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서 세 번 웃은 자 철창서 운다
검찰이 이번에 공공장소 성추행범의 경우 세 번째는 구속수사를 한다는 ‘성추행범 삼진아웃제’를 발표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성추행범이 활개를 치고 있는 현실에 비쳐본다면 다소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삼진아웃’은 세 번 스트라이크를 당하게 되면 아웃이 된다는 야구용어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에 곳곳에서 사용된 지 오래다.
관공서나 기업 등에서 소속 직원 등을 대상으로 주로 시행하던 이 삼진아웃제는 관공서, 카드업계, 경찰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불량교사, 불량화장실에도 도입되고 있다. 이외에도 실업급여 삼진아웃제, 냄새민원 삼진아웃제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삼진아웃제가 시행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적용되고 있는 재밌는 삼진아웃 사례들을 모아봤다.
경주에 사는 B 씨(41)는 지난해 3월 15일 오후 5시께 서울 종로 근처에서 친구들과 함께 회식을 하면서 소주 두 병을 마신 뒤 종로에서 돈암동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가다가 음주 단속을 하는 경찰관에 의해 제지를 당했다.
하지만 B 씨는 음주측정을 거부했다. 이미 2001년 3월과 2004년 5월에 음주 단속에 걸려 면허취소를 당했던 B 씨는 다시 입건되면 삼진아웃제에 걸려 향후 2년간 면허 재취득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주운전 삼진아웃제는 지난 2001년 7월 이후부터 5년 안에 3회 적발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2001년 3월에 처음 단속에 걸린 B 씨는 4개월 차이로 대상이 아니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B 씨는 “이제라도 측정을 하겠다”면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대표적인 삼진아웃 제도인 ‘음주단속 삼진아웃제’가 만들어낸 해프닝이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냄새가 나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서귀포시가 양돈농가 가운데 냄새민원을 연 3회 이상 발생할 경우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각종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서귀포시는 삼진아웃제가 적용되는 양돈농가에 대해서 냄새저감제 공급을 중단함은 물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조례를 제정해 적용하고 있다. 돼지 사육시 당연히 냄새가 발생하기 마련인데 이로 인해 세 번 민원이 들어오면 농가는 시로부터 받는 여러 혜택을 다시는 받을 수 없게 되는 것.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학원폭력의 온상으로 지적받고 있는 중고등학교 운동부에도 ‘삼진아웃제’가 시행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제자를 때리는 지도자는 일선 학교와 교육청에 설치될 ‘학생선수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징계 또는 전출을 당하게 된다. 후배선수를 때리는 선배선수는 해당 경기단체가 주최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특히 지도자나 선수 모두 폭력행위 적발횟수가 세 번이 되면 학교 체육계에서 완전히 퇴출된다. 하지만 이 제도 시행 이후에도 학원 스포츠계에 폭력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어 그 효과에는 의문이 생긴다.
앞으로는 성추행범에게도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 검찰은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성추행을 하다 세 번 이상 적발되면 구속 수사하는 ‘성추행범 삼진아웃제’를 운영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삼진아웃제가 시행되면 초범일 경우에는 벌금 300만 원으로 약식기소되고 재범일 경우는 벌금형이 아닌 정식 재판에 넘겨진다. 같은 전과가 2회 이상 있는 성추행범이 붙잡힐 경우에는 불구속 수사의 관행에서 벗어나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받게 된다. 실제로 검찰은 최근 지하철 성추행범 김 아무개 씨에 대해 삼진 아웃제를 처음으로 적용해 구속했다. 그동안 검찰은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붐비는 틈을 타 성추행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사안이 무겁지 않다고 판단해 범행 횟수를 따지지 않고 1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에 약식 기소해 왔다.
이외에도 ‘삼진아웃’ 제도는 사회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고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전북 군산시는 유류보조금을 빼돌린 화물차 운전사들에게 보조금을 장기간 지급하는 않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사들이 유류보조금을 불법으로 빼돌리다 적발되면 1차는 6개월 간, 2차는 12개월 간, 3차는 18개월 간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군산시는 또한 대형화물차나 버스가 야간에 지정된 차고지에 주차하지 않고 대형 아파트단지 등 주거 밀집지역에 주차하는 이른바 ‘야간 노숙차량’을 매주 1회 이상 야간단속을 실시, 2회까지 계도하고 난 뒤에도 불응하는 차량을 단속하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고 있다.
모텔이나 목욕탕, 이발소 등 공중위생업소도 윤락ㆍ음란영업 행위를 하다 세 번 적발될 경우 폐쇄조치된다.
카드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한 사실이 세 번 적발되면 역시 가맹점 계약이 해지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카드거래를 이유로 물품판매나 용역제공을 거절할 수 없다. 이를 위반했을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카드업계에 ‘삼진아웃제’가 도입돼 세 번 이상 거래를 거절한 경우 가맹점에서 해지되는 것.
공직 사회에도 ‘삼진아웃’ 바람이 거세게 분 지 오래다. 교육과학부는 최근에 금품수수나 공금 횡령 등의 비위사실이 두 번째로 적발되면 가중 처벌을 적용하고 세 번이 나오면 ‘삼진아웃제’에 따라 근무에서 완전 배제하기로 했다.
울산 북구청은 지난 4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불친절 공무원으로 거론되거나 ▲평소 불손한 언행으로 주민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경우 ▲상·하반기 전화친절도 모니터링에서 평균점(69점) 이하를 받은 사례가 적발되면 해당공무원에게 경위서를 제출케하고 자치행정과·감사담당관실에서 조사, 대상자를 선정한다. 대상자로 선정된 공무원에 대해서는 1회는 주의(옐로)만 주고 2회는 경고(레드)를 하고 3회 적발되면 삼진아웃(블랙)의 처벌을 받는다.
전남 화순군도 올해부터 무능하고 일하지 않는 공무원을 퇴출시키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군은 인사평정 결과 전체 공무원 중 최하위 5~10%에 드는 직원에 대해서는 1차 경고를 하고, 두 번째 경고를 받게 되면 부서 조정 및 재교육 과정을 실시키로 했다. 이어 3차 경고를 받고도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공직에서 완전 배제한다. 사실상 공직사회에서 ‘아웃’이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