이에 성관계는 얼마나 자주 하는 게 좋을까? <포쿠스>에 따르면 행복한 부부 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일주일에 3~4회 정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와 관련, <메이크 러브>의 저자이자 부부관계치료전문가인 앤-마를렌 헤닝은 “부부가 원하는 만큼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횟수다”라고 말했다. 20대의 경우에는 비교적 일정하지만, 30~60대의 경우에는 섹스 횟수가 일상생활과 직장 혹은 가정에서의 스트레스에 많은 영향을 받아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섹스는 끊임없이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스더 페렐은 보통 부부들이 생각하는 섹스는 모순적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안정적이고 조용하고, 안전하면서 오래 지속되는 섹스를 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모험이나 은밀하고 위험한 도전을 원하기도 한다. 낮과 밤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호기심과 판타지를 잠자리에서 시도해볼 것을 추천한다.
뮌헨의 부부관계 치료가인 안드레아 브로이는 “섹스는 활력과 자긍심의 원천이다”라고 말하면서 “테크닉이 서투르거나 짧게 하더라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라고 말했다. 부부 사이에 섹스에 관해 터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며, 주기적으로 하기로 약속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녀를 낳아 기르는 것 또한 부부에게는 큰 난관이다. 아이를 기르면 부부가 서로를 위해 보내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섹스 횟수 또한 줄어드는 것 또한 물론이다. 이럴 경우에는 다툼이 잦아지면서 결국 감정적으로 상처를 내게 된다.
이에 함부르크의 부부관계 치료가인 미하엘라 페터는 “데이트 일상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서로가 한 명의 남자, 그리고 한 명의 여자라는 사실을 경험하는 데이트를 하라는 것이다. 페터는 “가능하면 아이를 출산한 후 빠른 시일 안에 부부만을 위한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부부가 함께했던 일을 다시 하는 것이 좋다”라고 충고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50년대 스타일’로 위기 극복한 부부 공통 관심사 찾았더니 부부갈등 끝! 1950년대 스타일로 살기 시작하면서 이혼 위기를 극복한 부부가 있다. 영국 스태포드셔에 거주하는 개리(48)와 맨디(49) 존스 부부 이야기다. 부부 사이의 위기를 공통 관심사를 찾아내어 극복한 영국의 개리 & 맨디 존스 부부. 40대 부부라면 한번쯤 겪게 되는 부부 사이의 위기가 찾아오자 다방면에서 노력했던 부부는 어느 날 문득 아주 독특한 해결방법을 찾게 됐다. 바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50년대 스타일로 살아보기로 작정한 것이다. 가령 맨디는 50년대의 아내들이 그랬던 것처럼 매일 저녁 남편을 위해 요리를 했고, 개리는 50년대의 남편들이 그랬던 것처럼 매일 저녁 일찍 퇴근했다. 뿐만이 아니다. 출장 뷔페사인 맨디는 여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남편을 위해서 이런 저런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남편의 양말을 꿰매면서 시간을 보냈다. 라디오, 전화기 등 집안 인테리어도 모조리 50년대 것으로 바꾸었다. 옷은 빈티지한 원피스를 입고, 머리 스타일은 50년대 복고풍으로 바꿨으며, 1949년식 쉐보레 올드카를 타거나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로커빌리(로큰롤과 컨트리 음악이 혼합된 형태)만 들었다. 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부부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으며,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면서 다시 사랑이 싹텄다. 맨디는 “다른 사람들한테는 이상하고 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런 식의 생활이 우리 부부를 구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이들 부부를 구한 것일까. 여기에는 중요한 점이 하나 있었다. 부부가 30년 전 처음 만나 데이트를 할 때 서로에게 끌렸던 이유가 바로 50년대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던 것. 당시 부부는 로커빌리와 50년대 패션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고, 결국 이로 인해 결혼에 골인했었다. 개리는 공통된 관심사를 이끌어낸 것이 중요했다고 말하면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취미가 생기면서 부부 사이가 끈끈해졌다. 더욱이 50년대에는 지금보다 이혼율도 훨씬 낮았다”라고 말했다.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