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24일 조계사를 방문해 ‘108배’를 올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 ||
박 대표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는 독실한 불교신자였다. 육 여사는 서울 근교 도선사에서 자주 불공을 드렸는데 그곳 주지를 지낸 바 있는 대선사 청담스님으로부터 ‘대덕화’(大德華)라는 법명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영부인 권양숙 여사도 지난 2002년 10월 대선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큰스님 법전스님으로부터 이 ‘대덕화’라는 법명을 받은 것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불교계를 의식해 권 여사가 법명을 받았다는 후문도 있었다. 권 여사는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대덕화’라는 이름은 너무 커서 불자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스님들께 떼를 쓰고 싶다. 노 후보를 도와달라”며 불교계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당시 상대 후보였던 이회창씨의 부인 한인옥 여사는 97년 대선 패배 뒤 불교계 표를 얻기 위해 5년 동안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법명을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불교계에서는 한 여사가 잘 알려진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법명 주는 것을 꺼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대덕화’라는 법명이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었다는 말까지 나왔던 것이다. 퍼스트레이디였던 육영수 여사의 법명과 권 여사의 법명이 같은 것도 이런 말에 무게를 더해 주기도 했다.
박 대표의 법명도 이런 관점에서 보기도 한다. ‘대덕화’라는 ‘행운’의 법명이 그의 대권가도에 더 큰길을 열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에게 법명을 받으라고 전달했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재보선을 앞두고 불교색이 강한 경남지역 표를 모으기 위해서는 법명을 받는 것이 좋다고 박 대표측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왕 받으려면 새 것을 받지 말고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법명을 그대로 이어받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해주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뒤 박 대표측에서 아무런 답변이 없어 이 일은 흐지부지되었다고 한다.
이 인사는 이에 대해 “법명을 받으려면 불교에 ‘귀의’해야 한다. 박 대표는 무교인 데다가 법명을 받으면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행보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 대표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108배’를 하는 등 불교계에 전향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에 앞으로 박 대표의 이름 앞에 ‘대덕화’라는 법명이 덧붙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