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알바들 아고라로 전선 이동
특히 최근 촛불정국 속에서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게시판의 이러한 알바들의 활동이 더욱 극성을 부리자, 네티즌들은 급기야 ‘알바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들을 색출하기 위한 다양하고 기발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댓글 알바의 존재에 대한 의혹은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댓글 알바는 2002년 이후 단기간 동안 구전효과를 필요로 하는 영화 마케팅에서 최초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될 경우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영화산업의 특성상 각 영화사들은 은밀하게 알바를 고용해 영화 평점 및 정보 사이트 등에 상대 영화를 조직적으로 헐뜯고 네티즌 평점을 낮게 매기는 등의 활동을 펼쳤던 것.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네티즌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퍼져 나갔고 급기야 몇몇 알바생들이 이를 고백하면서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알바를 고용한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대선 이후다. 당시 각 정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승리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 ‘넷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이후 있을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인터넷 전담팀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5년 후인 올 4월엔 댓글알바가 처음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기사에 유리한 댓글을 달도록 한 30대가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됐던 것이다. 이 사건은 언론에 의해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알바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엔 촛불정국의 메카로 불리고 있는 다음 아고라와 네이버 뉴스 댓글 등에도 알바에 대한 주의보가 발령됐다.
초창기 MBC PD수첩으로 발동이 걸린 광우병과 관련해 다음 아고라에 접속하는 거의 대부분 네티즌들은 현 정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네이버 뉴스 댓글의 경우는 오히려 현 정부를 지지하고 촛불집회를 좌익 세력의 선동이라고 폄하하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올라왔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네이버가 이미 알바들에게 점령당했다고 판단했는지 다음 아고라로 모여들었고, 이후 다음 아고라는 인터넷 여론의 중심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알바들도 따라서 다음 아고라로 이동했고 결국 네티즌들과 알바들은 전면전에 돌입했다.
다음 아고라에는 다른 유저들로부터 추천이나 반대가 많은 글은 화면 상단에 일정 시간 노출시키는 베스트 게시물 시스템이 있다. 알바들은 이곳을 차지할 경우 더욱 많은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네티즌들을 유인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해당 게시물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기능을 이용해 알바 글에는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럼에도 알바가 극성을 부리자 한 네티즌은 ‘말머리달기’를 제안했다. 알바가 아닌 네티즌들이 자신의 글을 작성할 때 제목 앞에 ‘명박퇴진’이라는 말머리를 다는 게시물을 올리면, 알바들은 정책상 이를 따라할 수 없기 때문에 알바의 글과 일반 네티즌들의 글이 확실하게 구분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즉각적인 효과가 드러났다. ‘명박퇴진’을 단 게시물이 ‘베스트’를 차지하게 됐고 촛불집회 반대나 현 정부 옹호 글은 확연히 구분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알바들도 이에 질세라 묘안을 내기 시작했다. 일단 ‘명박퇴진’이라는 말머리를 단 게시물을 등록한 다음, 일정 이상 조회수를 획득한 다음 제목을 바꿔버리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급기야 한 네티즌은 알바 글 차단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포했다. 또 하루에 100여 개 이상 글을 올려 확실한 알바로 지목된 이들은 따로 명단을 만들어 다른 유저들과 공유하는 방법도 사용했다. ‘아고라웹’이라 이름 붙여진 이 프로그램을 설치할 경우 알바 명단에 등록된 네티즌의 글은 제목 자체가 연하게 변하면서 눈에 잘 안띄게 된다. 아예 알바 글은 보지도 않겠다는 생각에서 개발된 것이다.
네티즌들과 알바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제 한 정당에서 알바를 한 경험이 있다는 어느 네티즌의 양심고백이라는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헬프’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이 네티즌은 지인의 소개로 석 달간 정당에서 알바를 한 경험이 있다며 조회나 댓글 수 혹은 추천 수에 따라 돈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이 글에 따르면 알바들은 조장의 지휘 아래 체계적으로 조직을 나누어 PC방 등을 돌며 글을 올린다고 한다. 또한 포털 사이트의 뉴스서비스 댓글을 중심으로 각각 조를 나누어 집중적으로 글을 올리고, 아이디를 바꿔가면서 게시물을 작성하는 것은 물론, IP(사용 컴퓨터의 고유 주소)도 수시로 바꾸는 등 치밀하고 은밀하게 활동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이 글의 진위 여부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이 게시물을 올린 게시판에서 해당 유저의 다른 글을 찾아보면 그의 말대로 지난 5개월 동안 이 정당을 옹호하고 반대 세력을 폄하하는 글이 하루 평균 30개씩 꾸준히 올라온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알바들에 대해 끊임없이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두콩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내부분열을 조장하는 알바들에 대해 좀 더 분별력을 갖자”며 “알바들이 갈수록 지능화되는 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토곰냥’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다음 아고라의 한 네티즌은 “몇 푼 돈에 양심과 소신을 팔아먹지 말라”며 “어디가서도 떳떳하게 무슨 일 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알바들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넷 전문가들은 “알바들의 글은 대부분 편파적이고 선동하는 문구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한 네티즌들의 자정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 뒤 “그러나 대세를 이루는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알바로 몰아가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봉성창 경향게임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