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행 정민태 롯데서 뺨 맞고 ‘야신’ 품으로 점프
코칭스태프 변화폭이 가장 큰 팀은 한화 이글스다. 롯데에서 아픔만 안고 물러난 정민태 코치는 김성근 감독과 만났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는 이만수 감독의 후임으로 내부에서 김용희 감독을 승진시키면서 코칭스태프도 연쇄 이동은 있을지언정, 새로운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전 김용희 감독이 맡았던 육성총괄은 박경완 퓨처스 감독이 들어갔고, 퓨처스 감독에는 세이케 미사가즈 수비코치를 보냈다. 김경기 타격코치는 수석코치로 신분이 상승됐다. 김상진 투수코치가 1군 메인 코치로, 조웅천 투수코치가 퓨처스 팀으로 이동하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 외부 영입이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큰 변화를 이룬 팀은 김성근 감독을 맞이한 한화 이글스다. 김 감독은 고양 원더스에서 동고동락한 코치들을 대거 한화에 입성시켰다. 이렇다보니 기존의 코치들은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상황. 송진우, 정민철, 강석천, 조경택 등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들이 한화를 떠났다. 정민철 코치는 원래 ‘잔류군’에 포함됐지만, 팀이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 김 감독을 찾아가 그만 둘 것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화 출신 중에는 장종훈 타격코치와 이정훈 2군 감독만이 남아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김응용 전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해태(KIA) 출신 코치들의 퇴장이다. 이종범 코치는 KIA 김기태 감독의 부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이 코치는 강연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주위에선 이 코치가 KIA 코치직 제안을 사양했고,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넥센 시절 박병호, 서건창 등 미완의 대기를 최고의 타자로 변모시킨 박흥식 전 롯데 코치는 KIA로 이동했다. 1년 전 김시진 감독이 롯데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비교적 넥센에서의 입지가 단단했던 박 코치의 롯데행은 염경엽 감독을 ‘멘붕’에 빠트렸지만, 결국엔 1년 만에 김시진 감독이 물러나면서 박 코치도 롯데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을 인정한 김기태 감독이 박 코치를 KIA 타격코치로 불렀다. 박 코치는 2007년 조범현 감독 체제 하에서 KIA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KIA 김기태 감독은 LG에서 수석코치로 인연을 맺은 조계현 LG 2군 감독을 KIA 수석코치에 앉혔다. 김 감독은 LG 시절 해태 레전드 출신인 조 코치와 함께 팀을 11년 만에 4강으로 이끌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김 감독이 올 시즌 초 갑자기 물러났을 때 조 코치도 동반 사퇴하려고 했지만 김 감독의 만류로 남게 돼 양상문 감독이 오기 전까지 임시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었다.
김 감독은 KIA와 감독 사인을 하자마자 조 코치에게 연락해 함께 하길 바랐다. 그러나 조 코치는 이미 구두로 kt행을 약속한 상태였다. 조 코치가 LG와 11월 30일까지 연봉을 받고 있는 상태라 계약서를 쓰지 못했을 뿐 구두로 합의가 끝난 일이었던 것. 그러나 김 감독이 KIA 감독을 맡으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김 감독으로선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조 코치의 도움이 필요했고, 급기야 kt 조범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는 후문이다. 조 코치 또한 고향인 광주에서 다시 지도자 생활하기를 바랐지만 조 감독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조 감독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조 코치의 KIA행을 허락하면서 김 감독과 조 코치는 광주에서 재회할 수 있게 됐다.
두산 김태형 신임 감독은 ‘야생마’ 이상훈을 품에 안았다. 고양 원더스에서 김성근 감독을 모시고 투수코치로 활약한 이상훈 코치는 친정팀 LG가 아닌 두산에서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한화코치 정민철 쓸쓸한 퇴장 “처음으로 11월에 쉬네요” 지난 10월 28일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취임식에 나타난 정민철 코치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는 듯한 얼굴이었다. 결국 정 코치는 취임식 다음날 김성근 감독을 찾아가 그만두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프로야구 선수시절부터 지금까지 11월에는 쉬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 11월을 편하게 쉴 수 있게 됐다. 김응용 감독님이 그만두시고 새로운 감독이 영입되는 동안 내 거취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만약 외부에서 새로운 분이 오신다면 과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싶었다. 김성근 감독님 때문이 아닌 내 야구인생을 위해 한 번쯤 쉬는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행히 김 감독님께서 오해하지 않으시고 잘 받아주셨다. 말씀 드리고 나오니까 마음이 한결 홀가분했다.” 어느 팀보다 코칭스태프 구성에 변화가 많았던 한화 이글스. 정민철 코치는 그런 변화에 쉽게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정 코치는 “11월부터 선배들,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가족들과 여행도 가면서 사람다운 삶을 살고 싶다”면서 “야구와 관련 없는 삶을 살다보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정 코치는 방송가의 해설위원직을 맡는 데 대해선 답변을 유보했다. 한편 정 코치와 절친인 연예인 배칠수 씨는 정 코치의 사퇴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누구보다 코치로 일하고 있는 데 대해 자부심이 컸던 친구였다. 팀 성적이 뒷받침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그만두다니…. 조만간 민철이 만나서 속사정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확실한 것은 민철이는 조만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야구를 그만큼 사랑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정민철 코치는 1992년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에 입단해 1999년까지 8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는 등 에이스로 활약했고,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2년간 몸담은 뒤 2002년 돌아와 선발진의 한 축을 든든히 지켰다. 2009년을 끝으로 은퇴한 정 코치는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해 지난 3년간 한화 후배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한화의 새로운 에이스 이태양이 자신의 롤 모델로 정민철 코치를 꼽은 바 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