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팔년 맘보파가 왜 나온답니까’
현재 북창동 밤거리에선 당시 사건에 연루된 조폭으로 범서방파에 이어 명동파 맘보파 등이 등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들 3개 파벌이 총출동, 유혈 충돌을 일으킬 뻔했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여전히 조폭의 실체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가운데 아직도 경찰이 그 실체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김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증언은 김 회장이나 혹은 그 최측근이 김 회장의 지시 또는 부탁을 받고 평소 선이 닿는 거물급 조폭이나 조폭 출신 인사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조폭 수사의 권위자로 통하는 경찰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그 얼개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강남에서 유명한 식당을 운영하는 나 아무개 씨가 있는데, 그는 80년대 범서방파의 오 아무개 씨가 행동대장으로 이름을 떨칠 때 행동대원이었다. 그 식당에 한화 측의 모 인사가 단골로 드나들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김 회장 측과 오 아무개 씨의 연결고리는 바로 이들이었다”고 전했다.
안토니파 보스 출신의 안상민 씨도 오 씨와 나 씨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김태촌 씨의 오른팔인 오 씨, 그의 핵심 부하인 나 씨 등은 그야말로 손짓 눈짓 하나로 통할 수 있는 심복관계였다. 김 씨가 이끌던 범서방파의 80년대 행동대장이 오 씨였고, 90년대 행동대장이 나 씨였다”고 설명했다.
오 씨는 <서방패밀리>에도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맘보’라는 별칭으로 김 씨의 오른팔 격으로 묘사되고 있다. 여기서 오 씨는 보스인 김 씨의 특별 지시를 받고 항상 범서방파의 선봉대에 서서 조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충직한 동생으로 등장하고 있다.
북창동 유흥업소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등장하는 조직의 이름과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남의 유흥가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안○○파’ 조직원들이 지난 폭행 사건 당시 북창동에 출현했다. 이들 역시도 호남 출신으로 조직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언론에는 범서방파니 맘보파니 하는 이름만 나온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실제 서울경찰청의 한 조폭 담당 관계자는 “맘보파는 지난 80년대 김태촌이 범서방파의 하부 조직으로 오 씨를 내세워 만든 것으로 사실상 범서방파와 구분이 없다. 두 조직은 같은 것”이라고 밝혔다. 오 씨가 이번 사건에 등장하면서 80년대의 맘보파가 다시 등장했다는 것이다.
안○○파의 실체에 대해서도 그 생소함 때문에 경찰 관계자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북창동 업소의 한 관계자는 이 조직에 대해 “강남에서 작은 유흥업소를 하나 운영하며 가끔 돈이 되는 용역 일을 맡아 하는 작은 집단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도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이 무리들이 용역을 받아 움직였다는 얘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맘보파보다는 북창동 S 클럽의 업주인 조 아무개 씨가 친분이 있는 목포 출신의 조폭 등장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는 이 인물은 과거 OB파의 거물급 인사라고 전해진다. 80년대 ‘피의 전쟁’을 거듭했던 범서방파와 OB파의 전쟁이 20년 만에 재현될 뻔했다는 얘기는 그래서 회자됐다.
하지만 안상민 씨는 조폭 간의 유혈 충돌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서방파와 OB파의 전쟁이니 하는 것들도 80~90년대나 있던 얘기다. 이젠 고향 출신지별로 광주 식구니, 목포 식구니 서산 식구니 하는 식의 구분은 있을지언정 과거 파벌의 전쟁은 없다. 서로 다 얼굴 알고 지내며 무슨 경조사나 행사 있을 때마다 다들 만나서 인사하는 처지에 갑자기 무슨 전쟁인가”라고 일축했다.
결국 이번 김 회장 조폭 동원설과 관련해서는 ‘아들을 폭행한 이들이 유흥업소 관계자라는 사실을 파악한 김 회장 측이 업소와 유착된 조폭의 등장을 우려해서 미리 손을 쓸 수 있는 선을 모두 동원해서 거물급 조폭이 나서도록 한 것’으로 보는 정황이 유력하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