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면 배트, 마운드면 마운드 ‘깻잎 한장 차이’
근소한 차이로 공격력은 넥센이, 투수력은 삼성이 낫다는 평이지만 승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가을잔치의 최종 주인공은 어느 팀이 될까.
먼저 공격력은 삼성이 팀 타율 0.301로 전체 1위, 넥센은 0.298로 2위를 차지했다. 반면 팀 홈런은 넥센이 199개로 1위를, 삼성이 161개로 2위를 기록했다. 팀 장타율도 넥센 0.509, 삼성 0.473, 팀 출루율 넥센 0.382, 삼성 0.377로 여전히 1, 2위를 다투고 있다. 다만 득점권 타율에선 삼성이 0.323으로 1위, 넥센은 0.280으로 6위에 올랐다. 두 팀의 명품 타격전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넥센의 키플레이어인 4번 박병호와 5번 강정호는 정규시즌 동안 92홈런 241타점을 합작했다. 3번 유한준도 20홈런 91타점을 뽑아냈다. ‘돌격대장’ 서건창이 출루에 성공하면 도루로 마운드를 괴롭힌다는 넥센의 승리 공식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믿었던 박병호가 잠시 슬럼프에 빠졌지만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4타수 3안타를 때려내며 ‘역시 박병호’란 사실을 경기력으로 증명해보였다.
삼성은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이승엽의 주전타자들이 강타선을 자랑하면서도 넥센보다는 한 수 아래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형우와 이승엽은 30홈런-100타점을 돌파했다. 박석민은 부상으로 110경기 밖에 출장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홈런 27개를 기록,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경신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마운드의 힘이다. 삼성은 팀 평균자책점이 4.52이고, 넥센은 5.25다. 퀄리티스타트(QS)도 삼성은 63경기, 넥센은 43경기다. 하지만 단기전은 페넌트레이스 기록과 좀 다른 면이 있다. 삼성은 주전급 투수와 백업들의 기량차가 크지 않다. 반면 넥센은 정예 주전급 투수들의 경기력에선 삼성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
삼성의 예상 선발진은 밴덴헐크(13승), 윤성환(12승) 장원삼(11승) 마틴(9승) 배영수(8승) 정도다. 넥센은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났듯이 선발이 3명이다. 밴 헤켄(20승), 소사(10승), 오재영(5승)이다.
불펜도 삼성은 안지만 차우찬 권혁 심창민 그리고 마무리 임창용이 버티고 있다. 넥센은 한현희 조상우 그리고 마무리 손승락이 필승조다. 제대로 된 좌완 불펜 없이 플레이오프에서 LG의 좌타 라인을 무난히 봉쇄했다.
염경엽 감독은 단기전으로 치르는 포스트시즌을 3선발 체제로 갈 것임을 이미 밝혔다. 다소 파격적이었지만, 현실적인 고민에서 나온 판단이었다. 넥센은 강력한 원투펀치가 있지만 3~5선발은 약하다. 넥센이 단기전에서 많은 승수를 쌓기 위해선 밴 헤켄과 소사가 시리즈에 최대한 많이 나서야 한다는 게 넥센 벤치의 판단. 소사는 LG와의 플레이오프 1, 4차전에 선발로 나가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10승을 거둔 헨리 소사는 넥센의 ‘가을야구’를 이끄는 승리 공식이다. 지난 5월 나이트를 방출하고 2012~13시즌 KIA 타이거즈 소속으로 뛰었던 소사를 새 식구로 맞이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강속구를 보유했지만 제구력이 떨어지고 어정쩡한 변화구는 공략당하기 십상이란 평가였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의 지도하에 투구폼을 교정하면서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소사는 올 시즌 초만 해도 LA다저스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였다. 지난 스프링캠프 때 메이저리그 캠프에 있는 류현진을 찾아가 반가운 만남을 갖기도 했었다. KIA 시절 생선구이 마니아로 소문났던 그는 당시 다저스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이뤄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함을 표현했는데, 결국 돌아왔고 지금까진 성공적인 한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시리즈 1~2차전(11월 4~5일)은 대구, 3~4차전(11월 7일~8일)은 목동에서 열리고, 5~7차전(10일~12일)은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