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카지노 고객들에게 ‘룸 제공’ 정황…검경, 정킷방 조폭들 버닝썬 연루 수사 착수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버닝썬의 탈세 수사 과정에서 카지노 원정도박을 위해 국내에 들어온 중국계 관광객 등이 버닝썬 VIP룸 등을 이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 과정에서 버닝썬이 일종의 원정도박 전초기지로 활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불거졌다. 국내 원정도박 VIP 서비스에 ‘버닝썬 VIP룸 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일각에선 이 과정에 조폭이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져 경찰이 이를 살펴보고 있다.
빅뱅 승리 버닝썬 조폭 연루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사정당국이 조폭 관련 수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신문DB.
국내 원정도박 역시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부는 클럽 VVIP룸 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이 원정도박 VIP에게 서비스로 제공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중국 내 커뮤니티에선 승리의 버닝썬이 셀럽 장소로 자주 소개돼 대외 인지도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만약 버닝썬이 카지노 VIP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공간으로 제공된 것이 사실이라면 버닝썬 수사가 탈세의혹에서 불법 도박과 환전(환치기) 등을 통한 검은돈 세탁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최근 복수 매체에서 제기하는 린사모 등 버닝썬 연루 관계자들의 거액탈세 의혹 및 돈세탁 의혹과도 맞물린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2015년 마카오 카지노 원정도박 사건을 예로 들었다. 당시 마카오 현지에서 카지노 VIP정킷방 운영자였던 광주송정리파 핵심조직원 이 아무개 씨가 국내 유명 기업인들의 해외 원정 도박을 알선해 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씨는 마카오 현지에서 수백억 원대의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카지노 VIP정킷방 사업을 확장해나가다 덜미를 잡혔다. 이 사건이 그 유명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회장의 해외 원정 도박 사건’으로 훗날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법조비리’ 커넥션으로 확전됐다.
당시 마카오 원정도박 출발점도 다름 아닌 국내 강원랜드 VIP룸으로 알려지면서 원정도박의 전초기지가 먼 나라 얘기가 아님을 증명하기도 했다.
카지노업계 관계자 A 씨는 “과거 국내 유명 기업인이나 연예인은 필리핀이나 마카오 등에 주로 원정도박을 나섰지만 최근엔 중국계 부호 등 외국인들의 국내 원정도박을 유도하는 추세다. 2014년 이후 국내 카지노 사업 규제가 풀리면서 크고 작은 카지노가 증가한 데다 VIP정킷 사업이 보편화된 점도 국내 원정도박 증가와 맥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거액의 카지노 이용자들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사채업자와 조폭이 운영 관리하는 정킷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물론 국내 운영 중인 정킷방의 대부분은 표면상 중국이나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등의 카지노사가 도맡고 있지만 에이전트 등으로 국내 사채업자와 조폭들이 숨어 일하는 곳도 많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거 마카오 등 해외 카지노 정킷사업을 관여하던 조폭 대부분이 국내 강원랜드 VIP고객 관리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엔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VIP고객 유치와 관리에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경찰이 버닝썬 조폭 연루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백소연 디자이너.
카지노업계 관계자 B 씨는 “최근 중국계 고객의 매출 비중이 상당한 현실에서 한국과 중국, 동남아 등을 오가며 이뤄지는 원정도박 VIP도 자연스레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지노 VIP 유치를 위한 각종 서비스가 난무했다”며 “특히 국내에선 호텔 등의 클럽 VIP룸 이용과 여자, 술, 심지어 마약 유통까지 제공돼 중국계 VIP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 씨는 일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카지노 정킷방 수수료 사업이 주요 관심사라고 전했다. 정킷방은 VIP고객 관리만 잘하면 고객의 돈을 칩으로 교환해줄 때 생기는 롤링비(수수료) 1~1.2% 외에도 고객이 잃은 돈의 30~50%까지 챙기는 고수익 ‘셰어’사업에도 관여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정킷방 등 카지노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환전 브로커들의 환치기에 일부 연예인이나 클럽 등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이다.
일부 연예인은 조폭과 연계해 VIP고객 유치와 관리 등을 함께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연예인들이 물 좋은 장소를 만들어 서비스 등으로 고객을 유치해 운영수익을 내고 자금회수 등은 조폭에게 맡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불법도박 등에 관여했던 관계자 C 씨는 “동남아 카지노나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불법적으로 한국인 고객을 유치하던 조폭 에이전시들이 2000년 강원랜드가 개장하면서 강원랜드로 자리를 옮겨 원정도박을 부추겨 왔다”면서 “현재는 인천 영종도와 부산, 제주 등지로 확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박업자 대부분이 조폭 등 폭력조직과 연계된 이유는 조직원들을 이용하면 빌린 돈을 갚지 않는 고객을 찾아내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C 씨는 “버닝썬 VIP룸에서 벌어진 불법 몰카 동영상 촬영과 유포를 단순히 삐뚤어진 일부 남성들의 일탈행위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카오 카지노 VIP룸을 운영하던 조폭들의 경우 현지에서 도박자금을 빌려주거나 유리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해당 VIP의 동영상을 찍었던 만큼 VIP들의 입막음용이나 고객 관리(?) 차원에서 불법 동영상을 찍고 장부와 함께 관리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한편, 사정당국은 일부 조폭이 버닝썬에 드나들었다는 정황을 확보한 만큼 조폭 연루 의혹수사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수사 결과 폭력조직 등의 연루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조직범죄를 관리하는 검찰의 투입까지도 관측된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수사 내용은 내부에서도 극비로 이뤄지는 만큼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유흥주점인 버닝썬 수사에 조폭이 연계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냐”라며 조폭 수사 착수 입장을 밝혔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