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한판 붙나 친노 소수파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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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충남 공주시 계룡산갑사유스호스텔에서 열린 김부겸 전 의원(오른쪽)의 외곽조직 ‘새희망포럼’ 행사에 안희정 지사(왼쪽)가 대표 강연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야권의 한 당직자가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 넌지시 꺼낸 말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당직자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논리는 이러했다.
“본인이 아닌 주변을 살필 필요가 있다. 요즘 국회에서 가장 회자되는 시나리오가 안희정-김부겸 당·대권 연대 가능성이다. 야권의 유력 당권주자 중 한 명인 김부겸 전 의원의 최근 행보를 보면 안 지사와 상당히 가깝게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러한 기미는 이미 이전에 의해 포착된 바 있다. 지난 8월 <일요신문>이 독점 공개한 김부겸 전 의원의 외곽조직 ‘새희망포럼’에 대표 강연자로 안희정 지사가 나서 눈길을 끌었던 것. 강연 이후에는 두 거물이 나란히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작 당시 포럼 관계자들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지만, 정치권에선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른바 ‘갑사회동’이었고, 이때부터 당·대권 연대설이 본격적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 전 의원과 안 지사 사이에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있다. 지난 2011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강원지사직에서 내려온 그는 한동안 활동이 잠잠했지만, 올해 들어 중국과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일대를 무대삼아 국내 정치권 인사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여의도에선 그를 두고 최근 들어 ‘가장 바쁜 정치 백수’라 일컫기도 한다.
기자는 지난 4일, 이광재 전 강원지사에 연락을 취했지만 그는 부재중이었다. 김부겸 전 의원의 측근을 통해 그의 부재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전 지사는 당시 일본 출장 중이었고, 이 출장길에 김부겸 전 의원 역시 동행한 사실을 <일요신문>이 확인했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은 이 동행에 대한 일정과 목적에 대해 부가적인 설명을 피했다. 이 전 지사와 김 전 의원의 해외 동행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정치권에선 안희정 지사의 조기등판 가능성을 두고 김부겸 전 의원과 함께 가장 가까운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이광재 전 지사의 보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앞서 말했듯 이광재 전 지사는 동북아 일대를 무대 삼아 교류를 꾀하는 목적을 둔 자신의 포럼을 조직했고, 여기에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 야권 정치인은 물론 남경필 경기지사,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이른바 여권 소장파 정치인들과도 두루 접촉하고 있다.
친노진영 내부 구도 역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친노진영 좌장은 문재인 의원이다. 현재는 진영 내 최대 계파는 과거 ‘부산파’로 일컬어진 문재인계다. 반면 안희정 지사는 이른바 ‘서울파’로 분류된다. 안 지사와 이광재 전 지사, 그리고 현재 전남 순천 지역위원장 선거에 나선 서갑원 전 의원 등이 주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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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의원과 안희정 지사. 연합뉴스
서울파는 초기 노무현 사단의 토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 등원 이후 보좌진 및 연구소 그룹이 주를 이룬다. 부산파 인사들이 주로 실무를 담당했다면, 서울파는 애초부터 정무를 담당해왔다. 야권의 또 다른 당직자는 두 계파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같은 친노지만, 서울파와 부산파는 시작점부터 다르고 애초부터 간극이 있다. 내부 경쟁 관계라 봐도 무방하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내부에서도 있어 온 현상이다. 지금은 소수가 된 서울파지만, 내심 본인들은 ‘진정한 친노는 우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치의 시발점은 엄연히 서울파다. 안희정 지사의 대선 도전은 곧 기존 과거 부산파에서 비롯된 문재인계와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고 반격이다. 현재는 문재인계가 압도적인 우세지만, 안희정 지사의 몸값이 점점 상승세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앞서의 당직자 말대로 일단 야권 내부 주자들의 대권 경쟁 구도를 놓고 보면, 안희정 지사의 상승세는 주목할 만하다. 현재 주요 정기조사에서 안 지사의 지지율은 여전히 중위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먼 미래의 리더십을 묻는 ‘시사저널-미디어리서치 2014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도 안 지사는 2위 박원순 서울시장보다는 뒤지고 5위 안철수 의원보다는 앞서는 4위를 기록했다.
장기 부침에 시달리고 있는 안철수 의원과 문재인 의원의 상황을 놓고 볼 때, 발화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또 앞서 밝혔듯 차기 당권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의 동행은 이러한 포석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부겸 전 의원의 측근은 이러한 해석에 대해 “물론 김 전 의원의 당권 출마나 안희정 지사의 조기 대권 출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대선은 저 멀리에 있다. 현재로서는 어느 누가 가깝게 지내고 만나는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누구나 만날 수 있고, 언제 어떻게 또 판세가 바뀔지 모른다”고 손사래를 쳤다.
물론 중요한 것은 안희정 지사 본인의 결단이다. 안 지사는 아직까지 여러 인터뷰에서 대선 도전에 대한 반복적인 질문에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내심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점점 보폭과 활동 무대가 넓어지고 있는 친노 서울파의 반격은 야권 대권주자 판도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