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당’ 되기 전 판 바꾸거나 당 쪼개거나
새정치민주연합 고위 당직자가 비노계 인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분당 가능성을 두고 한 말이다. 최근 비노계 상임고문과 전·현직 의원들로 구성된 ‘구당구국모임’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민집모(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와 함께 안팎으로 친노계를 압박하고 있다. 구당 모임은 친노계 위주의 비대위가 꾸려진 것에 반발해 정대철 고문을 주축으로 정동영 천정배 이부영 고문과 추미애 강창일 이종걸 주승용 노웅래 문병호 등 현역 의원, 그리고 조배숙 문학진 장세환 최규식 전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이종현 기자
당에서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 사퇴 후 비대위서 비노계 입지가 줄었고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원혜영 혁신위원장에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우윤근 의원까지 원내대표직을 거머쥐면서 비노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당 안팎에서 비노계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비대위원직을 고사한 김한길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앞서의 고위 당직자는 “김-안 전 공동대표가 의도하든 하지 않았든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친노계 중심인 비대위를 압박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원내 민집모와 원외 구당구국모임에는 김한길 안철수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야당 정세를 잘 아는 한 정치평론가는 원내에서 비주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민집모에 대해 “몇몇 의원들을 빼고는 대부분 김한길 전 대표와 가깝다. 민집모는 김한길계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구당모임도 김한길계인 정대철 고문이 주축이 되고 있고 안철수계인 조배숙 전 의원도 참여하는 등 김한길 안철수계가 비노 세력과 결집해 있는 형태다.
이 때문에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가 비대위원직을 고사했을 때 호사가들 사이에서 나왔던 분당설이 구당모임과 민집모 활동이 두드러질수록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게 됐다. 실제 비노계 인사들은 서로 접촉하면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목소리를 결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친노계가 전당대회 준비 과정을 장악할수록 물밑에서 비노계 의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계파가 적어도 8개 이상 된다. 구당모임뿐 아니라 이들의 모임이 비밀리에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들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의원 쪽도 다른 의원들과 접촉하며 뜻을 모으고 있고 손학규 고문이 있는 곳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지금 한둘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의원은 분당설에 대해서 “비노계가 뜻을 모으고 있는 것은 하나는 친노계가 장악한 판을 바꿔보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분당을 하자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전자에 무게를 더 두는 것 같다. 모두가 그동안 분당 과정에서 손해 본 경험이 있기에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분당 가능성이 있는 구당구국 모임도 올드보이들이라 당내 호응이 크지 않다. 분당을 하면 본격적으로 따라갈 의원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앞서의 정치평론가는 “구당모임 안에도 친노가 당권을 잡을 경우 분당하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현역 의원들이 얼마나 따라오느냐가 관건인데 해당 모임에 현역 의원이 많지 않다. 구당모임과 목소리를 같이 할 수 있는 세력은 민집모 정도인데 민집모와 연계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당내 ‘장’들이 대부분 친노계이고 앞으로 친노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비노계와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