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못 갚아서… 뭐가 그리 절박했나
▲ 이주노 씨가 다른 두 명과 함께 1억 원을 빌렸다가 돈을 갚지 못해 사기죄로 피소됐다. 사진은 <일요신문>이 입수한 3인의 자필 약속어음 발행 확인서. ‘이상우’가 이주노 씨의 본명이다. | ||
이주노의 혐의는 강남에서 사업을 하는 A 씨한테서 다른 두 사람과 함께 1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고소사건은 그리 단순해 보이진 않는다. 이주노 등 3인이 A 씨로부터 돈을 빌릴 때 지금은 상장폐지된 코스닥 기업 조이토토의 회생을 운운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만 해도 곧 컴백할 것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이주노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사기죄로 몰리면서 고소당한 사연은 무엇일까.
이주노 등 3인을 고소한 A 씨는 ‘이주노’라는 이름 석 자를 믿고 이주노 등 3인에게 1억 원을 빌려줬으나 이들이 약속된 시일에 채무를 변제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는 아예 연락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는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A 씨는 지난 6월 말 강남경찰서에 이주노를 포함한 3인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고 한다.
이주노 일행이 돈을 빌리면서 A 씨에게 써준 약속어음 발행확인서에 따르면 A 씨가 이들에게 1억 원을 빌려준 시점은 지난 4월 14일이다. 이들은 몇 달 전부터 A 씨를 수차례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A 씨는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이들은 계속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 그렇다. 조만간 돈이 생기니 꼭 갚겠다. 제발 도와달라”고 사정했다고 한다.
A 씨가 이들에게 돈을 빌려주게 된 데에는 유명 연예인인 이주노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이주노가 “오랫동안 연예활동을 해온 나를 믿고 빌려달라. 연예인이자 공인인 내가 돈을 떼먹을 리 있겠나”라고 말하며 자신을 설득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결국 4월 14일 A 씨는 이들에게 1억 원을 빌려주게 된다. 1억 원을 7일 동안 사용하는 대신 이자로 500만 원(단 돈을 빌려준 바로 다음날인 2008년 4월 15일에 어음을 반환할 경우 이자는 없는 것으로 한다)을 낸다는 조건이었다.
당시 이주노 일행은 급전을 빌리는 이유에 대해 ‘조이토토’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개인적인 용도로 빌리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회생시키는 데 쓰일 비용이라고 주장했다는 것. 이에 A 씨는 돈의 용도에 대해서도 별도의 확인서를 받아두었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결과 확인서에는 “본인들은 조이토토 200억 은행통장 넣는 비용 즉 회생비용으로 들어가는 비용으로 1억 원을 A 씨에게 차용하였으며 만약 이 돈이 위 비용으로 들어가지 않았을 경우는 사기에 해당되므로 민·형사상 처벌을 받겠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고 확인서 하단에는 이주노 등 3인의 서명도 있었다.
하지만 돈을 갚기로 한 날짜가 지나도 이들은 돈을 갚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수차례 채무 변제를 요구했지만 이들은 “곧 갚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A 씨는 “그들은 독촉 전화를 하면 ‘며칠 후에 갚겠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더니 급기야 ‘내일 갚겠다’ ‘오늘 밤 몇 시까지 반드시 주겠다’는 식으로 수도 없이 거짓말을 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말을 믿고 기다렸으나 또다시 깜깜무소식이었다. 이들은 결국 작정이나 한 듯 전화도 안 받고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A 씨는 과연 그 돈이 조이토토 회생비용으로 실제로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부분은 경찰조사에서 밝혀질 것이지만 개인적인 용도로 쓸 돈이었다면 애초부터 빌려주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A 씨는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나에게 회사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확인서까지 받아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주노 일행이 조이토토라는 회사의 회생자금을 이유로 돈을 빌렸다는 부분이다. 조이토토는 인터넷 복표 사업 및 관련 부대사업을 하는 업체로 1994년 7월 (주)한국아스텐엔지니어링으로 설립됐다. 특히 2001년에는 일명 ‘최규선게이트’에 연루돼 화제가 됐던 (주)타이거풀스의 계열사 타이거풀스아이와 합병한 뒤 (주)로토토로 상호를 변경했고, 2005년 12월 다시 조이토토로 변경했다.
그런데 왜 이주노가 조이토토라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는지는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더욱이 은행 같은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사업가인 A 씨에게 자신의 이름을 내세우면서까지 거금을 빌린 데에는 뭔가 다급한 사정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주노 일행이 A 씨에게 돈을 빌린 시점은 조이토토가 상장폐지를 앞둔 절박한 상황이었다. 지난 2006년 게임 제작회사 조이온은 로토토의 주식을 인수해 경영권을 취득한 뒤 로토토에서 조이토토로 회사명을 변경하고 우회 상장했다. 그러나 회사 사정이 계속 악화되면서 지난해 3월 말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상장 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그런 절박한 시점인 4월 14일 이주노가 조이토토 회생비용이라며 A 씨에게 1억 원을 빌린 것이다. 하지만 이주노 일행은 약속된 4월 21일까지 1억 원을 갚지 못했고 4월 22일에는 조이토토가 결국 상장 폐지됐다.
기자가 다각적으로 접근했지만 이주노와 조이토토의 연관성을 찾진 못했다. 이주노는 물론 그의 일행들과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으며 조이토토 대표와도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조이토토 사무실 전화는 이미 끊긴 상태였다. 조이토토 전직 직원들에게 문의한 결과 그들 역시 이주노와 조이토토 사이의 연관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는 이주노의 측근들 역시 매한가지였다.
이주노 일행과 A 씨 사이에 체결된 다른 한 건의 약속어음 발행 확인서도 의문이다. 이들 3인은 A 씨에게 조이토토가 회생하면 30억 원의 약속어음을 추가로 발행한다는 확인서를 써준 바 있다. 그 내용을 보면 4개월 후(2008년 8월 14일) A 씨의 건물(아파트 9채 상가 2채 매매가 약 50억 원. 가격은 협의 후 조정한다)을 매입해가는 게 발행 조건이고 조이토토가 회생 이후 매입하지 않을 경우 이자 및 위약금으로 1억 원을 보상한다는 내용도 기재돼 있다. 하지만 조이토토의 상장이 폐지되면서 약속어음 발행은 무효가 됐다.
이 확인서는 조이토토가 회생하면 조이토토의 자금력으로 이주노 일행이 A 씨의 건물을 매입해주겠다는 일종의 매매예약서로 보인다. 이런 확인서까지 썼다는 사실만 놓고 보면 이주노 일행과 조이토토는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약속어음 발행 확인서는 A 씨가 이주노 일행에게 1억 원을 빌려준 데에는 이주노가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 외에도 조이토토가 회생하면 건물을 매각하려는 목적 등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본래 이주노는 5월쯤 새 앨범을 들고 가요계로 컴백할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한창 음반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비슷한 시기에 서태지와 이주노의 동시 컴백이 예상돼 많은 팬들을 설레게 만들기도 했다. 사업가로의 행보도 한창이었다. 지난 3월에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정부 주도 문화 관련 펀드 회의에 참석하는 등 사업가로서도 바쁜 행보를 보인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원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조이토토 상장폐지 과정에 관여되면서 결국 사기죄로 피소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 역시 뭔가 할 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은 거듭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시도하고, 그의 측근을 통해서도 계속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그와의 전화통화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