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김양수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오전 9시 30분부터 18일 오전 5시 30분쯤까지 조현준 회장을 조사하고 돌려보냈다.
조현준 회장은 이번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등 핵심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효성그룹 측은 “오래된 사안이고 동생 조현문 변호사가 고소고발한 건이다.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 조성 등 의혹이 있다고 하나 억측에 불과하다”며 “그룹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이해해주면 감사하겠다”고 해명한 바 있다.
조현준 회장은 2010~15년 효성그룹의 건설 사업에서 측근 홍 아무개 씨가 세운 사실상의 유령회사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100억 원대 ‘통행세’를 받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한 돈이 조 회장 측의 비자금 조성에 활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어 조현준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조 회장 등이 지분을 가진 부실 계열사 ‘갤럭시아포토닉스’를 총 545억 원에 효성이 인수토록 해 손해를 끼쳤다며 지난해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다.
또한 검찰은 300억 원 규모의 ‘아트펀드‘를 통해 미술품을 비싸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하고 이 부실의 연대보증을 효성에 떠넘긴 혐의와, 노틸러스효성 등 계열사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홍콩 페이퍼컴퍼니에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수년간 수십억 원을 보내게 하는 등 해외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조현준 회장의 진술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