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주고 당겨주고 ‘너무 끈끈했나…’
▲ 박연차 회장, 천신일 회장, 라응찬 회장(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 ||
검찰은 신한은행(200억 원)과 신한캐피탈(100억 원) 두 계열사가 참여한 신한금융지주(신한은행·신한캐피탈 지분 100% 보유)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박연차 회장의 특별한 관계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사람은 재계 등에서는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공개적으로 그 인연이 알려진 것은 지난 2006년 12월 신한캐피탈이 경남 진해에 위치한 골프장 가야CC를 운영하는 가야개발 지분 75%를 획득, 경영권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신한캐피탈이 선임한 가야개발 이사진에 박 회장의 ‘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정승영 정산개발 사장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우선 정산개발은 박연차 회장(10%)과 박 회장 아들(90%)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사실상 박 회장 개인회사다. 정 사장은 태광실업이 인수한 휴켐스의 첫 대표이사를 맡았을 만큼 박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고 한다. 정 사장이 가야개발의 이사로 선임되자 ‘가야개발 실제 소유주는 박연차 회장’이라는 소문이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박 회장은 골프장 경영과 특별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요신문>은 신한캐피탈의 가야개발 인수에 정산개발이 참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신한캐피탈은 가야개발 인수를 위해 ‘신한 제8호 기업구조조정조합’이라는 투자회사를 만들었는데 여기에 정산개발이 270억 원을 들여 지분 29.67%를 사들인 것이다.
지난 1984년 부산과 경남 출신 재일교포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가야개발은 매년 7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는 알짜배기 회사로 알려져 있다. 신한캐피탈이 가야개발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가야개발의 기존 주주들과 이사진의 반발이 거셌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과정에서 지난 정권 최고 실세로 통했던 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골프장 운영 경험이 전혀 없던 신한금융지주가 갑작스레 골프장 인수에 나서게 된 것도 박 회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과 라 회장의 ‘친분’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신한금융지주가 지난 정권에서 성공했던 인수·합병(M&A)에 박 회장 등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03년 조흥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2006년 LG카드를 인수하면서 단숨에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와 함께 ‘금융 빅3’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그동안 이에 관한 여러 의혹이 제기돼 온 만큼 검찰이 이번 기회에 ‘칼’을 빼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 중심엔 박 회장과 함께 지난 정권 유력 정치인 한 명도 거론되고 있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정산개발은 비상장 업체인 세중게임박스(현 세중아이앤씨) 지분도 2.09%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중게임박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학교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그 일가가 지분 45.51%로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선 박 회장의 세중게임박스 지분 매입 배경에 대한 의문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06년 말 정산개발이 지분을 매입할 당시 세중게임박스는 17억 원의 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실적이 악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박 회장은 지분 2.09%를 7억 원에 사들였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당시 장외에서 평가받던 세중게임박스의 가치보다는 비싼 값에 거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회장과 천 회장은 오래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천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레슬링협회 부회장이고 천 회장은 박 회장이 인수한 휴켐스의 사외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당시 박 회장이 천 회장 영입을 강력하게 추천했다고 한다. 이러한 인연들 때문인지 천 회장은 박 회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이후 ‘박 회장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본인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이러한 논란들에 대해 천 회장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세중나모 측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