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관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김무성 대표, 문재인 의원, 박원순 시장은 자녀 문제로 한 번씩 이슈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정몽준 전 의원은 아들의 페이스북 글로, 남경필 지사는 아들의 군 가혹행위로 대권가도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일요신문 DB
최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딸의 특혜 채용 시비가 재점화됐다. 김 대표의 차녀 현경 씨는 지난해 7월 수원대학교 디자인학과 최연소 전임교원(조교수)에 임명됐다. 그 무렵 국회는 수원대 이인수 총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하반기 국정감사 증인 채택 여부를 협상 중이었다. 김 교수의 채용 시기와 이인수 총장의 증인 채택이 무산된 시기가 겹치면서 ‘여권 실세’인 김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지난 8월 25일 한 신문에서 김 교수가 애초 자격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불난 데 기름을 끼얹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당시 수원대는 ‘석사학위 지원자의 경우 교육 또는 연구 경력 4년 이상만 지원가능’이라고 내걸었는데 김 교수가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대 교무처 관계자는 “교원 채용과 관련해 교육 및 연구 합산경력이 충족하면 자격기준을 갖춘 것으로 보도록 돼있다. 이를 근거로 김 교수의 경력은 5년 4개월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해당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를 신청했다. 이인수 총장 국감 증인 채택 문제도 당시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증인으로 신청한 60여 명이 한꺼번에 빠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2월 수원대 감사를 진행했던 교육부 역시 지난 1일 “합산경력이 공고문의 기준을 충족해 법령 등 위반 사항이 없어 지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 6월 참여연대는 김 대표를 수뢰후부정처사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최초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던 김 대표 측은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내가) 공인이기 때문에 참았지만 앞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원대 내부는 학교 측으로부터 파면당한 교수들이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상호 비방과 폭로전으로 얼룩진 상태다. 대학교수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 딸 채용이 문제가 된다면, 대학교수 가운데 걸릴 사람이 지천”이라며 “수원대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음에도 일각에서 김무성 대표 딸 임용을 끌어다 본질을 흐리고 있다. 김 교수에 대한 문제제기 시점도 당 대표 선거가 한창 치열하던 때”라고 지적했다.
큰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가족들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흔한 풍경이 됐다. 잠룡급 정치인이라면 한번쯤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와도 같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역시 아들의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입사 관련 특혜 의혹이 상대 진영으로부터 재론됐던 바 있다.
문 의원의 아들 준용 씨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초 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 5급 일반직에 채용됐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문 의원 아들이 단독 응모했다는 점, 채용 공고기간이 통상 15일이 아닌 7일로 축소됐다는 점, 그리고 고용정보원장이 문 후보 밑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는 점 등을 들어 특혜 의혹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에 고용정보원 측은 “준용 씨는 국내 기업이 주최한 광고 공모전에서 세 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고, 250점 이상의 토플(CBT) 성적 등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고용정보원 5급이 일반 공무원 5급과는 성격이 다른 한직으로, 현직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실력을 행사할 정도가 아니라는 반론이 비등해 일단락됐다. 이후 준용 씨는 아버지의 권고에 따라 고용정보원을 퇴직한 뒤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로 유학을 한 이후 현재 국내에서 디지털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김무성 대표, 문재인 의원과 함께 차기 대권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아들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 박 시장의 아들 주신 씨는 2011년 공군에 입대했다가 귀가 조치된 후 척추 질환 등을 이유로 4급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다. 이듬해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이 “병무청에 제출된 MRI 필름이 도저히 주신 씨의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했고, 사태가 커지자 박 시장 측이 재신검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켰다. 이로 인해 강 전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했다.
2012년 2월 박원순 시장 측이 아들 박주신 씨의 병역 기피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MRI를 찍은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그럼에도 주신 씨 병역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일부 보수 진영에서는 박 시장 측이 재신검 당시 다른 사람의 MRI를 제출하거나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대신 신체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법으로 속임수를 썼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여러 정황 증거와 간접 증거를 바탕으로 마구잡이식 고발을 진행했지만 이때마다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려왔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유를 살펴보면, 재검을 진행한 세브란스병원 측에서 주신 씨의 MRI 바꿔치기나 대리신검이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기자를 비롯해 당시 입회한 관계자 모두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시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과정에서 아들 문제가 또 다시 거론되자 “나도 시장이기 전에 아버지”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고소 및 공직선거법 위반 조사 의뢰 등으로 공식 맞대응하기도 했다.
