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락’과 ‘모략’ 사이 서로 “내가 피해자”
▲ K 씨가 김형오 대표에게 성희롱 등을 당했다며 인터넷 신문고 역할의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홈페이지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진은 신문고와 홈페이지를 합성한 것. | ||
김 대표에게 최근 “철저히 농락당했다”고 주장한 사람은 김 대표와 3년째 알고 지내온 K 씨(여·46)다. K 씨는 개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김 대표는 도움은커녕 되레 자신을 농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정신이상자의 모략이다”며 오히려 “K 씨로 인해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고소까지 한 상태다. 말하자면 두 사람은 서로 “내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K 씨와 김 대표의 공방전은 인터넷 등을 통해 세간에 퍼져가고 있다. 과연 둘 사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 사람이 알게 된 것은 지난 2006년 초여름께. 당시 사정상 외국에 머물고 있던 K 씨는 개인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시민옴부즈맨공동체의 문을 두드렸고 이때 김 대표와 알게 됐다고 한다. K 씨에 따르면 그녀는 90년대 말부터 한 경찰 간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당해왔는데 10년 넘게 지속되는 경찰 간부의 ‘해코지’를 견디다 못해 김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고 한다. K 씨의 하소연을 들은 김 대표는 최대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고 K 씨는 2007년 3월 귀국, 그해 여름께 김 대표를 만나게 됐다는 것. 그러나 김 대표는 처음부터 도와주려는 기색은 보이지 않고 ‘뉴질랜드 쇼핑몰에 투자하라’ ‘정부 웹사이트에 투자하라’라는 식으로 자신의 재산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K 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얘기는 다르다. 김 대표는 “정작 K 씨의 사연을 듣고 그 사람을 만나 조사해보니 K 씨의 말은 신빙성이 없었다. 경찰 간부가 한 여인을 10년 넘게 쫓아다니며 해코지를 할 이유가 있겠는가. 나는 K 씨에게 피해망상증 기질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도와주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여기까지는 양측의 입장이 다르긴 해도 고소까지 할 상황은 아니었다. 문제는 K 씨가 실명을 거론하며 해당 경찰간부를 고발하는 글을 인터넷에 유포시켰다가 지난해 여름께(추석 전) 그로부터 고소를 당하면서 불거졌다. K 씨는 옴부즈맨 대표로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에게 유능한 변호사를 구해줄 것을 부탁했고 김 대표는 S 변호사를 소개해줬다.
K 씨에 따르면 S 변호사는 ‘(상대 쪽에서) 무고와 허위사실 유포, 정보통신윤리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걸었는데 이는 중범죄로 구속감’이라며 잔뜩 겁을 줬다고 한다. 그래서 K 씨는 S 변호사에게 1500만 원의 수임료를 건네는 동시에 무혐의 판결이 날 경우 성공보수로 5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계약서에 사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경찰서에 가서 보니 상대방인 경찰간부는 ‘정보통신윤리에 의한 명예훼손’ 하나의 혐의로만 자신을 고소한 상태였다고 한다. 어찌됐거나 변호사를 선임한 K 씨는 올 2월경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그후 K 씨는 주변으로부터 ‘명예훼손 같은 경우 구속 사유도 아닐 뿐더러 변호사 수임료도 500만 원 정도만 주면 되는데 바가지를 썼다’는 말을 듣고 S 변호사에게 과다수임료로 판단되는 1000만 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S 변호사는 이를 거절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성공보수금 5000만 원까지 추가로 청구했다고 한다.
결국 K 씨는 성공보수금 5000만 원을 S 변호사에게 지급하지 않을 경우 통장을 압류하겠다는 통지를 받았다. 당시는 18대 총선에 출마하기로 한 김 대표의 공천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다급해진 K 씨는 S 변호사를 소개해준 김 대표에게 ‘중재’를 요구했다지만 상황은 엉뚱하게 돌아갔다고 한다.
“선거를 앞두고 돈이 필요했던지 김 대표는 S 변호사에게서 돈을 받도록 해주고 성공보수금 5000만 원도 없던 일로 해주겠다며 그 대가로 나에게 50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는 것이 K 씨의 주장이다. 하지만 K 씨는 이를 거절했고 그후 압류가 들어왔다고 한다.
K 씨는 S 변호사가 자신에게 압류조치를 취한 것은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한 김 대표가 그를 부추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 대표는 “K 씨가 먼저 ‘선거에 나가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테니까 S 변호사로부터 그 돈을 받아주면 5000만 원을 빌려주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제와서 내가 돈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도 중재를 사정하기에 S 변호사에게 500만 원이라도 주고 치우는 게 어떻겠냐는 말까지 한 적이 있다. 그런데 K 씨는 정치자금을 안 빌려주니까 내가 변호사에게 압류하도록 시켰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K 씨는 김 대표에 대해서 또 다른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 사무실이 있는) 마포 ○○오피스텔로 이사 와라’ ‘같은 건물이면 내가 언제든 찾아갈 수 있지 않겠나’는 등의 말을 한 바 있고 그를 찾을 땐 주로 ‘저녁에 자신의 오피스텔로 오라’고 했으며 수시로 ‘결혼하자’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 K 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경찰이 하도 스토킹을 해서 무서워서 잠도 못 잔다고 하기에 ‘그렇게 무서우면 우리 오피스텔로 이사 와라. 어떤 사정인지 한번 보자. 뭔 일이 있으면 내가 보호해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한 적은 있다. 그런데도 계속 무서워서 도저히 못살겠다고 하기에 ‘차라리 결혼을 하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누가 나 같은 여자랑 하겠냐’고 하더라. 그래서 반응을 보려고 농담 삼아 ‘그럼 나랑 하겠나’라고 했더니 그걸 꼬투리 잡고 말도 안되는 얘기를 유포하고 다니는 것이다. 심지어 S 변호사에게도 K 씨는 ‘김 대표랑 결혼할 거다’라고 얘기해 S 변호사가 깜짝 놀라 나에게 확인전화를 한 적도 있다. K 씨는 그렇게 말하면 변호사에게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하더라. 내가 화를 내며 한번만 그런 소리 하고 다녔다가는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는데도 중단하지 않고 사람을 이런 꼴로 만들어버렸다. 저녁에 오라고 한 것도 그렇다. 시도때도 없이 찾아와서 하소연하는 K 씨 때문에 업무를 못할 지경이어서 ‘업무시간이니 일 끝나고 저녁에 와라’고 한 것이다. 이는 우리 사무실 직원들도 다 아는 사실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 대표는 “K 씨가 강의를 나가는 학교와 출석하는 성당까지 찾아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바람에 강의를 못하게 된 것은 물론 학자와 시민단체 대표로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김 대표는 지난 5월 말 K 씨를 마포경찰서에 고소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고액의 수임료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건은 뜻밖의 명예훼손 사건으로 번져 K 씨는 또 다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말았다. 사건의 진실은 무엇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끝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