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부비부비… 세균만 득실득실
심각한 것은 이것이 통계상의 수치일 뿐이라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실제 성병 감염자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확한 수치는 추정 자체가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성인만이 아니라 청소년의 성병 감염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데, 청소년들의 경우는 자신도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만큼 발견과 치료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21세기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우리 사회의 성병 실태에 대해 심층 보도한다.
40세 직장인인 김 아무개 씨. 그는 여느 남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술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성매매’를 하지는 않는다. 아내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감도 있고 돈을 주고 여자를 산다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는 성기에 통증이 생기는 등 이상증세를 느꼈다. 성매매를 전혀 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설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악화됐다. 결국 병원을 찾은 그는 ‘요도염 증상’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김 씨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바깥에선 성관계를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씨는 처음엔 아내를 의심했다. 성병감염 경로를 찾자면 아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몇 차례 아내와 다투기도 했던 그는 다시 의사와 상담을 하는 와중에 ‘잊어버렸던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었다. 몇 주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술을 마신 후 변종룸살롱에 갔었다. 워낙 만취한 상태였고 다른 직장 동료들과 함께 분위기에 휩싸여 한자리에서 ‘특별서비스’를 받았던 것이다. 비록 성관계는 아니었지만 그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듯했다.
김 씨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뿐 변종룸살롱이나 유사성행위업소에서 하는 ‘특별서비스’ 역시 성매매의 일종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 종전까지 의학계는 그것만으로는 성병에 감염될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의학계의 경향은 오럴섹스와 같은 경우도 각종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어 성병 발생 요인이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김 씨는 업소에서 옮았던 셈이다.
이러한 경우는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전투’라고 알려진 북창동식 룸살롱의 서비스는 물론이거니와 유사노래방, 대딸방 등지에서도 최근에는 손으로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입’까지 동원되면서 성병 감염 위험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딥키스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성병이 옮겨질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입 안에 상처가 있는 경우에는 에이즈 바이러스는 물론이거니와 매독, A형 간염마저 전염된다. 치명적인 에이즈가 이렇게 키스만으로도 전해질 수 있다.
A형 간염도 마찬가지다. A형 간염은 입안의 상처가 없어도 감염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더욱 무섭다. 침만으로 충분히 감염이 되고 4주의 잠복기를 거친 이후에 설사 피로감 발열 두통 등이 발생한다.
청소년들의 성병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2007년 현재 집계에 따르면 10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년 성병 발생 건수가 연간 1만 건을 넘어서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감염은 항상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청소년 성병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자 청소년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성병 감염률이 상당히 높아진 것. 2002년엔 전체청소년감염자의 29%였지만 2007년에는 무려 44%까지 늘어난 것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원조교제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성인 남자가 여자 청소년에게 성병을 옮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성병에 감염될 경우 자아 혼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심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방황한다는 점에서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면 성병은 주로 어디에서 감염되는 것일까. 당연히 유흥업소가 그 온상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당국의 관리체계밖에 있는 유사노래방, 불법오피스텔성매매업소, 대딸방 등에서 근무하는 여성들은 심한 경우 ‘성병 종합 병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성병과 세균감염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사성행위업소에서 일한 A 씨가 자신의 성매매경험담을 올린 한 포털사이트의 글에는 이들 업소 주변에서 빈번히 감염되는 성병의 충격적인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음은 그녀가 쓴 글의 일부다.
“핸플(대딸방 업소를 지칭)에서 2년동안 일하면서 내게 남은 건 더러운 세균 덩어리가 된 내 몸뚱아리다. 정말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의 글은 처참했던 자신의 병원 기록으로 이어진다.
“빨간 모기자국들이 온몸을 뒤덮어 병원에서 소변검사, 피 검사를 했더니 임질에 매독에 온갖 잡세균들이 검출됐다. 정말 충격이었다. 한 달 동안 치료받고 다시 복귀했다. 1년 반 동안 단 한 번의 관계도 가지지 않고 일을 했다. 그러나 ‘부비부비’는 했다. 그런데 2주 전에 병원에 갔더니 소변검사에서 또 어마어마한 세균들이 검출됐다. 요도염, 방광염에 자궁경부암을 부르는 바이러스, 그리고 골반염까지. 1년반 전에 치료를 깔끔히 끝냈고 그 후론 한 번도 관계를 가진 적이 없는데 이 지경이 됐다. 의사는 남자 성기를 부비더라도 감염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매독의 경우는 치료를 끝내도 피검사를 하면 에이즈처럼 죽을 때까지 양성으로 나온다고 했다”
그 후 그녀는 길거리에 지나가는 여자들만 봐도 ‘저 여자들은 몸과 마음이 깨끗하겠지’라는 부러운 생각을 하며 자학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물론 한때 그녀는 ‘돈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돈에 집착하면서 더 많은 단골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자신을 찾아주는 단골손님과의 은밀한 성행위엔 당연히 콘돔을 끼우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그런 만큼 성병을 비롯한 각종 잡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성병의 무서움에 대해서는 이제 홍보도 많이 돼있고 콘돔 사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10여 년 전보다 훨씬 높아져 향기가 나고 다양한 맛이 나는 콘돔이 시판되고 있기도 하다. 편의점 등에서는 콘돔이 판매되는 상품의 최상위권에 랭크된 적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의 성병감염 위험은 이처럼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성매매와 관련된 각종 업소들의 ‘은밀한 영업’이 중지되거나 그곳 여종업원들이 보건당국의 관리시스템 속에 포함되지 않은 한 성병 감염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heymantoday@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