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 vs 유망벤처” 먹튀 따로 싸움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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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일 오전 상제리제센터에서 열린 노드시스템의 임시주주총회. 최근 노드시스템의 대표가 수배 중이며 주가가 대폭 하락하는 등 민감한 시기에 열렸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노드시스템의 이 대표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경찰의 발표대로 희대의 사기꾼일까. 아니면 일부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망한 벤처 사업가일까. 그리고 노드시스템은 과연 유령회사일까. 노드시스템의 실체와 함께 이 대표가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 그 진상을 추적해 보았다.
IT 벤처기업 노드시스템의 비상장 주식은 장외거래에서 한때 2만 원 이상에 거래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100원 대 아래로 떨어졌고 그나마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노드시스템의 주식이 이렇게 폭락한 이유는 회사 대표의 횡령과 허위주식 발행 혐의 때문이다. 여기에 노드시스템이란 회사가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라는 경찰의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이와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과 지능팀은 지난 3일 “노드시스템의 이 아무개 대표가 허위주식 발행으로 주주들에게 1000억 원이 넘는 피해를 입혔으며 피해자 수가 4000~50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수사를 맡았던 담당 형사는 “처음 보는 사기 수법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노드시스템이 여러 가지 계약을 체결했지만 한 번도 이행한 적이 없었다”며 “이를 미끼로 수년 동안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챙겼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매년 회계 감사를 회피해 주주들이 회사 정보를 파악하기도 힘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1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노드시스템이 유령회사라고 단정하고 있다. 직원이라고 해봐야 주식관리를 하는 사람 한두 명밖에 없고 법인 잔고는 비어 있으며 제품을 생산할 공장도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경찰은 “다 쓰러져가는 회사를 인수해 그 내용을 언론에 알리고 허위로 보이는 계약서를 바탕으로 또 한 번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계약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 이를 근거로 또 투자자들을 유인해 거액을 끌어 모으는 등의 수법을 썼다”고 전했다.
경찰은 특히 회사 대표 이 아무개 씨와 주식 거래를 중개한 브로커 오 아무개 씨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허위 주식 1억 2000만 주를 유통시킨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 씨와 오 씨 등은 260억여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근거로 오 씨는 구속됐고 회사 대표 이 씨는 현재 수배 중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주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씩 투자했다 원금을 통째로 날리게 된 이들의 원성이 자자한 것. 그런데 주주들의 불만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회사 대표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이를 보도한 언론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들 주주들은 경찰의 수사결과가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또 경찰이 확인도 안 된 사실을 언론에 알려 회사를 회생불능의 상태로 만들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주주들은 영등포경찰서장을 고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허위주식을 발행해 불법이득을 취한 자는 오 아무개 씨로 회사 대표인 이 아무개 씨와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며 “이런 미확인 내용을 단순 추측과 주장만으로 사실인 것처럼 언론사 기자들에게 유포하여 주주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히고 있다. 오히려 경찰이 노드시스템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주장인 셈.
또한 주주들은 “노드시스템은 유령회사다”는 경찰의 주장을 완강히 부정하고 있다. 노드시스템 강남지사에서 만난 한 주주는 “회사 직원은 한때 40여 명에 달했으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퇴사한 것이고 제품은 외주 계약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노드시스템은 2조 원으로 평가받는 특허를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의 투자회사로부터 10억 엔을 투자받았는데, 이런 회사가 어떻게 유령회사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주주들의 주장에 대해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해 다급한 심정에서 아직까지도 회사 관계자들이 말하는 허위 사실을 믿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런데 일부 주주들은 “주주들 중에 특허권과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세력이 있다”는 색다른 주장도 하고 있다. 이들은 “그와 같은 작전세력이 경찰에 관련 제보를 하고 유령회사라는 주장을 펴고 다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에는 노드시스템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주들은 이 자리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고 전문경영인을 대표로 선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회사 관계자들은 주주들에게 “최근 일본의 투자회사로부터 10억 엔이 입금됐다”고 밝히며 노드시스템이 기사회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주주총회 현장에서 만난 한 주주는 “회사 대표가 허위주식이 발행되는 것을 방치하고 회사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잘못은 분명 있고 또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며 “하지만 회사 자체는 사업성이 뛰어난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데다 이를 바탕으로 외자 유치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0억 엔의 외자 유치가 과연 사실이냐는 점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회사 관계자들이 외자 유치를 할 것이라는 말을 계속해 왔고 이를 믿고
투자를 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며 이번에도 신빙성이 별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노드시스템 측은 “10억 엔을 유치했다”고 하면서도 입금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대주주 중 한 사람인 김 아무개 씨는 “공개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며 “회사의 운명이 걸린 문제라 지금 당장은 밝힐 수 없지만 곧 언론에 외자 유치 성공을 공개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외자 유치에 성공하고 노드시스템이 정상화되더라도 회사 대표인 이 아무개 씨의 ‘허위주식 발행’에 대한 책임은 별개라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물론 주주들도 “확증은 없지만 허위주식이 1억 2000만 주나 유통됐는데 이를 이 대표가 전혀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
경찰의 말대로 회사 자체가 유령회사인지 아니면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외자 유치에 성공한 유망한 벤처기업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노드시스템 측에서 장담한 대로 외자 유치와 관련된 입금 내역을 공개한다면 노드시스템도 투자가들도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칠흑같이 어두운 최악의 상황에서 한줄기 빛처럼 등장한 ‘10억 엔 외자 유치’가 희망사항이 아니라 실제상황이길 대다수 투자자들은 그래서 바라고 있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