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한줄 위해 미인대회 나가기도
[특별취재팀=성기노 취재2팀장, 박민정 기자, 서윤심 기자]
“돈이요? 그거 생각하면 이 일 못해요.”
지역 지상파 방송국의 아나운서인 김 아무개 씨(26)가 털어놓은 현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준비 기간 동안 많은 돈을 쏟아 부었고, 아나운서가 된 지금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자조했다.
아나운서 중엔 미인대회에 출전해 다양한 경력을 쌓은 사람들도 많다.
김 씨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1년을 준비했다. 길면 2년까지 ‘지망생’으로 남기에 남들에 비해 빨리 꿈을 이룬 셈이다.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금전적 타격은 컸다.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건 아나운서 아카데미. 혼자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아카데미로 향한다. 아카데미에선 현직 방송인이나 전직 아나운서에게 발성, 발음, 진행능력에 대한 강의를 받을 수 있다. 또 카메라, 조명 등의 장비가 갖춰져 있어 실전처럼 연습을 할 수 있다. 기자가 문의해본 K 아카데미의 수강료는 3달 30강 코스에 270만 원. 강의 한 시간에 9만 원꼴이다. 이는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아나운서를 여럿 배출했다는 대형 아카데미는 2달 코스에 300만 원이었다.
아카데미는 2~3달 코스 한 회만 듣고 끝나지 않는다. 기본코스, 중급코스, 상급코스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기본코스, 중급코스를 이어서 수강한다. 여기에 개인레슨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아카데미 수업을 두 코스 정도 수강하면 할인을 다 합쳐도 5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개인레슨 비용은 한 시간에 8만~10만 원선이다.
이렇게 비싼 비용에도 지망생들이 아카데미를 향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추천전형’ 때문이다. 소규모 방송사에서는 아나운서를 채용할 때 아카데미에서 추천을 받는다. 여러 아카데미에서 추천받은 지망생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보는 식이다. 과거에 아나운서를 지망했다는 서 아무개 씨(27)는 “방송사 입장에선 준비된 인력을 빠르게 채용할 수 있어 선호하는 방식이라 들었다. 추천전형의 공정성에 대해 지망생들이 불만을 내기도 하지만 이 전형을 통해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건 맞다”고 설명했다.
사진, 메이크업, 의상 등에도 많은 돈이 들어간다.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다양한 분위기로 자신만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프로필 사진은 필수다. 김 씨는 “1년 동안 프로필 사진을 세 번 정도 찍었다. 나는 적게 찍은 편이고 채용 전형이 뜰 때마다 찍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스튜디오별로 천차만별. 하지만 어느 정도의 질을 보장하는 스튜디오는 한 번 촬영에 최소 20만 원은 줘야 한다. 또 촬영 전 의상과 머리,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기에 비용은 더 들든다. 화장과 머리는 한 번 받는 데 7만~10만 원 정도. 정장을 빌리는 데 대략 10만 원선. 프로필 촬영 한 번에 40만~50만 원은 들어가는 셈이다.
메이크업, 의상 등의 비용은 시험을 볼 때마다 들어간다.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1차로 카메라테스트를 받게 되는데, 시험 시간이 오전이라면 새벽같이 일어나 예약해둔 미용실에 가 머리 손질과 화장을 받는다.
아나운서 지망생은 취업준비생이 면접 때 입는 검은 재킷에 흰 블라우스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방송사가 선호하는 분위기, 채용 전형, 자신과 어울리는 이미지 등을 고려해 다양한 빛깔의 재킷, 블라우스, 원피스를 선택한다. 보통 두세 벌의 옷을 구매해두고 이용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여성 정장 브랜드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적으로 원피스 한 벌만 30만 원이 훌쩍 넘고, 재킷은 40만 원이 기본이다. 물론 동대문에서도 비슷한 옷을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핏’이 확실히 다르다는 게 지망생들의 평이다.
