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서울 숭의초등학교. 사진=김태원 기자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학폭지역위)는 지난달 24일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 재심을 열어 가해학생은 당초 피해학생 측이 주장했던 4명 가운데 대기업 회장의 손자를 제외한 3명만 인정했다.
이어 학폭지역위는 3명의 가해자에 대해 실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피해자에 ‘서면사과’ 조치를 의결했다. 이는 학교폭력예방법상 1~9호로 이뤄진 징계 수위 중 가장 낮은 조치다.
서울시 측은 “제출된 자료와 관련자 진술 등을 면밀히 검토했지만, 대기업 회장 손자가 당시 학교폭력 현장에 있었다고 확정할 증거가 없었다”고 전했다.
알려진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은 지난 4월 수련회를 갔던 3학년 학생들이 숙소에서 쉬던 중 이불 밑에 피해 학생이 깔리자 대기업 회장 손자와 유명 연예인의 아들 등 동급생 4명이 야구방망이와 무릎으로 마구 때렸다는 내용이다. 또한 물비누(바디워시)를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고 했다.
이에 피해 학생이 충격으로 근육세포가 녹는 횡문근융해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으며, 문제 제기를 하자 학교 측이 대기업 손자의 가담 사실을 은폐·축소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되자, 서울시교육청은 숭의초에 대해 특별감사를 했고 “숭의초가 재벌 회장 손자를 비호하고 학교폭력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축소했다”며 교장·교감·생활지도부장 등을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이번 학폭지역위의 재심 결정으로 인해,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도 공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기업 회장 손자가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수련원 지도사와 동료 학생들의 증언을 시교육청이 확보하고도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숭의초는 학폭지역위의 재심 결정이 나오자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시교육청이 감사 증거자료를 편의적으로 취사선택했다”며 “적확한 재심의를 통해 진실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피해학생 측이 이번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진행할 수 있는 절차는 행정심판이 남아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