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마트…자갸, 어디서 벗을래?’
지난해 중국을 떠들썩하게 한 ‘상하이 나체사진’들 가운데 일부 장면. 문제의 여성 전라 모습이나 신체 중요부위를 노출한 포즈의 사진들이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 소동을 일으킨 바 있다. 국내 ‘야외 노출’ 사진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게재되고 있고 연출 장면도 이와 유사하다.
빈자리 하나 없는 복잡한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해맑게 웃으며 과감한 포즈를 취하는 여성. 언뜻 봐서는 문제가 없는 사진이지만 그녀의 몸매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보면 충격적인 장면을 발견한다.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는 속옷도 입지 않은 채 스스로 치마를 올려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진 속 ‘그녀’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셔츠를 풀어헤치고 다리를 벌려 속옷을 노출하고 있다. 해가 쨍쨍한 대낮 공원에서도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었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돼 알아볼 수 없지만 눈길을 사로잡은 늘씬한 몸매에 뛰어난 각선미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인 ‘소라넷’에 이 같은 사진들이 연속으로 게재되면서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고 누드 사진을 찍는 일명 ‘야외 노출’이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몇 노출증 환자의 독특한 취향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평범한 커플들에게까지 전염돼 어렵지 않게 야외 노출 사진을 볼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야외 노출을 경험하는 경로는 다양했는데 대부분 장난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다. 집 앞에서 누드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다는 한 여성은 “자정이 넘은 시각 남자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며 장난처럼 노출을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자기를 사랑하면 알몸으로 밖에 나가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했다. 망설임 끝에 나가 사진을 찍었는데 묘하게 흥분되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며 “나중에는 사진에 경비아저씨도 넣어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점차 사람이 많은 장소로 나가게 됐다. 남자친구도 사진을 찍으며 흥분했는데 조만간 둘이서 같이 촬영하기로 했으니 기대해 달라”며 자신의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해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인 ‘소라넷’에 게재된 야외 노출 사진들.
또 다른 특징은 단순히 야외 노출에 대한 호기심으로 사진을 탐독하다 중독에 빠진 이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노출 마니아들이 증가하면서 사진 수위도 점점 높아졌는데 신체 일부만 드러내는 것에서 나아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대낮 길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도 등장했다.
이처럼 점점 강도 높은 사진들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결국 자신이 직접 거리로 나섰는데 처음에는 단순히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끼다 점점 강한 자극을 원하기 마련이었다. 결국 자신의 누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공유하면서 또 한 번 흥분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기도 했다. 이런 악순환을 통해 야외 노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실제 야외 노출 사진이나 누드 사진이 자주 올라오는 사이트에 접속해 지켜본 결과 새로운 사진이 게재될 때마다 순식간에 여러 댓글들이 달리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자세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가슴이 빈약하다” “소심하다(인적이 드문 곳에서 찍을 경우)” “나이스 샷” 등 적나라한 감상평이 쏟아졌다. 좋은 평가를 받은 사진이 올라오면 누군가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게시판을 지켜본 결과 요즘에는 혼자가 아닌 두 명 이상을 한 컷에 담는 ‘커플 누드’가 대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 두 명이 함께 할 수도 있고 연인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나 홀로 누드’보다 훨씬 수위가 높았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도 마다하지 않았으며 인기 커플들은 저마다 트레이드 수위가 있기도 했다.
‘강동우 S 성의학 클리닉 연구소’ 강동우 원장은 “정상적인 성인들은 연인이나 배우자 간의 허락된 성에 대한 안정감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출증 환자들은 금지된 장난의 위험함을 택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철없고 미성숙한 행동”이라며 “이는 독특한 성향이나 취미가 아닌 변태성욕을 가진 성도착증 환자로 봐야 한다. 또한 노출은 중독 성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남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노출증은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지만 스스로 병원을 찾는 이가 드물다”고 설명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