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쓰면 죽는다’ ‘데쓰노트’에 이름 수두룩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에 앞서 고인이 자살한 직후 자택을 찾은 경찰이 발견한 소설책이다.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소설책이지만 뒷면에 ‘데쓰노트’라는 제목의 글이 남겨져 있어 눈길을 끈다”며 “여기에 고인의 심경이 담겨 있었다”고 설명한다.
‘데쓰노트’는 일본 인기 만화 제목인데 ‘이름이 적힌 자는 반드시 죽게 되는 노트’라는 의미다. 영화로 국내에서도 개봉돼 큰 인기를 얻었다. 고인의 자택에서 발견된 소설책 뒷면에 적힌 데쓰노트라는 제목의 글에는 ‘2009년 2.8 요즘 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내가 싫다’ ‘우울증 약이 없었으면 벌써 죽었겠지’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문제의 문건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이 글이 고인이 생전에 남긴 유일한 글이었던 것. 경찰은 여기에 실린 고인의 심경과 유가족의 증언을 종합해 고인의 자살이 우울증에 의한 것이라 판단했던 것이다.
그런데 ‘데쓰노트’에는 이런 내용만 적혀 있는 게 아니었다. 제목이 ‘데쓰노트’인 만큼 여러 명의 싫어하는 사람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 연예계 관계자를 비롯한 여러 명의 실명이 등장하고 그들에 대한 욕설도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소설책 뒷면에 실린 ‘데쓰노트’라는 제목의 글이 문제의 문건 초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 다만 문건이 공개된 이후 분당경찰서 측은 ‘데쓰노트’라는 소설책 뒤에 남겨진 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