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먹어도 안전한가
▲ 서울환경연합이 지난해 1월 할인마트 앞에서 ‘유전자조작 원료 사용제품 확인 캠페인’을 벌였다. 연합뉴스 | ||
업계에서는 농산물의 자급률이 30% 이하인 한국으로서는 세계 곡물시장 상황에 따라 GMO를 수입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단체나 소비자단체는 GMO에 대해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식품’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는 동시에 대책 없이 수입을 하는 업계와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철저하게 (GMO의) 안전성을 검증했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와 정부 그리고 환경단체들이 벌이는 GMO 공방 속으로 들어가봤다.
국내 전분당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 CPK, 삼양제넥스, 신동방CP 등 한국전분당협회 4개 회원사가 최근 공동구매로 GMO 옥수수 5만 톤을 수입하기로 계약했다. 이는 국내 옥수수 소비량에 비추어보면 1% 정도의 매우 적은 양. 하지만 이를 계기로 GMO가 대량으로 들어와 국내 곡물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사실 유전자변형농산물 혹은 유전자변형식품은 이미 국내에서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유통되는 콩의 80%는 GMO로 알려져 있고 면화, 유채 등에도 매우 적긴 하지만 GMO가 포함돼 있다. 입맛이 까다로운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GMO에 대해 부정적이어서 업계에서도 수입해봤자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동안 수입을 자제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공포’가 대두되고 있을 정도로 연일 농산물 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것. 즉 non-GMO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더 이상 GMO의 수입을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분당협회는 GMO를 들여오게 된 데에는 곡물 가격의 상승보다 더 절박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전분당협회 윤창규 부장의 말이다.
“중국의 곡물 수요가 급증해 더 이상 들여올 수 없다. 곡물을 수출할 만한 나라는 중국, 남미, 미국뿐인데 남미도 중국과 마찬가지 사정이다. 결국 곡물을 수입할 수 있는 곳은 미국이고 이 나라는 곡물의 80~95%가량이 GMO다. 그래서 GMO를 수입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의 최준호 부장은 그동안 정부와 업계에서 GMO를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최 부장은 “곡물의 자급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입을 다변화한다거나 자급률을 높이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전분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 국토를 전부 옥수수 밭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 GMO 수입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환경단체가 전분당업계의 GMO 수입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수입’ 때문이 아니다. 현재 국내법상 GMO 가공식품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즉 GMO 농산물을 가공할 경우 소비자들이 된장, 간장, 기름과 전분당이 들어간 제품 등이 GMO인지 아닌지 구별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최 부장은 “GMO를 수입하는 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소비자들에게 GMO를 먹지 않을 권리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식품법은 그럴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에서 GMO 가공식품을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의 예외로 두고 있는 이유는 가공되었을 때 유전자변형농산물의 DNA가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유전자변형농산물의 DNA가 3% 이하로 남아 있는 가공식품은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식품의약안전청 최규호 연구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GMO에 부정적인 인식이 크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도 매우 엄격한 안정성 심사기준으로 GMO를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고온과 발효 등으로 가공된 식품에서 유전자변형농산물의 DNA 함유량을 측정하는 일은 과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GMO는 인체에 유해한가, 아니면 무해한가.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각 나라마다 생각이 다르다. 미국은 GMO가 인체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 그래서 따로 표시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반면 곡물을 자급할 수 있는 유럽은 GMO에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크고 관리도 무척 까다롭다.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은 GMO에 대한 유해 논란이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식약청에서는 GMO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아직까지 한 번도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한다. 최규호 연구원은 “라면도 (어떤 경우) 몸에 해롭고 땅콩도 특정 사람에게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그런 의미에서 GMO를 걱정할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유해하다는 연구결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식품첨가물도 처음에는 안전하다고 했지만 오랜 시간동안 섭취한 결과 좋지 않다는 결론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로 GMO도 앞으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의 저자인 식품전문가 안병수 씨는 ‘GMO가 유해하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해충에 대한 내성이 강한 유전자변형농산물이라면 사람 몸속에서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 인체는 유전자가 변형된 농산물을 만난 적이 없었다. 인체가 이것을 이물질로 생각하고 대사를 못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옥수수로 만든 전분당은 과자에 들어가는 원료이기도 하다. 안 씨는 “과자도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데 GMO를 원료로 만든 과자는 더 해롭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