이후 상황은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박 시장 측이 제기한 선거법 위반 건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서 추석 직후 피고소인 8명을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시장 측에서는 선거가 끝난 만큼 약식 기소나 기소 유예와 같은 선처를 바라고 있지만 정작 피고소인 상당수는 기소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검찰 기소로 인해 법정까지 가게 될 경우 주신 씨 재신검 문제를 다시금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한 피고소인은 커뮤니티 게시판에 “드디어 기소된답니다. 축하해 주세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검찰을 중심으로 ‘박원순 죽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주신 씨 병역 문제를 다음 총선·대선까지 끌고 이슈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지난 3월 소집해제 이후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주신 씨에게도 출석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기소를 결심한 담당 검사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제주 강정마을 활동가들을 대거 기소하고 이후 ‘유우성 간첩사건’ 재판에 보강 투입됐던 점도 눈여겨보는 중이다. 이러한 공세는 차기 대권 행보를 포기하지 않은 박 시장이 이겨내야 할 몫으로 남게 됐다.
한편 중앙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나 조용히 대권운을 떠보는 ‘도백(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도 최근 긴장감이 형성됐다. 지방선거 이후 여권 내 유력 주자로 떠오르던 남경필 경기지사 장남 남 아무개 상병이 후임병을 상대로 가혹행위 및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버지 지지율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이후 부인과의 이혼 사실까지 더해지면서 남 지사의 대권 가도는 회복이 쉽지 않은 상태다.
잠룡으로 분류되는 현역 도백 가운데 홍준표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슬하에 2남, 원희룡 제주지사는 2녀를 각각 두고 있다. 잠룡의 아들이라면 ‘현역 입대 여부’가, 딸이라면 ‘혼사의 규모’가 관심사로 떠오르게 마련이다. 홍준표 지사의 경우 본인은 체중미달과 근시로 단기사병으로 복무했지만 그의 두 아들은 각각 의무경찰과 현역(해병대)을 나왔다. 현재 장남은 삼성전자, 차남은 현대차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군 면제를 받은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1월 장남이 현역으로 입대하기도 했다.
올해 집안 혼사를 치른 잠룡들도 있다. 지난 1월 홍 지사 장남 정석 씨는 의사 배필을 만나 결혼했고, 정몽준 전 의원의 차녀 선이 씨는 지난 8월 부모님이 결혼했던 정동제일극장에서 어머니의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가졌다. 두 잠룡 모두 비공개로 조용히 혼사를 치르길 원했지만 막판에 알려지면서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몰렸다는 후문이다.
반면 문재인 의원은 지난 2월 아들 준용 씨를 조용히 결혼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따로 청첩장을 만들지 않고, 소수의 지인들에게 돌린 모바일 청첩장에 양가 부모의 이름을 넣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 인사 역시 극소수만 참석했는데, 이중에는 야권 잠룡 라이벌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포함돼 있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역대 대통령 자녀들 ‘흑역사’ YS·DJ는 정권까지 ‘흔들’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녀로 사는 일은 마냥 즐겁지 않다. 이들은 ‘대통령의 아들딸’이라는 시선의 감옥에 갇히고 실제로도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각종 비리와 이권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지고 조금이라도 연루될 경우에는 과도한 여론의 관심과 비난을 견뎌내야 한다. 정연 씨는 지난 2007년 미국 아파트 구매 중도금 명목으로 13억 원을 불법 송금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는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재임 시절 자녀들이 범죄에 연루돼 정권 자체가 흔들리기도 했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가 대표적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의 경우 정권 내내 ‘소통령’이라는 의혹에 휩싸여 결국 한보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되기에 이르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 역시 모두 범죄와 연루되는 불운을 겪었다. 홍일 씨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나라종금 로비’ 수사 과정에서 1억 5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가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홍업 씨와 홍걸 씨는 2002년에 각각 청탁 대가로 22억여 원을 받은 혐의와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아버지 재임 기간 중 구속됐다. 이 일로 인해 김 전 대통령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야만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장남 시형 씨 역시 임기 말 불거진 내곡동 사저 불법 매입 의혹으로 특검에 소환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시형 씨는 증여세 포탈 혐의는 인정됐지만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은 무혐의를 받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주)다스 임원으로 재직 중인 시형 씨는 내달 의사 집안의 여성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