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고 찢기는 대자보에 대학가 찬반 갈등 격화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등 청년단체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학생·청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명지대에서 한국인 학생과 중국인 학생 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8시쯤 명지대 학생회관에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두고 한중 대학생 간 다툼이 일어났다. 중국인 대학생이 학생회관 1층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 위에 홍콩 시위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게시물을 붙였고, 이를 본 한국인 학생이 저지하려다가 서로 밀치는 등 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모두 명지대 학부생으로, 근처 다른 학생들과 경비원들이 바로 싸움을 말리면서 다친 학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교내 대자보가 훼손되는 사건을 계기로 한국인과 중국인 학생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
현재 국내 대학가에서는 홍콩 시위에 연대 의사를 표시하는 대자보를 붙이는 운동이 한국 학생들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은 위챗 등을 통해 대자보 게시 상황을 공유하고 대자보를 훼손하는 등 크고 작은 집단행동에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는 벽면에 설치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찢어졌고, 같은 날 서강대에서도 건물 곳곳에 붙은 대자보가 뜯긴 채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다. 이 밖에도 연세대를 비롯해 고려대·동국대·한국외대 등에서도 대자보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 학생들 간 충돌이 끊이지 않으면서 양국 학생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