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말고도 3명 더 있다?
▲ 신 씨의 귀국 장면.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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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몹시 불편하고 불안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사실들이 터져나오는 상황이지만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들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안개 속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 접수 44일 만에 이뤄진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인해 신 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58)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실로 드러나기는 했지만 변 전 실장은 이 사건에 개입된 인물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과연 신 씨 뒤에 또 다른 ‘몸통’이 존재하는 걸까. 대체 이 사건의 끝은 어디일까.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신정아 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했다.
1 - ‘신의 숨겨진 남자들’은 누구?
신 씨가 미술계 원로작가들을 비롯해 각계 유명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다는 것은 미술계 관계자나 지인들의 입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된 바 있다. 또 신 씨 스스로도 몇몇 유력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해왔으며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량감 있는 각계의 인사들에게 고가의 선물과 꽃바구니 등을 챙기는 성의를 보였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그간 신 씨와 유력인사들 사이의 특출한 인맥은 신 씨 특유의 수완 덕분에 맺어진 것 정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변 전 실장과의 관계를 시작으로 신 씨는 또 다른 정·재계 유력인사들과의 위험한 스캔들도 있지 않았나 하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신 씨와 은밀한 관계를 맺었던 인물은 변 전 실장 한 명이 아니라는 소문까지 주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신 씨의 누드 사진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몸로비’ 의혹까지 불러일으키며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신 씨의 어머니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변 씨와는 예일대학교 선후배일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곱게 키운 딸이 만나는 사람이 없어 마음이 아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35세의 커리어우먼 신 씨는 원로작가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일벌레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신 씨의 의도적 접근에 의한 것이었든, 신 씨를 좋게 본 인사들의 주선에 의한 것이었든 간에 신 씨의 화려한 로비를 시사하는 얘기들이 주위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 씨가 주위의 의심을 살 만큼 가깝게 지냈다는 남성들은 미술계 원로작가나 변 전 실장 같은 중년의 유력인사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술인은 물론 청년 실업가와 기업인, 의사와 기자 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남성들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신 씨와의 ‘데이트’ 기억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신 씨와 각별한 관계였던 것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문학가 A 씨, 조각가 B 씨, 설치미술가 C 씨 등으로 이들은 모두 30대 중반에서 후반의 나이다.
더욱이 ‘신 씨의 누드사진이 원로화가 D 씨의 집에서 발견됐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한때 연인관계에 있던 C 씨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번지면서 신 씨의 남자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신 씨 스캔들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청탁이나 부조리가 없었는가 하는 점이다. 신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 전 실장) 정도가 배후라면 (배후라 할 만한 사람은) 수없이 많다”는 식의 얘기를 남겼다. 변 전 실장을 보호하기 위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만남’의 대상들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 - 핵심 인물들 왜 지척에 모여 살았나?
신 씨는 지난 1월 서울 대신동 12X-X의 원룸에서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60만 원이 넘는 내수동의 K 오피스텔 3단지 11층으로 이사 왔다. 그리고 변 전 실장은 신 씨의 오피스텔과 세종로 길 하나를 두고 있는 수송동의 S 레지던스 호텔에서 거주해왔다.
자연을 사랑해서 과천의 전원주택에 거주해온 변 전 실장이 지난해 7월부터 이 호텔에 머무른 이유는 무엇일까.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일하면서 출퇴근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는 게 주변의 설명이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이 많다.
변 전 실장이 올 7월까지 이곳에 머무르면서 지불한 방값은 가장 저렴한 방을 이용했다 쳐도 최소 6000만 원에 달하는데 이는 변 전 실장의 공식적인 연봉(8941만 원)의 70%에 육박하는 액수다. 이러한 사실은 신용불량자였던 신 씨가 고급 오피스텔에 거주할 수 있었던 이유와 변 전 실장과 지척거리에 살았던 이유 등과 맞물려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확인 결과 800m 거리에 있는 두 사람의 집은 걸어서 10분 거리로 신 씨의 오피스텔에서는 변 전 실장의 오피스텔이 한눈에 바라다 보였다. 특히 신 씨가 거주했던 방은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곳으로 좀처럼 매물이 나오지 않아 입주하기가 힘든 방이라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이다.
