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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완씨 | ||
김씨와 골프장에서 같이 라운딩을 한 유명 인사로는 박재규 전 통일부총리,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 사장, 김도언·신승남 전 검찰총장, 조해녕 대구시장, 이한동 이긍규 의원, 하명중 영화감독 등 다방면의 ‘거물’들 이름이 올라 있다. 서완수 전 기무사령관, 이문석 전 1군사령관 등 고위장성들도 눈에 띈다. 특히 ‘골프광’으로 소문난 김씨는 유명 여성프로골퍼들과도 라운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와 골프를 한 사람들은 대부분 “김씨와 직접 인연이 있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 초대로 나갔다가 같이 골프를 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김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골프를 아주 잘 한다는 것과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다소 경박하다”는 평도 있었다. 김씨를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유명 인사들의 인연 줄을 따라가 봤다.
지난 5월17일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 재판정. 이날은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결심 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박 전 실장의 변호인측은 김영완씨가 지난 99년 4월1일부터 2003년 3월12일까지 자신이 회원권을 갖고 있는 경기 용인시 남부CC와 화산CC에서 골프를 한 기록을 공개했다.
박 전 실장의 변호인측은 “김영완씨는 수많은 저명인사들과 골프를 쳤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인물로 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밝히면서 각계 유명인사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했다. 일부에서는 박지원씨측에서 김영완씨의 골프 인맥을 모두 공개한 것에 대해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 어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박지원씨 변호를 맡고 있는 소동기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재판부가 이번 사건을 잘 판단할 수 있도록 참고 자료로 공개한 것이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초 대검 중수부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현대 비자금 2백억원 수수 사건과 관련해 서울 T골프장의 입장객 전산기록을 담당 재판부에 냈을 때 김씨의 골프 인맥이 일부 드러나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일요신문>은 김씨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 외에 국민들에게 익히 알려진 저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김영완 골프인맥’을 소개한다.
김씨 골프 리스트 중 가장 최고위직은 박재규 전 통일부총리였다. 김씨는 2001년 4월28일(토요일) 남부CC에서 박재규 조양일 최인영씨와 함께 라운딩을 즐겼다. 먼저 조양일씨의 경우 연합뉴스 지방국 국장 직대로 일하고 있는 현직 언론인이다. 조 국장은 김씨와의 라운딩에 대해 “김씨와 두 번 골프 한 적이 있다. 한 번은 박재규 전 통일부총리가 가자고 해서 라운딩을 했는데 김영완씨가 와 있었다. 그 당시는 박 전 부총리가 장관직을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였다. 통일 관련 연구소 활동을 할 때였는데 골프나 한번 하자고 해서 갔던 적이 있다. 하지만 김씨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고 그냥 사업하는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다. 관심이 없었다. 또 한 번은 병원장 하던 선배 권유로 골프를 갔었는데 김영완씨와 같이 라운딩을 했다. 하지만 서로 잘 모르고 골프 이야기만 했다”고 밝혔다.
조 국장은 박 전 부총리의 초대로 골프장에 갔는데 그곳에서 김씨를 만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 부총리는 조 국장과는 엇갈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박 전 부총리가 장관 재직 때부터 일정을 관리하던 한 측근은 “김영완이라는 사람은 처음 듣는 사람이다. 내가 박 전 부총리의 비서관을 해서 주변 사람들을 잘 아는데 그 사람은 처음 듣는다. 하지만 장관이 골프를 했다면 그건 개인적인 일인데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박 전 부총리는 2001년 3월26일 장관직에서 물러났는데 2001년 4월28일이면 일본에 있을 때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모르면 장관도 잘 모를 것이다. 연합뉴스 조양일 국장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 뒤 이 측근은 박 전 부총리에게 직접 확인한 뒤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와 “부총리께서 ‘조양일 국장이나 김영완씨를 잘 모른다’고 한다.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운동은 부총리 개인 일정이라 내가 못 챙길 수 있는데 그래도 내가 모른다는 게 이상하다. 다시 말하지만 그때는 일본에 체류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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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규 전 통일부총리, 김도언 전 검찰총장 | ||
김씨의 골프 리스트 중에는 법조계 인사들이 유난히 많다. 특히 검찰 출신 인사들이 많은 것이 특징. YS정부 시절 검찰총장을 지낸 김도언씨는 김씨와 두 차례 라운딩을 했다(남부CC:2001년10월6일, 화산CC:2001년10월27일). 이때 동반자는 전세봉 변호사였다. 김 전 총장은 이런 사실에 대해 “나는 잘 모르는데… 내가 골프를 했어? 전혀 모르는데… 2001년이면 국회도(15대 의원을 지냈음) 끝나고 쉬고 있을 때였다. 전세봉 변호사는 서울 법대 한 해 후배라서 잘 알고, 골프를 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사람(김영완) 신문에 나온 것은 여러 번 봤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밝혔다.
