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미끼
제6회 잉창치배 준결승 3번기 제1국. 한국의 최철한 9단과 중국의 류징 7단의 대국이다. 최 9단이 백. 1984년생 류징 7단은 나이로 보아서는 신예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최근에 등장했다는 점에서는 신진.
<1도>가 발단의 장면. 백1, 흑2 다음 백A는 당연해 보였는데 아니었다.
<2도> 백1로 움직인 것. 검토실이 일단 고개를 갸웃한 대목. 무거운데, 무리 같은데. 이런 데서 이런 식으로 움직이나. 아무튼 대단한 수였다.
흑2면 백3, 5 때 흑6이면 백7로 먹여치는 수가 있어서 잡히지는 않는다. 흑8 다음 백A가 선수. 다음 백B로 내려서면 살긴 하지만 옹색하다. 그러나 최 9단은 살지를 않고 다시 9로 나가버렸다. 힘차다. 귀는 버린다는 건가? 아니다. 백9는 귀를 살리는 수이기도 하다.
<3도> 흑1, 3으로 끊어 잡아도 귀의 백이 사는 건가. 산다. 백4에 흑은 5 쪽을 보강해야 하니까. 흑5면 이제는 백이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최 9단은 다시 6으로 육박하고 있다. 검토실에서 무릎을 친 장면. 백의 의중이 비로소 읽히고 있다. 귀는 여차하면 버리겠다는 것. 대신 외곽의 흑을 최대한 괴롭히겠다는 것. 최철한류. 가히 독보적 발상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히려 흑에게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 흑3은 뭔가? A로 따내야 하는 것 아닌가. 류징 7단은 혹시 수상전이 될 경우 흑돌이 A에 있는 것보다 3에 있는 것이 낫다고 봤겠지만 흑3은 치명적 오류였다. 이게 두고두고 걸림돌이 되었고 종당에는 패착이 되고 말았던 것. 계속해서~.
<4도> 흑1~5에 백6, 그리고 8의 치중 일격. 검토실에서 허허 웃었던 대목. 무지막지한 수니까. 흑 대마를 일단은 미생으로 만들어 놓고 물고 늘어지겠다는 것 아닌가. 계속해서~.
<5도> 흑1~9로 상변 흑 대마는 일단 벗어난 듯한 모습. 그러면 귀의 백은 잡힌 건가? 맞다. 그러나 이번에는 백10으로 우변 흑 대마에 칼끝을 겨눈다. 흑▲의 과오가 드러나고 있다. 이게 A에 있다면 비상시 흑B나 흑C에서 흑D가 선수인데 반해 실전은 아무 것도 선수가 안되는 것. 한 집을 더 만들어야 할 때 이건 천양지차다. <3도> 백6 때로 돌아가보자.
<6도> 흑1로 이어 잡으러가는 것(흑A와 백B가 교환되어 있어도 마찬가지)은 어떨까? 백2에서 4로 끊겨 흑이 망해 버리는 것.
이 바둑은 최 9단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우상귀 백은 독이 든 미끼였다. 흑은 물지를 말았어야 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