▲ 신정아 씨 오피스텔에서는 변 전 실장의 오피스텔이 한눈에 바라다 보인다. | ||
이에 대해 홍 전 총장 측은 “시나리오 작가인 둘째딸을 위해 빌린 것으로 본인은 가끔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홍 전 총장이 여의도 자택과 동국대 측에서 마련해준 연구실을 두고도 굳이 신 씨와 같은 오피스텔에 전세 계약을 한 이유는 석연치 않다. 특히 신 씨 사건이 불거진 긴박한 와중에도 사건의 핵심인물인 신정아-변양균-홍기삼 세 사람이 ‘이웃사촌’으로 살아왔다는 것은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3 - 변 전 실장이 결국 당했다?
미술이라는 매개체로 시작된 ‘변-신’의 석연치 않은 관계는 ‘린다 김 사건’ 이후 대한민국 최대의 스캔들로 번질 전망이다. 둘의 관계를 순수한 로맨스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권력형 꽃뱀’사건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변 전 실장의 평소 성격이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측근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변 전 실장의 측근들은 오랫동안 공직에 몸담았던 변 전 실장이 뒷일을 생각 안 하고 그렇게 엄청난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한 측근은 “변 전 실장은 진지하고 논리적인 사람으로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다. 또 고위 관직에 있다고 해서 뻣뻣하게 굴지 않고 매너도 좋고 겸손했다. 사람인 이상 신 씨에게 매력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매사 합리적이고 철두철미한 그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정말 의외”라고 전했다. 또 다른 측근은 “사생활이 복잡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헐렁한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인생을 엉터리로 살 사람이 아닌데 이런 일에 휘말리다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 전 실장의 측근들은 남녀 문제는 두 사람만 아는 문제로 예측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번 사건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변 전 실장은 공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아무하고나 쉽게 친해지는 마당발이 아닐뿐더러 지저분한 스캔들을 벌일 사람도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생겨나는 의문은 그렇게 철두철미하고 맺고 끊음이 분명한 변 전 실장이 하필이면 신 씨와 같은 ‘불안한’ 인물과 사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느냐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변 전 실장이 (신 씨에게) 철저히 당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예일대 후배를 자처하던 신 씨를 만나 미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까운 사이가 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정황. 이후 두 사람의 사이가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했고 변 전 실장은 물심양면으로 신 씨를 돕게 된다. 이렇게 불안한 관계를 이어가던 중 뒤늦게 제자리로 돌아가길 원했던 변 전 실장이 신 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했지만 이때부터 거꾸로 신 씨에게 발목을 잡혀 끌려다니게 됐다는 시각이다.
변 전 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 중이던 기간에 과거 신 씨의 허위 학력 문제를 제기했던 장윤 스님과 친구를 통해 부랴부랴 접촉하고 귀국 후 급히 만나게 된 것도 신 씨의 ‘압력’ 때문이라는 것. 만약 당시까지 변 전 실장이 신 씨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면 사전에 이미 신 씨의 처지를 알게 됐을 것이고 장윤 스님과의 만남도 훨씬 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다. 지난 1일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변 전 실장의 부인을 청와대로 불러 위로한 것도 변 전 실장의 행위가 고위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것이지만 동정의 여지가 있다는 상황 판단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동정론자’들의 시각처럼 만약 변 전 실장이 뒤늦게나마 신 씨로부터 벗어나려 했다면 신 씨는 대체 무엇으로 이런 변 전 실장의 발목을 붙잡았던 걸까. 둘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의 흔적이나 그간 변 전 실장이 신 씨의 행보를 도운 구체적인 사실들이 변 전 실장에게 무거운 족쇄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변 전 실장의 한 측근 인사는 “우리끼리는 ‘아무래도 변 전 실장이 이용당한 것 같다. 불쌍하다’는 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4 - 신 씨 왜 물증 그대로 뒀을까?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신 씨의 오피스텔에서는 변 전 실장이 구매한 고가의 명품 진주목걸이와 자필 메모 등 둘의 각별한 관계를 입증해주는 물품들이 발견됐다. 이에 한때 법적 대응 의지를 전하며 신 씨와의 관계를 부인해왔던 변 전 실장은 그동안의 ‘거짓말’을 멈추고 물러났다.
