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두뇌돼 ‘행복한 세상’ 꿈꾸나
▲ 김성호 전 장관 | ||
노무현 대통령이 현 정부 최고의 사정기관으로 엄지를 추켜세웠던 국가청렴위의 사무처장 자리만 2년 7개월, 자리보전이 그토록 어렵다는 법무부 장관직도 1년 넘게 고수했다. 분명 참여정부에서 비중 있는 인물, 없어서는 안 될 사람, 인정받은 공직자였다.
그렇지만 소위 말하는 ‘코드 인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주요 정책 결정 사안을 놓고 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386들과 번번이 부딪쳤던 게 그다. 결국 이런 갈등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모양새가 그다지 좋지 않게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이처럼 현 정부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연 때문인지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김 전 장관의 장관 사임 이후 행보에 큰 관심이 모아졌었다.
일각에서는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정치권 진출설’이 유력하게 불거지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직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386들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정계 진출 가능성은 더욱 힘을 얻었다. 내년 총선에서 고향(경남 남해)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한 발 더 나아가 같은 고려대 출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캠프의 합류설까지 무게 있게 거론됐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에 관심에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계 진출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신 김 전 장관의 인맥이 이명박 정부 탄생을 앞두고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김 전 장관이 최근 설립한 재단법인 ‘행복세상’의 이사진이 주목의 대상이다. 이 당선자와 인연이 깊거나 이번 인수위에서 주요 보직을 맡은 인사들이 여럿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이 이끄는 재단이 서서히 이 당선자의 ‘싱크탱크’로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행복세상’은 다양한 공익활동과 연구를 통해 필요한 정책을 관계 당국에 건의하고, 기업과 사회의 상생적 발전을 위한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전개할 목적의 공익재단으로 지난해 12월 6일 출범했다.
김 전 장관이 행복세상을 세우면서 내건 주된 ‘모토’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자’는 것. 김 전 장관과 행복세상의 ‘친(親)기업적 마인드’부터가 이 후보의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하고 있는 점이 우선 주목할 만하다.
‘행복세상’의 이사진은 대표권을 가진 김 전 장관을 포함해 11명.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이번에 출범한 인수위에서 법무·행정 분과 간사에 임명된 정동기 전 법무부 차관(54)이다.
사시 18회인 정 전 차관은 현 정부에서 승진 누락 없이 지검장, 고검장, 차관, 대검 차장직 등 엘리트 코스를 두루 거친 인물. 이 당선자와 각별한 사이는 아니나 지난 8월 도곡동 땅 수사 발표 당시 검찰 인사 중 가장 먼저 “이 당선자의 땅으로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혀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사진의 일원인 이팔성 전 우리증권 대표이사(63·현 서울시교향악단 대표)의 경우 이 당선자와 고려대 동문으로 금융계 최측근 인맥으로 분류된다.
▲ 정동기 전 법무차관(왼쪽), 이팔성 전 우리증권 대표 | ||
역시 행복세상 이사로 한국경제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영선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60)도 이 당선자가 경제 분야에서 상당히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미 인수위에서 몇 차례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는 후문.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66학번으로 동기인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학계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거리낌 없이 비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학자로 꼽힌다.
한국경제학회는 물론, 비교경제학회, 통상학회, 국제경제학회 등에서도 회장을 지낼 정도로 학계에서 덕망이 높다. 합리적 중도, 실용주의를 신봉하는 학문적 성향이 이 당선자의 경제 정책 스타일과 잘 부합한다는 평. 절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도 이 당선자와 궤를 같이한다.
윤은기 IBS 경영컨설턴트그룹 회장(56)과 채이식 고려대 법대 교수(58)는 이 당선자와 ‘고려대 인맥’으로 묶인다. 해상법과 보험법의 귄위자로 꼽히는 채 교수는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신임 대법관 임명에서 유력한 후보군으로 올라있기도 하다.
또한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인 이윤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53)와 김상열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60)도 경제 분야에서 인수위와 자주 접할 것으로 보이는 경제전문가들이다. 김 전 장관이 이끄는 행복세상 인맥이 향후 어떤 활동을 벌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재영 기자 elegan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