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권고 안 지키고 제주 여행 강행은 고의적이란 판단
제주도가 미국 방문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제주 여행을 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모녀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입국자들이 검역 절차를 밟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주도는 미국인 유학생 A 씨(19·여)와 어머니 B 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소송 상대 피고는 A 씨와 여행 동행자로서 적절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던 어머니 B 씨다. 원고는 도민의 예산으로 방역 조치를 한 제주도, 모녀가 방문해 영업장을 폐쇄하며 피해를 본 업소, 모녀와의 접촉으로 자가 격리 조치된 도민 등이다.
도는 A 씨가 제주도를 방문한 첫날인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인후통을 느꼈고, 23일 오전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증상을 보였음에도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고 봤다. A 씨가 국내 입국했을 당시는 정부가 입국 유학생에 대해 자가격리를 권고했을 때다. 따라서 권고가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손해를 입힌 데 대해 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이 도의 판단이다.
도는 법률 검토를 통해 이 모녀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과 제주도와 도민이 입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고 피해액을 산정하고 있다. 청구 손해배상액은 1억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는 피해 업소와 도민의 소송 참여 의사 확인을 거쳐 구체적인 참가인과 소장작성에 착수하기로 했다.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도 검토 중이다.
미국 모 대학 유학생인 A 씨는 14일 미국에서 출발해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 입국했다. A 씨와 B 씨는 20일 일행 2명과 함께 제주를 방문해 24일까지 4박 5일간 관광을 했다. A 씨는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간 24일 확진 판정됐다. B 씨는 딸의 코로나19 감염 소식에 25일 검체 검사를 진행했고, 2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