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과 싸움서 ‘남동생 배후론’ 확전
▲ 박근령 전 이사장 측이 입수한 대외비 문서. 박지만 회장과 임시이사 측이 만난 일정이 기록돼 있다. | ||
몇 년 지나지 않아 재단 이사였던 최태민 목사의 비리 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지난 90년 동생인 박근령 이사장이 취임했다. 박근령 씨가 1990년 이사장직에 오르면서 문제가 봉합되는 듯했지만 이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서울 성동교육청은 2001년 12월 감사조치 사항들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근령 이사장에 대해 이사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렸다. 박 이사장은 교육청의 처분에 불복해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2004년 7월 헌법재판소는 “교육청이 대통령령에 의해 공익법인 이사장을 해임시키는 행위는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박 이사장은 2004년 다시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개정된 법률에 따라 박 씨는 또 다시 이사장직을 잃었다. 그녀는 또 한 번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2심 그리고 지난해 5월 대법원 최종심에서까지 모두 패했다. 이에 대해 박근령 전 이사장 측은 위헌 판결을 받은 법률을 교육청이 개정까지 해가며 박 전 이사장을 몰아내려 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성동교육청은 9명의 임시이사를 선임했다. 현재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는 임시이사들이 이때 임명된 이사들이다.
육영재단 사태의 핵심은 박근령 전 이사장과 박지만 EG 회장의 갈등이다. 박 전 이사장은 성동교육청과 임시이사들의 배후에는 박지만 회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을 몰아내고 육영재단을 차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박 회장이 연관되어 있는지는 박 회장이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확인할 수 없으나 박 회장의 측근과 회사(EG) 관계자들이 개입됐다는 흔적은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양측이 재단 사무실을 뺏고 빼앗기는 과정에서 거둔 ‘전리품’이 그 증거다. 임시이사 측 관계자들이 미처 사무실을 정리하지 못하고 쫓겨나 비밀문서 일부를 박 전 이사장 측이 입수했는데 이 자료에는 임시이사장이 박 회장 측근과 만났던 일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반면 박 회장 측은 박 전 이사장이 더 이상 재단을 운영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양측은 용역들까지 동원해가며 능동 어린이 재단 사무실을 뺏고 빼앗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재단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마치 전시 작전 상황실에 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일단 법적으로는 박지만 회장 측이 선임한 임시이사들이 재단을 운영하도록 되어 있으나 박 전 이사장 측은 애초에 법원 판결을 이끌어 낸 재단 차입금 문제가 결국 박 회장 측이 조작한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박 회장 측은 재단 측에 3억 원을 빌려줬다며 채권자 자격으로 임시이사 선임권을 행사한 바 있다.
최근에는 상황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 많은 언론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박근혜 지지자들도 이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쉽사리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단이 이사장 관련사건 외에도 성추행, 횡령 등 갖가지 소송에 걸려 있어 그 끝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육영재단과 관련한 고소 고발 사건이 거의 100여건에 이른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