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배후는 북한 시위 진압 당연한 일”
▲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모습. | ||
취재결과 전사모는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이하 5·18특별법) 자체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곧 제기할 것으로 확인됐다.
전사모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황인오 씨는 “헌법소원을 할 준비는 모두 마쳤다. 이미 서류 등을 모두 준비해놓고 제출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며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5·18 관련 단체들과 걸려있는 명예훼손 고소·고발 건의 경과를 봐서 곧 헌법소원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사모 회원들이 제기하려는 헌법소원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5·18 자체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사모 운영위원회 관계자들은 “5·18은 북한이 배후에서 조종한 시위였고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라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시민들을 학살했다는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잡아 떨어진 각하의 명예와 전사모의 명예를 바로잡기 위해서 특별법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진압한 것이 공로로 인정되어 받은 상훈은 상훈법 제8조의 규정에 의해 서훈을 취소하고 훈장 등을 치탈한다”는 특별법 제7조의 규정에 대해서도 문제삼고 있다. 전사모의 한 관계자는 “북한에서 침투한 간첩들의 폭동을 막은 사람들에게 더 큰 보상은 못해줄망정 후손들이 피해를 보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전사모 회원들이 헌법소원까지 들고 나오게 된 계기는 지난 6월부터 시작된 5·18 관련 단체들과의 명예훼손 고소·고발로 거슬러 올라간다.
5·18기념재단, 5·18유족회, 5·18구속부상자회, 5·18부상자회 등 4개 단체를 중심으로 한 5·18 관련 단체들은 지난 5월 30일 ‘5·18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지만원 씨와 전사모 회원 등 38명을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5·18기념재단 이기봉 팀장은 “전사모 회원들은 그간 5·18 민주화운동을 ‘김일성의 지시로 간첩들이 내려와 벌인 소행’ 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으킨 내란’이라는 등의 주장을 해왔다”며 고소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사모 회원들도 정면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고소를 당한 전사모 회원들이 맞고소를 한 데 이어 운영진들도 “오히려 이번 기회가 우리에게 득이 될 수 있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전사모 운영진들은 먼저 ‘긴급조치 1호’라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여기엔 △허위사실을 유포한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의뢰 및 고소 △5·18 관련 단체 맞고소 △5·18특별법이라는 법 명칭 때문에 묵살된 전사모 회원의 행복추구권을 보호받기 위한 헌법소원 제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 전두환 전 대통령과 전사모 인터넷 카페(뒤쪽)의 모습. | ||
전사모 회원들이 이렇게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불응하고 있는 것은 운영진들이 대응 방향을 정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부터 전사모 카페에는 “사건조사 출석인 요청서를 받으신 분들은 사무처장에게 연락을 해달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해당 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사모 회원들은 ‘개인사정상 광주까지 출석하기가 곤란하니 전사모 사무실이 있는 대구지방경찰청 북부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해달라’는 내용의 ‘사건이송요청서’를 보내오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대응방안도 전사모 운영진들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전사모는 이번 명예훼손 소송을 계기로 “15년간 정치적으로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해 5·18 관련 단체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전사모의 회장을 맡고 있는 장준혁 씨는 “5·18에 대한 잘못된 역사를 교과서에 수록하여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순수한 어린이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하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명예를 ‘거짓된 진실’로 실추시킨 무리들을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전사모 회원은 얼마나 될까. 전사모의 한 운영자는 현재 전국에 2만 5000여 명의 회원들을 두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가 확인한 카폐 회원수는 1만 8000여 명. 전사모의 동정을 알고싶어 가입한 사람 등 허수를 제외한다고 해도 족히 1만명은 넘는 셈이다. 전사모 회장은 이승연 씨가 맡아오다 지난 6월 장준혁 씨로 바뀌었다. 장 씨는 전두환 씨와 대구공고 동문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자세한 이력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5·18 유가족과 관련 단체들은 이 같은 전사모의 행동에 “황당한 일”이라고 말한다. 한 관계자는 “도대체 정상적인 사고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 뭘 하는 사람들인지 이들이 왜 이런 주장을 펼치는지 모르겠다”라며 “이번 고소·고발 건이 끝나면 곧 이들의 실체가 밝혀질 것”라고말했다.
한편 5·18 당시 A 대학교 학생회에서 시위를 준비하다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고 풀려났던 이 아무개 씨(53)는 “나와 함께 민주화운동을 한 친구들이 간첩이고 북괴군이었다는 소리냐”라며 “전사모의 주장은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고 황당한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5·18을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한 시민은 “이는 또다른 쿠데타다. 배후에 누가 있는지 밝혀야 한다”라고 분개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