하지만 허위학력 파문이 불거진 지 이미 몇 달이 지났고 이미 ‘예고’됐던 검찰의 압수수색조차 뒤늦게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신 씨가 자신의 뒷배에 대한 결정적 물증을 없애지 않은 것은 미스터리다. 신 씨가 평소 두세 개의 휴대폰을 번갈아 사용할 정도로 ‘보안의식’이 남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 신정아 누드 사진이 실린 <문화일보> 13일자. 사진 유출경위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종현 기자 | ||
특히 신 씨는 변 전 실장이 보낸 이메일을 하드디스크 4곳에 따로 나눠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노골적인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굳이 한글파일로 복사해 따로 저장해 놓은 이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 씨가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인 변 전 실장과 사이가 틀어질 것을 대비해 둘의 관계를 입증할 물증을 보관해뒀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신 씨가 이러한 물증들을 이용해 변 전 실장을 마음대로 조종했을 가능성도 있어 결국 변 전 실장이 당했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둘의 부적절한 관계가 발각될 경우 고위 공직에 있는 변 전 실장이 입을 데미지는 신 씨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이라는 점을 신 씨가 이용했다는 얘기다.
한 미술계 인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의 문제였을 뿐 신정아의 파멸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가짜임이 드러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것은 분명한 것이고 뭇 남성들과의 부적절한 행각이 드러난다 해도 거짓으로 점철된 신 씨의 삶은 도덕적인 비난만 감수하면 더 잃을 것도 없는 막장인생이었다”라고 말했다.
5 - 전격 귀국과 버티기 그 내막은
해외도피 중이던 신 씨가 16일 오후 전격 귀국했다. “논문 표절을 고졸 학력으로 끌어내린 언론에 할 말이 없다”는 말을 남기고 뉴욕 공항에서 모습을 감춘 지 두 달 만이다. 신 씨는 인천공항에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하고 최근의 의혹에 대한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과연 신 씨가 전격 귀국한 까닭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자신의 누드사진까지 공개되며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며 ‘진짜 몸통’을 보호하고 변 전 실장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없지 않다. 심지어는 ‘진짜 몸통’에게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최근 도를 넘는 듯한 보도에 대응하기 위한 위협성 행동이 아닌가하는 조심스런 분석도 있다.
한편 신 씨는 귀국에 앞서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학력이나 변 전 실장과의 관계 및 비호 의혹 등을 부인하고 누드사진은 합성된 것이라는 주장하는 등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며칠 전 한 일간지와의 회견에서 “예일대 박사 학위는 2005년 5월에 분명히 받았다”, “난 변 실장을 모른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검찰의 수사를 통해 하나씩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임에도 신 씨가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이유도 미스터리다. 일부에서는 신 씨가 스스로 했던 거짓말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공상허언증(空想虛言症)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보호해줄 무엇인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버티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신 씨가 귀국하던 날 변 전 실장도 검찰에 소환됐다.
6 - 신 씨 누드 사진 누가 왜?
<문화일보>가 공개한 신 씨의 누드사진을 둘러싼 의문도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 ‘사진이 합성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누가 왜 사진을 촬영했으며 또 어떤 경로를 거쳐 유출된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일부 네티즌들은 문제 사진의 주변이 흐릿하고 발이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점 등을 들어 합성사진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일보> 측은 사진이 촬영된 장소를 알아볼 수 없도록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한 결과일 뿐 사진의 실체는 분명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 씨의 누드사진은 누가 왜 촬영한 것일까. 미술계 일각에서는 신 씨 사진의 배경 모습이 사진작가 E 씨의 작업실과 비슷하다고 지적하며 문제의 사진이 E 씨의 작품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미술계 관계자는 “신 씨와 연인관계이던 미술가 C 씨가 추억 삼아 촬영한 것으로 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신 씨가 원로작가 D 씨의 모델이 된 것을 기념해 촬영한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미술계의 전언과 소문대로라면 신 씨의 누드사진은 ‘사적인 영역’에서 촬영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즉 특정 로비나 청탁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불거지는 의문은 왜 이 시점에서 신 씨의 누드사진이 언론에 유출됐을까 하는 점이다. <문화일보> 측은 문화계 인사의 집에서 문제의 사진을 발견한 것으로 보도했다. 단순한 관리 부실로 사진이 유출된 것일 수도 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또 다른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사진에 대한 정보를 흘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심지어 신 씨 사건이 더 윗선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물타기 아니냐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과연 신 씨 사진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