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한번 더’ 지역구 안착 안간힘
재선을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총선을 2년여 앞두고 벌써부터 지역구 입성 채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국회 본회의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새누리당에서 현재 당협위원장을 받은 비례대표 의원은 민병주(대전 유성) 박창식(경기 구리) 손인춘(경기 광명을) 이재영(서울 강동을) 조명철(인천 계양을) 이상일(경기 용인을) 의원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총선이 2년 넘게 남은 시점부터 27명의 비례대표 중 6명에게 한꺼번에 당협위원장을 줬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례대표들은 “일찍 당협위원장이 될수록 선거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지역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어떤 전략으로 나갈 것인지 제각각 고심 중이다. 강동을 당협위원장인 이재영 의원의 측근은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이 의원이 엘리트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봤다. 그래서 지역에 가서 주민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는 등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원실 관계자도 “강동을 지역구 자체가 연령대가 높다. 이 의원의 겸손한 성격이 주민들에게 좋은 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세가 강한 경기도 구리 당협위원장인 박창식 의원은 현역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야당 지역구 의원과 경쟁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박 의원은 “왜 새누리당이 이 지역에서 정권을 잡지 못했는지부터 해결해야 한다. 구리시에는 나까지 해서 현역 국회의원이 2명이다. 지역구 의원과 현역으로 경쟁하는 입장인 것이다. 또한 지역에 있는 새누리당 당원들을 모아 교육하면서 당심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 유성구 당협위원장을 따낸 민병주 의원은 전당대회 후 개소식을 열어 현 지도부의 축하를 받으며 화려하게 활동을 시작했다. 민 의원은 이날 개소식에서 여성 과학자라는 전문성을 강조하며 “유성은 세계적 과학문화도시로 성장해야한다”고 공략하기도 했다.
당협위원장들이 공식적으로 지역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데 비해 아직 당협위원장 자리를 받지 못한 새누리당 비례대표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다수 비례대표 의원들이 속으로 몇몇 지역구들을 마음에 두고 있지만 전당대회 후 당권이 김무성 대표로 바뀌면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당협위원장을 받은 의원들이 아니면 대놓고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당 대표 바뀐 지 얼마나 됐다고 나서겠느냐”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또 다른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의원이 당직을 맡으며 당내에서 역할을 했지만 자리가 나는 곳이 없는 데다 당에서도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아 지역구 선정 문제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지역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 의원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벌써부터 사무실을 차리는 등 적극적으로 지역구를 선점한 의원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마곡지구가 있는 서울 강서을 지역이다. 해당 지역은 마곡지구의 인구수가 급증하면서 지역구가 쪼개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높다고 점쳐지고 있다.
강서을은 김효석 전 의원이 2013년 말 탈당하면서 공석이 되자 비례대표인 남인순 진성준 한정애 의원이 경쟁을 벌였다. 당내에서는 최근 지역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진성준 한정애 의원 구도로 좁혀졌다는 분석이 많다. 한 새정치연합 비례대표의원실 관계자는 “남인순 의원은 경기도 쪽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남 순천 지역도 청년 비례대표인 김광진 의원이 일찌감치 선점한 곳이다. 대학 때까지 순천에서 지낸 김 의원은 비례대표가 되자마자 순천을 자주 왕래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의정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좋은 평판을 받고 있어 최근에는 사무실을 두고 보다 적극적으로 순천 지역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재·보궐 선거에서 서갑원 새정치연합 의원이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에게 패하면서 새 인물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데다 호남을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과 친분이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는 평이 많다.
김 의원처럼 일찍부터 본인의 출마 지역을 정한 이는 배재정 의원이다. <부산일보> 기자 출신인 배 의원은 지난 7월 <재정아, 부산 가자>라는 책을 펴내며 부산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배 의원은 출판기념회 초청장에도 “저에겐 꿈이 있다. 제가 나고 자라고 사회생활을 한 부산을 바꾸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제주도 출신인 장하나 의원도 자신의 고향을 지역구로 염두에 두고 있다. 제주도 연동 선거구에 도의원으로 출마한 경험이 있는 장 의원은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입법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윤 의원의 제주도 서귀포시 지역구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시절 맡았던 지역구 대신 다른 지역구를 노리는 비례대표 의원도 있다. 김현 의원은 민주당에서 강릉지역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었지만 최근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앞장서면서 이번에는 안산 지역구에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해당 지역 정세를 잘 아는 정치 관계자는 “김현 의원이 김영환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 상록을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지역구 결정에 적극적인 의원들이 있는가 하면 최근 풍비박산 직전인 당의 분위기 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몇몇 지역들을 살펴보고 있는 의원들도 있다. 또한 본인이 결정한 지역에 어느 비례대표 의원이 나와 경쟁하게 될지에 대한 눈치작전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은수미 진선미 김기식 최민희 의원 등은 유리한 지역구들을 고심하고 있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새정치연합 비례대표 의원실 관계자는 “대부분의 비례대표들이 노리는 지역은 수도권 중에서 현역 의원이 없으면서도 지역위원장이 노쇠하거나 경쟁력이 없는 지역들이다. 송파병, 강동을, 동작을, 서대문을 등의 지역구와 인천, 경기도 지역이 인기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은수미 의원은 오히려 지역위원장보다는 전략공천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은수미 의원실 보좌관은 “전략공천은 더 (당선될) 현실성이 없는 일이다. 재선 여부를 고민하는 의원들은 지금 시점에서 모두 지역구 고민을 하지 않겠나. 은 의원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