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믿을 수가 없다”
이들과의 약속이 깨진 것은 지난 2006년 7월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를 이어받으면서다. 오 시장은 자신의 공약인 ‘디자인 서울’의 일환으로 취임 두 달 후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을 발표했고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오 시장의 서울시장직무인수위원회는 애초 동대문운동장을 공원화하면 이 중 3000여 평을 풍물시장 노점상들에게 할애해 노천카페 거리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했었지만 결국 오 시장이 선택한 방안은 신설동의 새로운 풍물시장으로 이들을 모두 이전 시키는 것이었다.
처음 ‘동대문운동장 사수’를 외칠 때 풍물시장에는 총 847명의 상인이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상인들은 신설동의 풍물시장으로 이전한 상태로 철거 당시 남아있던 상인들은 8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상인들이 서울시와 합의를 마친 상황에서 이들이 끝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대문운동장 사수대책위의 양연수 대표는 “이제는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시장은 처음 2년 정도 광고 반짝 해주더니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차광막도 전기시설도 관리시설도 모두 우리 자비로 해결했다”며 “구석에 있고 상권도 좋지 않아 수익이 청계천 때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3년째부터는 40%의 상인들이 문을 닫았다. 신설동은 이곳보다 상권이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오세훈 시장이 ‘그곳(신설동 풍물시장)으로 가면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이제는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전노련의 한 관계자도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시절 청계천 상인들에게 ‘동대문에 세계적인 풍물시장을 만들어주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오세훈 시장도 자신의 치적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심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