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꼬마가 세계를 ‘발칵’
▲ 지엔 | ||
대만의 프로기사 저우쥔쉰 9단은 지난해 제11회 LG배에서 우승, 대만 바둑의 영웅이 되었다. 지엔 6단은 대만 바둑의 제2호 영웅으로 이름을 올릴 것이다. 지엔 6단의 쾌거에 대한 세계 바둑계의 반응은 한마디로 “참으로 잘된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68개 나라가 참가했다.
대만 바둑은 그동안 ‘변방 아닌 변방’이었다. 한·중·일을 빼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강하지만 언제나 한·중·일 다음이었다. 지난날 한때 일본 프로 바둑계를 평정했던 린하이펑 9단, 린 9단만큼은 못했지만 그래도 잠깐씩 크고 작은 영주 노릇을 했던 왕리청 왕밍완 9단, 그리고 요즘 타이틀 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장쉬 9단 등이 대만 출신이란 걸 생각하면 대만이 한·중·일보다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가대항전 성격의 대회나 특히 아마추어 대회에서는 대만이 한·중·일을 제친 적은 없었다.
프로 쪽에서는 무슨 교류전 같은 걸 할 때 옛날에는 일본과 중국이 한국을 끼워 주지 않았고 요즘은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잘 끼워 주지 않으려 한다. 그 와중에서 대만은 언제나 고려의 대상도 아니었다. 서양 바둑인들이 말하는 ‘빅3 플러스 1’은 그 단적인 표현이라 할 만하다. 빅3는 물론 한·중·일이고 거기에 하나를 더 보탠다면 그게 대만이라는 것. 말하는 사람은 그저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뿐이지만 듣는 처지에서는 좀 그런 말 아닌가. 프로 교류가 시작된 것이 1960년대, 아마추어의 세계대회가 처음 열린 것이 1979년이니 대만의 ‘왕따 세월’이 짧게는 30년, 길게는 반세기쯤 되는 것.
전 세계 아마추어 바둑인들이 참가하는 대회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다른 하나는 일본이 주최한다. 일본 주최 세계아마대회는 1979년 창설돼 올해 제29회 대회를 치렀다. 그동안 바둑 세계화에 기여한 공이 큰데, 앞으로 2~3년 후에는 주최권을 다른 아시아 국가로 넘기고 싶어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긴 오래 하기도 했다. 더구나 근래 일본 바둑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라 관계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법도 하다. 아시아 나라들이 역할 분담을 시작할 때도 된 것. 그래서 대만의 약진이 고맙고 반가운 것이다. 바둑의 세계화에 불을 지르려면 아직은 한국과 중국만으로는 좀 약하다. 일본이 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저렇게 지쳐 있다. 다들 대만이 일본의 역할을 대신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국무총리배로서는 실로 망외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국무총리배는 대한바둑협회의 간판이다. 국내외 바둑의 볼륨이 한국기원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커진 상황에서 대한바둑협회가 국내 바둑 인구 저변의 확대와 한국 바둑의 세계화라는 깃발을 들고 2005년에 창립됐고, 불과 1년 만에 국무총리배를 출범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대한바둑협회와 국무총리배는 3년 동안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동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한바둑협회는 국무총리배라는 매머드 행사를 매년 훌륭하게 치러내면서 한국의 대표적 바둑단체로 자임할 수 있을 정도로 틀을 잡았다.
이번에도 메인 토너먼트 외에 각종 바둑대회와 학술대회, 아시아바둑연맹과 같은 바둑 관련 국제단체 임원-이사회의 등이 동시에 열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대회 하이라이트는 한·중·일 강자들을 제친 12세 대만 소년 지엔리천 6단의 우승이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