여기에 성형도 필수로 자리 잡았다. 눈, 코, 입은 기본이고, 이마, 눈 밑에 지방이식 수술을 많이 받는다. 입체감 있는 얼굴을 만들어 ‘화면발’을 살리기 위해서다. 또 매력적인 웃는 모습을 위해 교정, 라미네이트 등의 치과 시술도 받는 이들도 많다. 워낙 성형 수술을 한 지망생들이 많아 작년 한 방송사 최종 면접에선 “성형수술을 했느냐”라는 노골적인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미스유니버시티 출신 아나운서들. 왼쪽부터 조수빈 KBS 아나운서, 이재은 MBC 아나운서, 김초롱 MBC 아나운서. 사진제공=MBC·KBS
이력서의 한 줄을 위해 미인대회에 나가는 지망생도 많다.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여대생을 뽑는 월드미스유니버시티 대회에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이들이 대거 몰린다. 치열한 경쟁률 속에 특이 이력으로 심사위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월드미스유니버시티 준비반을 개설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KBS 조수빈, MBC 이재은, 김초롱, KBS N 윤재인 아나운서 등이 미스유니버시티 출신이다.
수백만 원의 비용을 들여 아나운서가 돼도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열악한 처우와 불안한 고용형태 때문이다. 앞서의 아나운서 김 씨는 “대부분의 아나운서가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된다. 지상파 3사도 서울 본사가 아니면 정규직 아나운서는 거의 없다. 기본급도 없고 출연 횟수에 따라 월급을 받는다. 출연 프로그램이 없으면 수입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아나운서 채용 공고를 낸 광주MBC, 부산MBC, KBS포항방송국, UBC 울산방송, KBS목포방송국 등은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모집했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소규모 라디오 방송국 아나운서 등은 월급 100만 원이 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실제 아나운서 지망생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면 ‘아나운서 하지 말라’는 현직 아나운서들의 진솔한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신을 지방 작은 방송국의 아나운서라고 소개한 한 글쓴이는 “뉴스 한 편에 8만~10만 원 받는다. 프로그램은 20만~30만 원 수준이다. 주 1회짜리 프로그램 진행 하나 맡으면 월 80만 원 버는 셈이다. 이런 수입으로 어떻게 꿈만 보며 할 수 있겠느냐”고 현실을 설명했다. 김 씨는 “워낙 아나운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니 한 번 밀려나면 끝이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불안감에 계속 다른 채용공고를 들여다보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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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잔혹사 원정출산·대리번역·섹스비디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 직업인만큼 여성 아나운서들이 구설에 오르는 일도 많다. 때로는 성적 희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각종 비하발언으로 설움을 겪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잔혹사를 겪은 아나운서들도 많다. MBC의 김주하 전 아나운서는 가정사로 ‘비운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김주하 아나운서는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내면서 남편 강 아무개 씨의 상습폭행을 이유로 들었다. 강 씨는 부부싸움 도중 김주하 아나운서의 귀를 때려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히는 등 수차례에 걸쳐 폭행해왔다. 여기에 김주하 아나운서와 처음 교제할 당시 유부남이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심지어 이혼소송 도중 내연녀의 혼외자 출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해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강 씨의 내연과 혼외자 출산이 밝혀지면서 김주하 아나운서는 강 씨를 간통죄로 추가 고소했다. 1996년 SBS 공채로 입사한 한성주 전 아나운서는 2011년 12월 섹스비디오 파문을 겪으면서 큰 심적 고통을 겪었다. 한 전 아나운서의 전 남자친구인 대만계 미국인 사업가 크리스토퍼 수가 유포자로 지목됐었다. 크리스토퍼 수는 2012년 “한성주의 오빠와 그가 고용한 조직폭력배 등으로부터 감금, 집단 폭행,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한 전 아나운서의 가족을 고소했다. 한 전 아나운서에 대해서는 “혼인을 빙자해 명품 핸드백, 시계 등을 받고 생활비까지 내 카드로 쓰며 3억 4000만 원의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20세 연상의 스폰서가 있었다”는 등의 폭로전을 이어갔다. 정지영 전 SBS 아나운서는 ‘대리번역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006년 베스트셀러였던 <마시멜로이야기>는 정 아나운서가 번역자로 이름을 올려 20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출판계에서는 다른 번역자의 작품에 정 아나운서가 대신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공동번역을 했음에도 단독으로 번역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정 아나운서는 이 일로 방송을 잠시 떠나기도 했다. 현대가의 며느리 노현정 전 아나운서는 결혼 후 자녀 양육에 너무 욕심을 보인 게 화가 됐다. 노 전 아나운서는 두 아이를 모두 원정출산해 빈축을 샀다. 첫째는 유학중인 남편과 미국에서 생활 중 낳았고, 둘째는 예정일 3개월 전에 미국으로 출국해 출산 후 돌아왔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부정 입학시켜 1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 |
