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실세들 줄줄이 걸린다?
▲ 최근 비리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세븐럭 카지노’가 참여정부 유력인사들과의 연루 의혹이 흘러나오며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세븐럭 카지노 강남점. | ||
지난 2006년 1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문을 연 세븐럭 카지노는 그 해 1291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다음 해인 2007년에는 325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불과 1년 만에 2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냈다. 검찰은 GKL이 이러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당시 문화관광부에 매출액을 20% 정도 누락해 보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븐럭 카지노의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연간 700억 원, 총액으로 따지면 1400억 원이 넘는 액수다. 검찰은 이 돈의 용처를 밝혀내는 것이 이번 카지노 수사의 또 다른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용처와 관련해 검찰은 최초에 문제가 됐던 임대 업체 허가 과정에서 이 비자금이 사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GKL 내부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자격조건이 미달되는 한무 측이 세븐럭 카지노 강남영업장 임대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 측근인 A 씨를 통해 청와대 실세에게 줄을 대 카지노 영업장 임대사업권을 약속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GKL이 2004년부터 회계장부를 조작해 거래 금액을 부풀린 뒤 이를 빼돌려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마련된 수천억 원대의 비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최초 허가 과정에 주안점을 뒀던 수사방향을 틀어 현재는 로비 관련 의혹을 캐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박 전 사장이 참여정부 유력 정치인들과 자주 어울렸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박 전 사장에 대한 계좌추적에 나서고 있다. 검찰은 이미 박 전 사장의 자택도 압수수색을 마친 상태다. 현재 검찰에서는 참여정부 실세라고 불리는 L, A, J, Y 씨 그리고 호남 출신의 원로 정치인 K 씨 등을 주목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계좌 추적은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검찰의 고민이 있다. 계좌추적을 한 정치인들 가운데 계좌상으로는 특별한 빌미가 잡히지 않고 있지만 수사 대상자들 일부가 이들의 이름을 거명하고 있는 데다 실제 돈이 전달됐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선 당시 카지노 사업을 추진한 GKL 임직원들에 대한 소환 및 구속 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받은 사람한테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을 조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 검찰은 박정삼 전 사장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역술인 K 씨의 행방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K 씨는 기아, 한진 등 몇몇 대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했으며 기아그룹 자회사인 K 사에서는 대표이사까지 거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 1996년부터 논현역 일대에서 철학관을 운영해온 K 씨는 CEO 등을 상대로 운세를 봐주는 등 주로 재계 고위급 인사들을 단골고객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GKL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기 전부터 K 씨는 잠적했으며 그가 운영하는 철학원도 영업을 중지한 상태다. K 씨의 책을 낸 출판사 관계자들도 K 씨와 연락이 끊긴지 오래라고 한다. 인근 업소 관계자들도 철학원에 모습을 드러낸 지 한참됐다고 말했다. K 씨와 박정삼 전 사장은 동향 출신이며 서울대 동창이기도 하다. 만약 K 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게 된다면 이번 사건은 메가톤급 게이트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카지노 설립 당시 보안장비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전 정권 공무원들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횡령 혐의로 지난 13일 구속된 전 프리컴시스템 대표 L 씨와 대우정보시스템 전 영업팀장 H 씨는 대우정보시스템이 공급업체로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GKL과 정치권 등에 금품을 전달한 의혹도 받고 있다.
L 씨 등은 2005년 10월 대우정보시스템이 협력회사에 발주한 용역비용이 실제 3억여 원이었음에도 회사 측에는 7억 원 이상이라고 속여 부풀린 4억 3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구속됐다. 검찰은 이 중 일부가 박정삼 GKL 전 사장 등에게 건네졌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L 씨 등이 GKL 경영진에 대한 로비를 위해 동원한 것으로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인사 중에는 전직 문화관광부 고위인사 관계자와 청와대 출신 인사 등 고위 공무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번 사건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로비스트 L 씨와 또 다른 호남출신 사업가인 B 씨는 당시 GKL 임원이었던 C 씨에게 로비를 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자 A 씨를 서울의 메리어트 호텔로 불러들여 C 씨에게 전해달라는 명목으로 1억 원을 전달했다고 한다. L 씨 등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2차장 출신인 박정삼 전 사장에게는 대학 동문을 통해 돈을 줬고, 전무에게는 문화관광부 출신 공무원을 통해, 청와대 출신의 감사에게는 청와대에 같이 근무했던 사람을 통해 로비를 다 해놓았다”고 말했다는 것. 하지만 자금의 최종 목적지였던 C 씨가 이를 거절하고 돈을 되돌려 보냈으나 이 과정에서 L 씨 등이 배달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관광공사 카지노 비리 의혹은 조만간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전망이다. 조성된 비자금의 액수가 너무 크고 카지노 허가 과정이나 보안장비 업체 선정 과정에서 윗선의 도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정권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나섰으나 번번이 ‘허탕’만 쳤던 청와대에서도 이번 관광공사 카지노 비리 사건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도 청와대의 관심 때문인지는 몰라도 중앙지검 특수 3부 소속 인력들을 이번 사건에 집중시키고 있다. 정권과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이번 사건의 최종 종착역은 어디가 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