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의 간통 피소 사실이 알려진 지난 5일부터 9일 이혼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급박했던 진행 과정과 간통 혐의로 함께 고소됐던 문씨, 그리고 부인 이씨의 심경, 임창용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본다.
9일 두산전에서 시즌 6승째를 챙기며 다승 공동 선두에 오른 임창용과 경기가 끝난 늦은 시간에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이미 운동장에서 기자들과 짧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온 상태라 임창용의 목소리는 상당히 안정을 찾은 듯했다. 임창용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홀가분하다”고 말하면서 “이번 일을 좋은 기회로 삼고 싶다. 앞으로 살 날이 더 많기 때문에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임창용은 “죽을 때까지 야구인으로 남기 위해선 더 이상의 불미스러운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올 시즌을 나의 해로 만들겠다”는 굳은 결의를 내비쳤다. 이제 전처가 되는 이현아씨에 대해선 “유학간다고 했으니까 공부 열심히 하고 앞으로 좋은 남자 만나기를 바란다”는 짤막한 메시지를 전했다.
임창용은 자신과의 관계를 부인 이씨에게 폭로한 문씨에 대해서는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지 못한 게 실수라면 실수”라며 “외롭고 힘든 가운데 만난 사람이라 상당히 의지했었다. 그러나 끝까지 그 마음을 지속시킬 수 없었다”는 말로 감정을 정리했다.
임창용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부분은 부모에 대한 죄송함이다. 정당한 절차를 밟아 이혼문제를 정리하려고 했던 부모 입장에선 아들이 간통으로 피소됐다는 소식이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던 것.
임씨는 임창용이 피소된 후 서너 차례 기자와 통화를 했는데 장대비가 쏟아졌던 지난 7일에는 ‘대구 집에 혼자 남아 술을 마시다 가슴이 답답한 나머지 밖으로 뛰쳐나가 비를 맞고 들어왔다’는 메시지로 애끓는 부정을 드러냈다.
한편 이혼소송과 관련해서 ‘결정타’를 날린 문씨는 7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람한테 상처를 주면 어떤 결과가 뒤따르는지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며 부인 이씨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문씨는 “난 오빠(임창용)를 사랑했는데 오빠는 날 쉽게 만났다가 헤어지는 여자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오빠와의 결혼을 꿈꾸지는 않았지만 사람 마음을 농락한 것 같아 참을 수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젠 임창용의 전처라는 타이틀이 붙게 된 이현아씨는 이혼 문제가 해결되기 전인 8일 전화 통화에서 ‘임창용에 대해 1%의 미련도 안 남았다’고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이씨는 “이젠 마음이 편해졌다. 애증도, 미움도 아무런 감정이 없다. 애초에 (간통으로) 고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오빠(임창용)가 보여준 태도가 너무 실망스러웠다. 나한테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외부에 수치스러운 일이 알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씨는 “이혼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새 출발을 하고 싶다”며 임창용에 대해 ‘살면서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임창용의 이혼 파동과 최근의 간통 피소, 그리고 이혼 합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인과 일반인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임창용으로선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프로야구 선수로 활동하는 한 임창용은 공인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