아나운서와 결혼 부잣집에 시집간 그녀들 ‘다 잘 사는 건 아니더라…’ “내가 아나운서 시험만 붙으면 시집 잘 가는 건 시간문제야!” 최초의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장은영은 무려 27살 위인 최원석 전 동아건설 회장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1994년 KBS에 입사한 장은영 전 아나운서는 미모와 실력으로 입지를 다져가던 중 1999년 최 전 회장과 극비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최 회장으로서는 세 번째 결혼이었다. 두 사람은 결혼생활 중 아이를 갖는 문제에 대한 견해차로 갈등을 겪었다고 알려졌다. 결국 2010년 11년간의 결혼생활의 종지부를 찍었고 같은 해 마흔 살 동갑내기 의류업체 대표와 결혼해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한성주 전 SBS 아나운서도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재벌가에 시집간 사례다. 한 전 아나운서는 1999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채승석 씨와 결혼했다가 10개월 만에 이혼했다. 재벌가로 시집간 아나운서 중 가장 화제가 됐던 건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다. 2003년 KBS 공채로 입사한 노현정 아나운서는 2005~2006년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아나테이너’로서 입지를 확실히 굳혔던 인물. 한창 주가를 올리던 2006년 돌연 정대선 현대 BS&C 사장과 결혼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이후 원정출산, 부정입학 논란 등을 거듭했지만, 아나운서 출신 재벌가 며느리로서 집안 공식 행사 때마다 여전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윤영 전 MBC 아나운서는 2004년 외국계 증권사 펀드매니저 장세윤 씨와 결혼했다. 장 씨는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의 아들이다. 장 회장은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주)대우 무역부문 사장을 지냈다. 황현정 전 KBS 아나운서는 2001년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와 결혼해 IT부호와 아나운서의 결합을 만들어냈다. 이 대표는 2008년 다음을 퇴사해 현재 대주주 지위만 남겨둔 상태로 벤처 투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KBS 박사임 아나운서도 IT계열 사업가와 결혼했다. 박 아나운서의 남편인 민용재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카트라이더, 포트리스 등의 ‘국민게임’을 개발한 게임계의 신화다. 2009년까지 넥슨 사업본부 총괄이사로 재직하다가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딴 YJ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재벌, 대기업사장, 유명기업 대표 2세 등이 아니더라도 재력가와 결혼한 아나운서도 부지기수다. 귀여운 매력과 똑 부러지는 실력을 동시에 갖춰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강수정 아나운서 역시 하버드를 나온 젊은 사업가와 결혼해 부러움을 샀다. 강수정 아나운서는 2008년 재미교포 출신의 펀드매니저 매트 김과 홍콩에서 살고 있다. 유럽, 홍콩, 싱가포르 등지로 여행한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자랑했다. 연기자로 전향한 임성민 전 KBS 아나운서 역시 남편이 미국의 상당한 재력가 집안이라는 사실을 한 방송에 출연해 밝힌 바 있다. 임 전 아나운서의 남편 마이클 엉거 서강대 교수의 집안은 최초로 감자칩을 대량생산하던 회사로 과거 엄청난 부를 자랑했다고 알려졌다. ‘걸어 다니는 기업’ 수준의 연봉을 받는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린 아나운서도 있다.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는 지난 7월 박지성 선수와 결혼하면서 모든 여성들의 부러움과 시기를 한 몸에 받았다. 박지성 선수는 2011년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활동할 당시 연봉이 83억 원에 달했다. 영국 주간지 <선데이타임즈>는 지난해 박지성의 재산이 우리나라 돈으로 257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나경은 전 MBC 아나운서의 남편인 국민MC 유재석 역시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다. 자세한 수입은 공개된 적 없지만 1년 수입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출연료 반환 소송 당시 12회분 1억 2000만 원을 요구했던 것을 감안하면 회당 출연료로 1000만 원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