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희룡의원 | ||
지금은 박근혜 전 대표의 인기에 가려져 있지만 이들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차세대 주자들이다.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의원 등이 ‘반 박근혜’전선의 3인방이라면, 이들은 보다 더 큰 꿈을 먹고 살아가는 3인방인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와 가깝지만 박근혜 사람이라고 분류되진 않는다. 나름대로 독특한 이미지와 생존력을 갖고 홀로서기를 모색하는 인물들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3선 이상이 대부분 국민적 이미지가 좋지 않거나 대중성이 약한 편이며, 초선은 아직 명함을 내밀 단계가 아니다. 재선 가운데 그나마 대중성과 명망성을 겸비하고 있는 게 이들 세 사람이다. 물론 남경필 의원은 3선이지만 보선을 통해 등원한 관계로 2.5선으로 불리며, 크게 재선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또다른 특징은 외부에선 인기가 좋은 편인데, 당내에선 왕따를 당하거나 너무 튄다는 견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스타일이다.
원희룡 의원은 7월1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원 의원의 출마는 한나라당 내에 지도부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 최고위원 출마 예상자는 현재까지 정의화 이강두 이규택 의원 등 대부분 60세를 전후한 구세대들이다. 신세대 중에는 원 의원이 거의 유일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원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면 한나라당도 상징적이나마 세대교체의 이미지를 크게 내세울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 의원은 이제 겨우 41세다.
원 의원은 언론과의 접촉을 확대하고, 소신발언도 주도하고 있다. 선명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단호한 어투를 사용한다.
‘맞아 죽어도 수구와 결별해야 한다’든가 ‘이대로 가면 죽었다 깨어나도 집권하지 못한다’는 말은 원 의원이 강조하는 말이다. 원 의원은 말이 시원스럽고, 비장감마저 느껴지게 한다.
▲ 박진의원 | ||
원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원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다시 수구로 돌아가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을 여의도연구소장에 겸직시키려던 박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이었다. 그는 “이한구 의장은 친재벌주의 정책전문가 아니냐”며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그의 직설적 어법은 노무현대통령의 어법과도 상당히 닮아있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원 의원은 종합일간지보다는 스포츠 신문에 더 많이 등장한다. 스포츠 신문 기자들과 잘 어울린다. 젊은층에 어필하려는 의도적 노력으로 해석된다.
원 의원은 이 같은 말투와 행동 때문에 당내에서 비판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그런 만큼 젊은층 사이에선 점점 더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원 의원은 여타 초선 의원들과 함께 이번 여름 농활을 추진하고 있다. 원 의원은 호남지역을 농활지역으로 선정하고 광복절날 독도도 방문할 예정이다. 또 군부대 내 복지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해병대 입소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장애 체험, 농수산물 경매 현장 체험 등도 갖기로 하는 등 눈코뜰 새가 없다.
▲ 남경필의원 | ||
박 의원은 대변인을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이번 17대 총선에선 김홍신 전 의원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 예상밖에 당선됐다. 여론조사 결과는 김홍신 전 의원이 높게 나왔다.
박 의원은 부유한 집 출신으로 좋은 교육(서울대 법대, 영국 옥스퍼드대, 미국 하버드대)을 받은 뒤 국회의원이 된 경우다. 원 의원과 달리 보수적인 사고를 갖고 있으면서도 유연한 처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의원에겐 보수주의자의 새로운 대안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박 의원은 지난해 대표경선에 출마해 박근혜 전 대표와 겨뤘다. 스스로 대표 경선주자 반열에 올린 것이다.
박 의원은 이번에도 최고위원 출마를 저울질하다가 김선일씨 피랍사건 국정조사에 전념하기 위해 출마를 포기했다. 박 의원은 유려한 영어구사와 장기간 외국생활 탓에 외교전문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박 의원은 김선일씨 피랍사건 이후 당의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한미관계가 삐걱거리고, 외교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요즈음, 박 의원은 한나라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김선일씨 국조가 열리면 청문회스타로 부상하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잠이 많은데도 거의 매일 각종 아침모임에 참석하며, 절정기를 구가하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현재 가장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과거 원내총무 이상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
남 의원은 원구성 협상과 상임위배정 등 17대 국회의 모든 일을 도맡아해왔다. 상임위 배정당시 한 초선 의원은 “남 권력에게 부탁 좀 해주세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남 의원은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에 이어 국회의원직을 물려받았지만 한나라당에서 소장파 이미지로 거듭났다. 소장파이면서도 항상 당내 권력의 주류와 가까웠다. 이회창 총재 시절 대변인에 발탁됐고, 최병렬 대표 시절에도 밀월관계를 유지했으며, 박근혜 대표 옹립의 일등공신으로 역할했다. 남 의원의 이런 처신은 홍준표 의원 등으로부터 비판이 대상이 돼 왔다. 항상 주류에 있었으면서 무슨 소장파냐는 비판이다.
어쨌든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표 체제로 거듭나고, 이미지를 변신하는 데 남 의원의 공은 절대적이었다. 소장파의 리더로서 역할을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결과다.
남 의원은 최근 인터넷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대권 도전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국회의원 2백99명 중 2백50명은 대통령이 꿈일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꿈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나도 꿈을 가진 정치인이고자 한다. 그러나 자격도 없이 꿈만 꾼다면 허황된 꿈일 것이다. 차근차근 배워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그래서 오늘도 바쁘다.
이들 세 사람은 당내에서 질시와 견제를 받으면서도 대중속으로 한발 한발 다가서고 있는 사람들이다. 2004년은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