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5만원에 명품 강의
5년째 강남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L 씨. 그녀가 가르친 아이들은 초등학교 다닐 나이에 벌써 CNN 방송을 듣고 이를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지도 능력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다. L 씨에게 지도 받은 학생 중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학생이 강남 유명 어학원에서 상위권으로 평가받을 정도. 이 정도 실력이라면 L 씨가 한 달에 수백만 원쯤 받는 것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주변의 설명이다.
그러나 그녀는 과외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강남 지역에서 한 달에 고작 15만 원에서 20만 원 정도만을 받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L 씨가 유독 저렴한 과외비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녀의 교육 철학과 관련이 깊다.
원래 L 씨는 서양사를 가르치는 평범한 대학 강사다. 그런 그녀는 10여 년 전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5년간을 보낸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5년간의 타국 생활을 통해 그녀는 깨달은 바가 있다고 한다. 한국 학생들이 글로벌 시대에 다른 나라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영어만큼은 미국인들 못지 않을 정도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그녀는 자신만의 독특한 수업법을 개발해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엄격한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단시간 내에 효과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L 씨의 존재는 학부모 사이에서 소리 소문 없이 퍼져나갔다. 결국 그녀는 모든 시간을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투자했고 순식간에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L 씨는 자신이 판단하기에 어느 정도 실력에 도달한 학생들은 가차 없이 ‘하산’을 시킨다. 더 많은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그러나 L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해 졸업한 학생들이 이후에도 꾸준히 실력을 유지를 할 수 있도록 과제를 내주거나 서로 스터디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돈은 그저 자기와 비슷한 연령대의 회사원이 버는 정도만 받으면 만족한다고 생각하는 L 씨.
L 씨에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하나같이 L 씨가 단순한 과외 강사를 넘어 “인생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스승님”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