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만이 사는 길”
―이렇게 큰 당구장은 처음 본다.
▲요즘엔 모든 게 대형화 추세다. 극장이나 술집도 대형화하고 심지어 식당도 대형화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형화되지 않은 게 거의 없다. 대형화가 아니면 뭘 하든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내 판단이다.
―하지만 당구장을 대형화한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쉽지 않다. 당구장을 찾는 이들은 당구장에서 큰돈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당구대당 10분에 1500원이라는 작은 돈을 끊임없이 모아야 겨우 운영이 가능하다. 사실 한 시간이 넘도록 몇 명이서 함께 즐기고 1만 원 남짓의 돈을 지불하면 되는 곳이 그리 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가 아닌가.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생각을 달리 하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형 당구장이 가지는 다양한 이점들을 살리면 수지를 맞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당구장은 주변 고등학교와 제휴해 학생들의 특별활동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또 주변의 중소 당구장 손님들이 거의 이리로 몰리고 있다. 당구장 이용자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당구대회 개최 등 각종 이벤트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영화 촬영장소로 이곳을 임대해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초대형 당구장을 열게 된 이유를 자세히 알고 싶다.
▲우연히 친구와 당구장에 갔다가 우리나라 당구문화가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에선 당구가 신사적인 고급 스포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동네 한량들이 즐기는 소수의 저질문화 정도로 인식돼왔던 게 사실이다. 국내 프로 당구선수들 중엔 세계 10위권 이내의 정상급 선수들도 있지만 상당수의 생활은 궁핍하기 짝이 없다. 이런 문화를 바꾸어보고 싶었다. 당구를 보다 고급화하면 비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주로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나.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많이 오고 특별활동을 하러 오는 고등학생들도 적지 않다. 당구를 스포츠라고 말하는데 개인적으론 전형적인 서민 오락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을 운영해 보니 손님들은 서민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얼마 안 되는 비용이라도 손님들이 서로 십시일반으로 이용료를 내는 경우가 많다.
―매상은 평균 얼마나 되나.
▲그건 밝히기 좀 곤란하다. 오픈 초기엔 계속 적자였지만 얼마 전부터 서서히 매상이 오르고 있다.
―단골도 많이 확보했을 것 같다.
▲단골손님들이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짧게 즐기다 가는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엔 휴일 아침에 와서 저녁 늦게까지 치고 가는 손님도 적지 않다. 9시에 와서 저녁 11시까지 치고 가는 손님도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손님들이 평균 3~4시간은 기본으로 치고 가는 것 같다.
―서울이 아닌 일산에서 문을 연 까닭은.
▲서울에선 이렇게 대형 업소를 오픈하기가 쉽지 않다. 임대료도 비싸지만 장소도 마땅치 않다. 오히려 서울과 가깝고 인구밀집도가 높은 일산이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 당구장을 오픈하고 안 일이지만 일산은 한국 당구의 메카다. 전국에 당구대 30개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당구장이 다섯 군데뿐인데 그중 4군데가 일산에 있다.
―향후 계획은.
▲일산은 당구의 메카인 만큼 당구 인구도 많은 곳이다. 이에 일산을 중심으로 당구 문화를 고급화하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2호점 오픈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가맹점을 확보해 손님들에게 당구장 이용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고 싶다. 또 우리 당구장을 발판으로 한국의 프로 당구선수들이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구성모 heymantoday.com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