김씨는 신승남 전 검찰총장과는 세 차례 정도 골프장에서 만났다. 첫 만남은 2000년 3월26일 남부CC에서였는데 동반자는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 사장과 손학래 전 철도청장과 함께 했다. 두 번째는 2000년 5월7일 남부CC에서 정영삼(확인 불명) 김영완씨와 골프를 한 기록이 있다. 세 번째는 2000년 11월26일 역시 남부CC에서 만났는데 이때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함께 라운딩을 했다. 신 전 총장은 주로 언론사 사주와 함께 김씨를 만난 셈이다. 이때 신 전 총장은 대검 차장 현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1999.06-2001.05 연임).
신 전 총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수도약품에서 법률고문을 맡은 뒤 그만두고 현재는 신원CC 회장을 맡고 있다. 신 전 총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아 김씨와의 인연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밖에 김씨는 이원성 전 대검차장과는 남다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전 차장은 모두 네 차례 정도 김씨와 라운딩을 했다. 99년 6월26일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동반했다. 99년 6월29일은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 오정소씨(안기부 제1차장, 국가보훈처 처장 등 역임)와 함께 즐겼다. 99년 11월4일은 이연택씨(대한체육회장)와, 2000년 5월6일은 신영자씨(롯데쇼핑 부사장) 등과 했다.
이 전 차장은 김영완씨의 첫 인연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다. 그는 “김씨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검찰 현직에 있을 때 김영완씨가 내 사무실로 인사 차 찾아와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씨의 적극적인 사교 솜씨가 돋보이는 대목. 여기에 고려대 동문의 끈끈한 정도 김씨의 친화력을 상승시켜 주었다. 이 전 차장은 “아무리 동문 후배이지만 모르는 사람이 대뜸 찾아와 인사하면 경계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그 당시 누구나 잘 만났다. 특히 대학후배 찾아오면 다 만나주고 학교 행사도 협조해 달라고 하면 협조해 주고 그랬다. 우리 대학은 특이한 게 있다. 고대란 데가 끈끈한 것이 있어서 찾아오면 박절하게 거절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에 대한 ‘인물평’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는 “김영완은 굉장히 사교적이긴 했지만 우리가 보기에 좀 경박스럽고 그랬다. 하지만 사람 대하는 것은 깍듯하게 잘 했다”고 밝히면서 “그때 무역하는 사람 정도로 알았다. 사업 이야기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골프 건강 이야기를 주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차장은 이어 “김씨와 골프를 여러 번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잘 치지 않으니까. 그런데 김씨와 골프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좀 이상한 사람들이어서… 몇 번 같이 하자고 연락 왔는데 한 번인가 나가고 그 다음엔 나가지 않았다. 같이 치던 사람들이 나하고는 잘 안 맞았다. 김씨는 대개 언론사 간부들이나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서 골프를 했다. 그 당시 내 직책 때문에 자주 그런 모임에 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과의 만남도 기억하고 있었다.
“김병관 명예회장은 대학선배라서 기억한다. 김영완씨가 하루는 고려대 대 선배인 김병관 회장을 골프에 모신다고 해서 나오라고 했다.
