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미 아니어도 “위드미” 간판 교체 시간문제?
신세계 편의점 위드미는 다른 브랜드 편의점에도 위드미 상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 확장을 시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일요신문 DB
한바탕 소란이 일었던 편의점 업계는 겉으로는 평정을 되찾은 듯 보인다. 그러나 시장의 눈과 귀는 여전히 위드미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오랜 업력의 메이저 브랜드는 물론 개인편의점부터 동네 슈퍼마켓까지, 위드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사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선언하면서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전국 5개 대도시에서 10여 차례 사업설명회를 열었는데, 5000여 명의 창업희망자가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신세계 측에 따르면 이후에는 사업설명회를 추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인수 당시 90여 개였던 위드미 점포수는 현재 180여 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의전화는 지금도 하루 평균 1000통이 넘는다는 소식이다. 과정에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홈플러스 편의점 ‘365플러스’가 2년 9개월 만에 100호점을 돌파한 것과 비교해도 성장속도가 빠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대기업 편의점과 다른 운영 방식에 신세계 후광효과가 더해져 예비창업자들은 물론 기존 편의점 운영자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한다. 기존 편의점과 위드미의 가장 큰 차이는 본사와 점주 간 상생을 목표로 ‘노(NO) 로열티’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 위드미의 가맹 모델은 △계약기간 2년, 월 회비 60만 원, 인테리어·영업장비 모두 점주 부담 △계약기간 5년, 월 회비 110만 원, 인테리어 또는 영업장비 점주 부담 △계약기간 5년, 월 회비 150만 원, 인테리어·장비 본부 대여) 모두 세 가지다.
접근 방식도 달랐다. 위드미는 사업 시작 당시 상권 개발을 통한 신규 출점보다 계약 종료를 앞둔 기존 대기업 계열 편의점과 저조한 매출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편의점을 대상으로 브랜드 전환을 통한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사업설명회 당시에도 설문조사 결과 참석자의 30% 정도가 기존 편의점 운영자인 것으로 파악됐고, 실제로 위드미 간판을 새롭게 단 편의점의 상당수가 대기업 편의점을 운영했거나 개인편의점을 운영하던 사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 반응 조사 결과, 기존 대기업 편의점 운영자의 경우 매출이익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높은 로열티, 24시간 강제영업, 중도 해지 위약금 등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개인편의점 운영자들은 보다 양질의 상품 공급, 체계적인 관리 등의 기대감에 브랜드 전환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품구색과 아직까지 높지 않은 브랜드 인지도 등은 단점으로 꼽혔다.
실제로 위드미가 편의점 사업을 본격적으로 예고한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추가로 개설된 점포만 보자면 40여 곳으로, 같은 기간 다른 대기업 브랜드 점포 개설 수(CU 55개, GS25 34개)에 비해 점포 속도가 그렇게 빠른 상황은 아니다. 한 개인편의점 운영자는 “로열티나 월 회비나 매출이 높지 않은 점포의 경우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가맹비 면제 등 파격적인 혜택이 없어서 좀 더 지켜보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드미가 새로운 방식의 사업 확장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간판을 바꾸지 않은 편의점에 위드미 상품을 공급한다는 것.
신세계 측에서도 1년 동안 편의점 관련 상품준비를 하면서 심혈을 기울인 것이 바로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분야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위드미는 일반적으로 담배에 집중되는 편의점 매출을 신선식품, 가정간편식 등의 제품군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고객층을 30~40대 주부 및 1인 가구 등으로 확대, 매출 다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신세계그룹의 식품 제조 유통업체인 신세계푸드는 자회사인 신세계SVN(구 조선호텔베이커리)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신세계SVN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에 입점한 제빵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자회사다.
중소브랜드 편의점 운영자는 “신선식품과 가정간편식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중소 브랜드는 상품 경쟁력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 위드미와 상품 공급과 관련한 얘기가 오가고 있어 향후 매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간판을 바꿔달지 않고도 적정한 마진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 공급이 이뤄진다면 받을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위드미 상품으로 채워나가다 보면 나중에는 결국 간판까지 바꿔달지 않겠느냐. 조건이 괜찮다면 긍정적으로 고민해 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메리츠증권 유주연 애널리스트는 “이마트가 뒤늦게나마 편의점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편의점의 잠재 성장성이 충분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며 신세계푸드와 이마트 PB의 신선식품 공급으로 외식업 수요와 근린형 소매점포 수요를 충족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