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프렌즈·핀테크 등 여러 사업에 영향 전망…한국 정부 신중론에 ‘굴종외교’ 비판 목소리도
라인 운영사인 라인야후 최대주주는 지분율 64.5%의 에이홀딩스다. 에이홀딩스의 주주는 △일본 소프트뱅크 50% △네이버 42.25% △네이버제이허브 7.75%로 구성돼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제이허브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네이버 측이 사실상 에이홀딩스 지분 50%를 갖고 있는 셈이다. 사실 라인의 옛 최대주주는 네이버였다. 그러나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가 2019년 합병을 결의하면서 현재와 같은 주주구성이 이뤄진 것이다.
일본 당국은 최근 네이버에 에이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약 51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었다. 일본은 당시 개인정보 유출 원인으로 과도한 네이버 의존도를 지목했다. 동시에 라인야후와 네이버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다. 여기서 말하는 ‘자본 관계 재검토’란 네이버의 에이홀딩스 지분 매각으로 풀이된다. 라인야후는 재발 방지책을 제출했지만 일본 정부는 오는 7월 1일까지 추가 개선책을 제출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4월 2일 “네이버는 일본 정부로부터 라인야후 지분을 축소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라며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의 진행 상황을 조사하고, 오는 7월 예정된 개선책에 앞서 추가적인 개선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네이버는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네이버 입장에서 에이홀딩스와 라인야후는 중요한 관계사다. 당장 네이버는 지난해 에이홀딩스로부터 1206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하는 등 상당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네이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이홀딩스는 지난해 매출 16조 5819억 원, 영업이익 1조 4004억 원을 거뒀다.
네이버의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 운영 주체는 아이피엑스다. 아이피엑스 주주는 △Z중간글로벌주식회사(Z Intermediate Global Corporation) 52.16% △캐시스홀딩스(Kaisis Holdings) 25.48% △네이버 22.36%로 구성돼 있다. Z중간글로벌주식회사는 라인야후 자회사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절반을 갖고 있는 만큼 아이피엑스 경영권은 사실상 네이버에 있다. 실제 김성훈 아이피엑스 대표도 네이버 출신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에이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면 라인야후, Z중간글로벌주식회사, 아이피엑스, 세 회사의 경영권도 소프트뱅크에 넘어가게 된다. 라인야후와 Z중간글로벌주식회사는 일본 현지법인이지만 아이피엑스는 서울시 용산구에 본사를 둔 엄연한 한국 법인이다. 아이피엑스의 지난해 매출은 1471억 원이다. 특히 라인프렌즈는 카카오의 캐릭터 ‘카카오프렌즈’ 대항마라는 상징성도 있다. 네이버가 아이피엑스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라인야후는 라인파이낸셜 지분 100%도 갖고 있다. 네이버는 그간 라인파이낸셜의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 왔다. 황인준 라인파이낸셜 대표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라인파이낸셜은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핀테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라인파이낸셜은 2018년 태국 카시콘은행과 합작법인 ‘카시콘라인’을 설립했고, 2021년에는 대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라인뱅크’를 출범시켰다. 라인파이낸셜의 핀테크 역량 상당수는 라인이 네이버 자회사였던 시절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파이낸셜은 현재도 네이버 정보통신(IT) 기술에 상당한 의존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프트뱅크가 라인파이낸셜 경영권을 획득하면 네이버가 공들여 개발한 핀테크 기술도 고스란히 넘어가게 된다.
네이버는 그간 라인을 통해 일본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왔다. 일본뿐 아니라 상당수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라인이 주요 메신저 앱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네이버가 에이홀딩스 지분을 매각하면 향후 해외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일본 시장의 낮은 디지털 침투율과 거대한 내수 시장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네이버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다”라며 “라인야후의 지분율이 축소된다면 일본 인터넷 시장의 미래 성장에 따른 수요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이 지지율 반등을 위해 라인을 이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 4월 28일 3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치렀다. 선거 결과 자민당은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은 20%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현지 언론에서도 “자민당 내에서 라인야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킹 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가 원인분석과 재발방지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보완조치나 벌금 등의 페널티가 아닌 지분정리까지 요구한 것은 지나친 압박”이라며 “일본이 사이버 보안 대책을 명분 삼아 매월 9600만 명이 넘는 자국민들이 이용하는 라인의 경영권에서 한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지금의 부당한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역시 “해당 사안은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따른 후속 행정지도와 관련한 것으로 한일 외교 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과기정통부는 네이버와 협의해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일본에 공식적인 항의는 하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도 ‘지원이 필요할 경우’라는 단서를 다는 등 전반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이에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선인은 SNS에서 “윤석열 정부는 대일굴종외교를 당장 중단하고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마련하라”며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일본 외교청서와 일제 강점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했다는 일본 역사교과서 소식을 듣고도 기시다 총리와 반갑게 통화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자세부터가 문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