김영완씨는 그때 김병관 회장과 나이 차가 많아 그런 자리를 부담스럽게 생각했는지 나를 부른 것 같다. 내가 나이로 중간쯤 되니까 나를 중간다리로 해서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진 것 같다. 내게 다리 좀 잘 놓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전 차장은 김병관 전 회장과의 만남 외에 다른 사람들과의 라운딩에 대해서는 적극 부인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과의 만남에 대해서 조심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김영완씨가 사람들 준비해 놓고 골프하자고 연락이 온다. 누가 라운딩 하는가 물어봐서 마음에 들면 나갔고 마음에 안 들면 나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는 안기부 차장 출신인 오정소씨와의 만남에 대해서는 “그때 그런 사람들과 골프를 친다고 그러기에 거절한 기억은 난다. 안기부 차장과 어울릴 처지도 못되고. 그래서 그 사람과 치지 않고 아마 다른 사람이 나왔을 것이다. 확인해 보라. 오 전 차장과는 현재까지도 인사 한번 한 적 없다. 이름은 아는데 얼굴은 서로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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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성 전 대검차장, 조해녕 대구시장 | ||
이밖에 법조계 인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인사는 전세봉 변호사(62)였다. 그는 김영완씨와 가장 라운딩을 많이 한(22회)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서울 법대를 졸업한 뒤 해군본부 검찰부장을 시작으로 해군본부 법무감(준장)으로 예편한 뒤 대통령 비서실 민정 비서관을 거쳐 조달청장(94년)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97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그와 김영완씨와의 관계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를 알고 있는 김도언 전 검찰총장은 이에 대해 “전세봉 변호사는 경북고를 나왔기 때문에 학교로는 김영완씨(중앙고 졸)와 인연이 없다.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측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오늘 통화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몇 차례 메모를 남겼지만 전 변호사는 인터뷰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전세봉 변호사, 김영완씨와 가장 라운딩을 많이 한 검찰 인사는 송종의 전 대검차장이 있다. 전 변호사와 송 전 차장은 서울 법대 동기로 매우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김영완씨와 골프를 할 때마다 거의 매번 같이 라운딩을 즐겼다. 세 사람은 고정 멤버였고 나머지 한 사람이 주로 바뀌는 편이었다. 송 전 차장은 현재 아세아시멘트와 금강고려화학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송 전 차장측은 “현재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지 않고 개인적인 일을 하는 것으로 안다. 예전부터 일체의 인터뷰를 사양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종왕 대검 수사기획관(현 변호사)과 이긍규 자민련 의원 등이 99년 11월7일 김영완씨와 골프를 했다. 송기방 변호사는 현재 김영완씨의 채권 회수 담당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소동기 변호사는 현대 비자금 사건의 박지원 전 비서실장 변호인인데 이들도 모두 김영완씨와 라운딩을 즐겼다.
정치권으로 화제를 돌려보자. 먼저 조해녕 대구시장의 경우 다른 정치인의 1~2회에 비해 빈도수가 높았다(7회). 조 시장의 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그 당시 관직에서 나와서 쉬고 있었을 때였다. 민선시장 낙선 뒤 97년부터 2002년까지 야인이었다. 놀고 있으니까 관계쪽에 있는 친구들이 골프에 끼워주어서 필드에 자주 나갔는데 김영완씨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조 시장님이 ‘놀 때 골프 친 것도 죄가 되느냐’라고 말씀하시더라. 알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친하고 그런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안동선 민주당 의원은 김영완씨와 2000년 10월4일 권노갑 전 고문 등과 함께 한 차례 골프를 했는데 “오래 돼서 기억이 안 난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한동 이훈평 박광태 의원 등의 이름도 올라 있다. 특히 권노갑 전 고문과는 모두 5차례 골프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때 동반자로는 서완수 전 기무사령관,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 사장, 이훈평·안동선 의원, 이건춘 전 국세청장 등이었다.
군 고위 장성급도 3명이 있었다. 서완수 전 기무사령관(중장)은 육사19기 하나회 출신이다. 그는 “김영완씨를 특별히 잘 모른다. 다른 사람하고 같이 골프 나갔을 뿐이지 김영완씨 때문에 나간 것은 아니다. 김씨와 아는 사람이 있어서 한 번인가 두 번 정도 라운딩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사람은 그때만 해도 베일에 싸여있던 인물이다. 그냥 어떻게 하다가 골프 한번 치고…”라고 말했다.
이문석 전 1군 사령관(대장)은 육사 17기에 역시 하나회 출신이다. 6공 때 총무처장관을 거쳐 현재는 동북아전략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궁금해 할 것도 없고 무슨 특별한 인연도 아니고 누군가 인사를 시켜 줘 알게 됐겠지. 별 친분은 없다. 잘 모른다”고 말했다.
임재문 전 기무사령관 역시 김영완씨와 골프를 했던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런 사람들이 우리 같은 사람 상대하나. 격이 안 맞다. 나이도 우리보다 10년이나 어리고…. 나는 그런 사람들 잘 상대도 안 하고 그때 처음 봤다. 다른 사람이 데려 왔겠지. 그런데 골프를 했는지 기억도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같이 라운딩했던 이건춘 전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이 전 청장은 내가 중령 때 논산에 근무할 때 처음 알았다. 그때 그는 논산 세무서장을 할 때다. 이건춘씨하고는 가끔 골프를 했다. 아마 이건춘씨가 김영완씨를 잘 아는 모양이다”고 말했다. 김씨가 군 관계자들 중 주로 정보분야의 장성들과 골프를 한 것이 이채롭다.
이밖에 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황용하 전 경찰청장, 손학래 전 철도청장 등도 있었다. 그리고 김우식 전 연세대 총장(현 청와대 비서실장)도 두 차례 김씨와 라운딩을 한 기록이 있다. 2001년 7월28일 한 차례, 2002년 5월4일 김 전 총장이 부인 손덕 여사와 함께 또 한차례 김영완씨와 골프를 한 기록이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 사실에 대해 “확인해 보겠다”고 했지만 그 뒤 연락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