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에서 저격수로
이 전 시장은 즉각 “김 씨가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의 공작에 놀아나고 있다”고 반격했다. 이후 두 사람의 대립은 여당인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과 제1 야당인 국민회의(민주당 전신)의 싸움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그해 9월 15일 김 씨는 이 의원에게 자필로 “국민회의에 제시한 자료는 사실과 다른 것이며 이 의원에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편지를 보낸 채 돌연 홍콩으로 출국해 버렸다. 결국 같은 달 22일 선거법 위반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이 의원의 비서관 이광철 씨 등이 거액을 주고 김 씨를 홍콩으로 도피시켰다”며 이 씨 등 2명을 ‘범인도피’ 혐의로 전격 구속하면서 이 전 의원은 금배지를 내놓아야 했다.
김 씨는 출국 20일 만에 돌아와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검찰은 조사 뒤 이 부총재가 김 씨에게 폭로의 대가로 3억 원을 제공키로 했다고 발표했고 이종찬 부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10월 16일 김 씨는 다시 “3억 원 얘기는 검찰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고 불과 한 달여 만인 11월 28일 서울지법 공판에서는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 측에 영국유학 비용 3억 원을 받기로 했으나 주지 않아 이용만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또 말을 바꿨다.
결국 이 전 시장은 7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두 사람의 ‘악연’은 정확히 10년 만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