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뜬 ‘첫삽’에 연기만
▲ 김해시가 군인공제회와 함께 대규모 레포츠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송정리 부지의 ‘개발제한구역’ 입간판. | ||
군인공제회와 관련한 잡음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최근 정치권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공공기관장 교체바람이 군인공제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 산하단체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조직의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김해시와 군인공제회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이 구설수에 휘말린 내막을 <일요신문>이 추적했다.
김해시는 지난 2005년 당시 시장이던 송은복 전 시장의 고향인 진례면 송정리 일대에 412만 5999㎡(125만평)규모의 대형 레포츠타운을 건설하기로 계획하고 시행사로 군인공제회를 선정했다. 군인공제회와 김해시는 이곳에 골프장과 테마파크, 주택단지 등을 건설해 국내 최고 수준의 레저타운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군인공제회는 대우건설과 대저토건이란 업체와 함께 ‘록인 김해 레스포 타운’(이하 록인)이란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고 토지수용작업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군인공제회가 90%, 대우건설과 대저토건이 각각 5%를 투자하기로 했다.
2010년 완공을 목표로 한 이 사업은 2006년 말 늦어도 2007년에는 토지보상작업을 마무리하고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토지 소유주들의 반대로 토지보상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2006년 말 국공유지를 제외한 나머지 땅 중 50% 정도의 토지수용율을 보였으나 그후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해 현재까지도 70%를 가까스로 넘긴 상태다. 토지보상이 언제 완료될지 불확실해지면서 착공시점도 언제가 될지 록인 측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착공이 계속 늦어지면서 주변 부동산 업자들 대부분은 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록인 측이 계획한 레저타운 계획은 주택지구, 골프장, 테마파크, 스포츠 타운 등 4개 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특히 에버랜드와 같은 대형 테마파크 건설은 이 사업의 핵심사항이었다. 하지만 테마파크 계획은 이미 지난해 말 취소됐고, 골프장 건설도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상태다. 테마파크가 건설되어야만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데 이것이 취소된 마당에 골프장만 건설하는 것은 지역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반대 이유다. 게다가 인근에는 이미 3~4개의 골프장 영업 중이거나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골프장 건설에 대한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테마파크 계획 취소와 관련 “개발제한구역 내에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것은 어렵다는 중앙정부의 의견 때문에 취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애초 계획에 들어가 있던 골프장을 더 확대하는 선에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해시 관계자의 설명과 달리 록인 측은 테마파크 대신 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이처럼 토지보상이나 사업계획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변업자들 사이에서는 결국 김해시가 군인공제회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시행사인 록인은 물론이고 나아가서는 군인공제회도 피해를 보는 것이 당연한데도 특혜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지역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있던 지역이다. 그러다 지난 2002년 정부는 이 지역을 개발제한 조정가능 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전까지 거래가 없던 땅이 이때부터 하나둘 거래가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 관심을 보인 정치인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변 업자들의 말에 따르면 입지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사업계획이 알려지기 전 보통 1만 원 미만에 거래되었으나 록인 측은 4만~6만 원선에서 이 땅들을 사들였다고 한다. 거래가보다 다소 높은 가격에 보상이 이뤄지는 바람에 혜택을 입은 사람들 중에는 정치인들도 있다는 것이 주변 부동산 업자들의 설명이다.
이러는 사이 록인 측의 예측대로 지난 3월 이 지역에 묶여있던 개발제한을 국토해양부가 풀었다. 이후 사업 예정 지역 인근의 땅은 평당 30만 원 정도까지 올랐다. 업자들은 못해도 50만 원 이상까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부동산업자들은 골프장, 스포츠 타운 등 레포츠타운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다른 사업은 몰라도 주택단지가 개발되는 것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최근 이 동네 지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만큼 시행사 입장에서 주택지구 개발이 가장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레저타운의 나머지 부분들도 택지로 조성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럴 경우 싼 가격에 땅을 사들인 군인공제회는 시세차익으로만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 부동산업자들의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서 업자들 사이에서는 개발제한이 풀리면 레포츠타운이 아닌 대규모 택지지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올해 초부터 나오고 있다. 시행을 원하는 업체의 사람들이 여러 차례 오고 갔다는 것이 인근 부동산 업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록인과 김해시 측은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록인 관계자는 “정부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니까 개발제한구역에서 풀어준 것 아니겠냐”며 “사업에는 전혀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록인 측은 군인공제회와는 크게 연관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사업을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한 만큼 독자적으로 사업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해시 측은 “개발제한조정가능 구역으로 지정된 만큼 이를 개발할 계획이 필요했고 그렇다고 해서 시가 이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정도로 재정에 여유가 있지 않아 재정이 건전한 군인공제회와 손잡고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착공이 늦어지고는 있지만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레저타운 부지를 택지로 변경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이번 사업에 연관이 있다”는 식의 구설수가 흘러나오게 된 이유를 정권 교체 이후 불고 있는 공기관 사정 바람과 연관 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공기관 기관장들이 여차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구설수가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감사원에서는 군인공제회가 사업을 진행하다 손을 턴 강남 개포동 구룡마을과 관련해서도 감사를 검토한 바 있다. 이번 김해 레저타운도 청와대 쪽에서 군인공제회와 연관지어 주의깊게 보고 있다는 것이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런 일부의 시각들에 대해 군인공제회 측은 난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군인공제회는 정부가 출연해서 만든 기관이 아닌 군인들의 돈으로 세워진 단체이기 때문에 공기관으로 볼 수 없으며 현 이사장의 임기도 1년 이상 보장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에 하나 군인공제회를 공기관에 포함시킨다하더라도 물러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런 분위기와는) 관계가 없는 것 아니냐”며 “그 동안 군인공제회가 회원들의 돈을 운용해 거둔 이익 등을 보면 군인공제회가 얼마나 건전하게 운영해 왔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해=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