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만 해도 뿅 간다?
MP3 파일로 이뤄진 이 사이버 마약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뇌파를 자극, 마치 마약을 막 투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사이버 마약 추종자들은 기존 마약과는 달리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거거나 혹은 중독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이버 마약이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일반 마약과는 달리 청소년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이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며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 아이도저 사이트 | ||
때문에 세계적인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 유튜브에는 이 아이도저를 사용한 후 남긴 감상 동영상이 수천 개나 올려져 있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국가에서도 아이도저 열풍이 불었고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사이버 마약의 원리는 마치 수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 학습 보조 기구 회사의 제품과 비슷하다. 적게는 5분에서 많게는 50분 정도 소리를 집중해서 듣다보면 인간의 뇌파를 원하는 대로 조정함으로써 마치 실제 경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이버 마약은 총 73종의 각종 효과를 가진 파일로 이뤄져 있는데, 이 중에는 마약효과뿐 아니라 항우울성이나 항불안성 혹은 진정제 효과 등을 가졌다고 표시된 파일들도 다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있는 효과는 다른 데 있다. 바로 환각효과를 주는 마약 효과와 성적인 느낌을 주는 섹슈얼 효과다. 우선 마약효과를 살펴보면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코카인’ ‘헤로인’ ‘해시시’ ‘마리화나’ 등뿐만 아니라 ‘알코올’ ‘니코틴’과 같은 비교적 낮은 강도의 마약 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핸즈오브갓’ ‘블랙 선샤인’과 같은 생소한 이름의 마약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가장 강한 마약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핸즈오브갓’은 많은 체험자들이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성적인 효과 역시 눈길을 끈다. ‘엑스터시’ ‘익스텐드(발기)’ ‘퍼스트 러브(첫경험)’ ‘마조히스트(가학)’ ‘멀티오르가슴’ ‘오르가슴’ 등의 파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경험자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효과는 ‘멀티오르가슴’이다. 이 사이버 마약을 청취하면 실제로 여성만이 느낄 수 있는 멀티 오르가슴을 남성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사이버 마약을 국내에 최초로 소개한 ‘NPYS’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네티즌은 ‘사이버 마약은 사람에 따라 효과가 다르며, 중독성은 없다’고 소개하고 있다. 뇌파를 조정해서 일시적으로 기분을 유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 마약에 비해 1/10에서 1/5 정도의 효과만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마약을 하면 어떤 느낌이 날지 궁금해서 실천에 옮기는 것보다 이러한 파일을 통해 대리 체험해봄으로써 마약의 확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제작자들의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 마약은 해당 네티즌이 개설한 사이트(www.i-doser.co.kr)와 P2P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사이버 마약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마약으로 분류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마땅히 규제할 방도가 없다. 몇몇 P2P 업체는 자체 판단을 통해 이러한 파일들을 임의로 삭제하고 있지만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 마약을 경험해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효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실제로 매우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전혀 효과가 없거나 혹은 단순한 플라시보 효과(암시를 통해 실제로 몸이 반응하는 현상)가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I.drs’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은 밤에 불을 끄고 헤드폰으로 조용히 누워서 집중을 하며 다양한 파일을 설명서대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사이버 마약을 통해 실제로 몸이 붕 뜨는 느낌을 얻거나 혹은 성적인 경험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떨려’라는 아이디를 쓴 네티즌은 ‘멀티플오’를 사용하고 나서 “처음에는 별로 감흥이 없더니 후반부에서는 몸이 풀리는 것처럼 떨려오기 시작했다”며 “절정으로 치달을수록 몸에 경련이 오고 입에서는 제멋대로 신음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핸즈오브갓’을 사용한 ‘씨스뿜바’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6분째에 약한 경련이 오기 시작하면서 하반신에 감각이 없어지더니 눈앞에서 뭐가 자꾸 아른 거리고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사이버 마약을 하다가 사정을 하기도 했다고 밝혀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이버마약을 국내에 소개한 네티즌은 모든 사이버 마약이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받은 상태며, 효과가 확실히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효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소수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좋지 않은 헤드폰과 적절하지 않은 볼륨, 조용하지 못한 환경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야 하며, 중간에 한 번이라도 집중하지 않거나 중단한다면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러한 사이버 마약에 대한 규제책이 없다. 해외에서도 이를 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청소년 보호 측면에서 가벼운 단속에 그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사이버 마약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약 사건이 아닌 사기 사건으로 다루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적어도 청소년들이 단순히 호기심으로 무분별하게 접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의 경우 쉽게 전파되고 중독 성향이 강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 당국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P2P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사이버 마약 열풍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