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당신 인정 못해!’
그러자 김 대표가 “정부가 새로운 계산법을 작년에 만들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최 부총리는 “그건 공기업 부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GDP 대비 35.8%는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재차 “공기업 쪽도 감안해야 되지 않느냐. 새로운 계산법에 의하면 (총 국가부채가 GDP의) 60%가 넘는다”고 말했고, 최 부총리는 “그렇게 관리하는 통계가 따로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도 김 대표가 다시 이 문제를 거론하자 최 부총리는 “미국의 경우는 공기업 부채를 재정건전성을 산출하는 데 포함하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김 대표는 다시 “미국은 공기업이 거의 없고, 우리나라는 수자원공사를 포함한 공기업이 많은 부채를 지는 게 현실인데 이를 넣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에선 이날 최 부총리와 김 대표 공방을 두고 여권 내 잠재돼 있는 계파 갈등이 표출된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 부총리와 김 대표가 각각 친박과 비박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까닭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둘 사이의 미묘한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김 대표는 한때 ‘박근혜의 남자’로 불렸던 인물이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으며 선거를 이끌었다. 당시 초선이던 최 부총리는 종합상황실장이었다. 정치적 무게감을 놓고 봤을 때 김 대표가 최 부총리보다 한 발 앞서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후 2012년 전세는 역전됐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 캠프 비서실장을 맡으며 최측근으로 급부상했다.
반면 김 대표는 2007년 경선 이후 박 대통령과 요원해졌고 대표적인 ‘탈박’으로 통했다. 김 대표는 2012년 대선 기간 ‘친박 2선 후퇴론’으로 인해 최 부총리가 물러난 후 캠프에 합류해 대선 승리에 기여하긴 했지만 박 대통령과의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고, 결국 비박계 지원을 받아 당 대표에까지 올랐다. 이처럼 박 대통령 핵심 측근 자리를 번갈아 맡았던 둘 사이는 그다지 가까운 것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이렇게 귀띔했다.
“쉽게 말하면 김 대표는 최 부총리를 한수 아래로 본다. 의원이나 캠프 경력 등 모든 면에서 후배라고 생각한다. 지금 최 부총리가 정권 최고 실세인 것을 김 대표가 인정할지 잘 모르겠다. 뿌리부터 친박인 최 부총리의 경우 김 대표를 믿지 못할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때 같은 캠프에서 동고동락했던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을 향해 좋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을 본 뒤 등을 돌렸다고 한다.”
김무성 최경환, 두 실세의 미묘한 관계가 앞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